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난 세상에서 치매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내게 닥치지 않았으면 생각하기도 하고 내 부모님께 일어나지 않았으면 기도하기도 한다. 가장 슬픈 병이 아닐까 싶은 치매를 피해가지 못한 의사가 있다. 그는 과학자로서 이 병을 연구했고, 의사로서 환자들을 만났고, 지금은 초기 인지 저하를 겪는 중이다.
치매 환자를 소재로 한 책이 많은 세상이지만 이 책이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저자가 과학자이면서 의사이면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로서 그는 이 병의 시작과 기전을 현상적으로 설명해준다. 우리가 아는 인지 저하가 뇌에서 어떤 물질적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지 읽으면서 막연한 두려움이 덜해지는 것 같았다. 미지의 대상이 눈에 보이게 되어서 막연함이 덜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할 방법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통계적 설명이 아니라 과학적 설명이기 때문에 잘 와닿았다.
의사로서 그는 환자들이 병을 최초로 인지하고 치료받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인지 저하를 병적으로 겪기 전에 해야할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감정적 부분에서 환자들이 겪는 큰 절망과 두려움, 환자의 가족들이 겪는 부담과 일상의 변화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좋았다.
환자로서 그는 이 병으로 진단된 사람이 겪는 충격에 공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위기와 극복을 반복하면서 병은 점점 진행하고 있지만, 발병 이후에도 병의 초기 단계를 최대한 길게 가져가지 위한 노력을 보여주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침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서술하는 글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두려워하거나 근거 없는 긍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이과의 글이 이렇게나 편합니다 여러분.
내가 잘 읽었으니 부모님께도 보여드릴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책!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