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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님의 서재
  • 어른의 말글 감각
  • 김경집
  • 15,120원 (10%840)
  • 2023-09-05
  • : 1,083
글의 시대는 끝나고 이른바 영상의 시대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궁금한 게 있으면 유튜브 검색창에 관련 영상을 찾아서 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어른인 나도 이러한데 태어날 때부터 스크린을 손에 쥘 수 있던 10대들은 오죽하랴. 영상이 글을 대체하는 오늘 날, 저자 김경집 교수는 오히려 글의 진가가 드러날 시대라고 한다.

글의 진가는 지식과 정보 전달의 기존 기능을 넘어설 때 있다. 검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조각 정보들은 분산적이고 통일성이 없으며 체계적 통찰력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이에 반해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건 한 사람의 생각을 체계적, 논리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사유 능력이 생긴다. 지식의 조각이 아니라 총체적 안목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책에는 개념과 관념을 담은 사유의 언어들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입말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다양한 감각과 깊고 풍성한 감정의 언어들이 담겨 있다. 이런 어휘를 배우고 익혀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휘들이 담아내는 삶을 살 수 있다. 책을 통해 어떤 주제나 사건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전체의 틀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이처럼 ‘판을 짤 수 있는’ 능력이 콘텐츠 생산의 핵심이다.

저자는 ‘낱말 만지기’, 즉 언어 만지기를 제안한다. 이는 대단한 기술이 아니다. 관심과 시간을 들여 내가 쓰는 한 낱말을 관찰하고 ’생각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빚어진 낱말은 내가 진정한 언어의 주인이 되게 해준다. 낱말 만지기는 단순히 기호로서의 문자에 담긴 정보와 다르다. 나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입체적으로 알고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제공자의 속도를 따라가야하는 영상으로 볼 때는 그 말을 ’만질 ‘여유가 없지만 글자는 다르다. 글을 읽을 때는 나만의 속도로 읽기와 멈춤을 할 수 있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언어를 사유할 수 있다.

문학의 쓸모는 무엇일까? 작가가 쓴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읽어낼 힘을 준다. 독자들은 문학 속 인물들을 통해 결국 내 삶을 바라보게 된다. 소설은 다 읽고 나면 내 삶의 한쪽 귀퉁이와 겹쳐진다. 소설적 상상력은 우리의 삶을 훨씬 역동적이고 농밀하게 만들어준다. 다른 삶의 밀도를 대신 느끼게 된다.

나는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가? 남의 언어에 끌려가는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속도를 정하는 주인으로, 창조적인 생산자로 살고 있는가? 이 책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언어’를 성찰하고 이를 통해 한 단 계 더 나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글의 힘에 대해, 더 나아가 글의 힘이 콘텐츠 생산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를 상당히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언어의 길이는 사고의 길이를 결정한다. 과도한 언어의 축약과 언어경제성 의존의 습관은 어느 순간 긴 호흡의 사고를 막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다. p.21

📝글을 읽는 것은 전적으로 모든 것을 나의 속도에 맞추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글을 읽는 것은 매우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다. 글의 중요한 힘과 매력도 바로 내가 ‘주인’이 되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p.43

📝내게 낯선 언어는 내 삶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면 그 말이 갖는 삶과 세상을 살 기회를 놓친다. 따라서 내 삶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 낯선 언어들에게 ‘말을 건네고’ 그 말을 자주 만져야 한다. p.167

📝 사유 없는 언어가 난무하는 세상은 부박하다. 천박하고 경솔한 언어를 쏟아내고도 추스를 생각 이 없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관계는 거칠고 칙칙할 수밖에 없다. p.267

출판사 서포터즈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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