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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님의 서재
  • 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 엠마 아드보게
  • 13,500원 (10%750)
  • 2023-10-26
  • : 684
가끔은 그림책 리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성인의 입장에서 그림책은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로 다가오기 때문에. 작가가 분명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거란 생각에 그림책에 담긴 숨은 뜻을 찾아보려 애쓰게 된다. 이 작품은 특히 그랬다. 스웨덴의 그림책 작가 엠마 아드보게의 작품인 책은 북유럽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화풍으로 어린 시절 학교 배경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들은 학교 체육관 뒤편에 땅이 움푹 파인 곳, 구덩이에서 논다. 선생님, 어른들은 위험하다고 가지 못하게 하는 금단의 곳. 그래서 그럴까? 아이들은 더욱 구덩이에 심취한다. 별 거 없이도 참 재밌게 놀던 어린 시절. 놀이터에만 나가도 탈출놀이, 신발던지기, 술래잡기 등등 하루 온종일을 보낼 만큼 잘도 놀았다. 하지 말라는 건 더 열심히 했다. 학교 정문을 두고 괜히 담을 넘어다니는 일탈을 한다던가, 어른들은 가지 말라는 지름길을 굳이 찾아내 다닌다거나. 모험적이었다. 정형화된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도 자유로운 아이들. 분명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우리 고양이 봄이도 그렇다. ㅎㅎ 아기고양이 시절은 걸레받이 뜯고 싱크대 밑에도 들어가던 우리 봄이. 이제 너무 얌전해져 영혼을 담아 장난감을 흔들어도 시큰둥)

놀다가 다치기도 한다. 무릎에 피가 나고, 커다란 밴드를 붙이고 친구들의 주목을 받는다. 어느 덧 상처는 아물고 딱지가 지고 새 살이 돋는다. 작가는 구덩이와 딱지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삶의 은유를 불러 일으킨다. 구덩이는 모험, 딱지는 실패 후 재생. 우리는 모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용기를 얻는다. 실패의 경험은 우리에게 단단한 내공을 준다. 넘어지면 일어서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의연하게 털고 일어선다. 어쩌면 오랫동안 잃어버렸을지 모를 구덩이와 딱지의 경험. 작가는 두려움 없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 두 권의 책을 천천히 음미하고 나니 어쩐지 작은 용기가 생기는 기분이다.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뭉끄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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