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여러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필사하여 나만의 시선집 만들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필사를 좋아하는 데다 책 속 명문장이 궁금해서 <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이 궁금했다.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인용하면 그 재미가 배가되고 이해가 더 잘 되듯이, 말이나 글에 명문장이 있으면 책제목처럼 지적으로 보인다. 그런 것이 부럽기도 해 이 책에 끌렸다.
이 책에는 3장에 걸쳐 총 120개의 명문장이 실려 있다. 짧게는 한 문장에서 길게는 열 문장이 넘는 것도 있지만 보통 대여섯 줄 분량이어서 필사에도 부담이 없다. 책의 제본도 필사하기에 좋게 양면이 쫙 펼쳐진다.

각 장의 제목은 1장 ‘세상을 보다’이고, 2장 ‘인생을 읽다’, 3장은 1장과 2장의 종합편인 듯 ‘세상을 인생을 쓰다’이다. 장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책의 목표인 듯 하다. 뒤표지에도 나온다. ‘명문장으로 보다, 읽다, 쓰다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지적인 삶을 만들고 지적인 세상을 원한다. 또한 명문장을 통해 내 안의 무궁무진한 삶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3장에 걸쳐 수록된 문장은 헤르만 헤세, 조지 오웰, 프란츠 카프카, 루쉰, 나스메 소세끼, 살라도르 달리 등 동서양의 유명 작가와 예술가의 것도 있고 현진건, 이상, 박인환, 윤동주, 법정 등 우리나라의 문학가의 것도 있다. 그 중에는 널리 알려져서 들어본 것도 있고 처음 듣는 것도 있다. 아무튼 이 책은 이런 문장들을 정성 들여 써보게 함으로써 인생의 조언을 마음에 되새기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요즘은 따로 시간을 내어 글씨를 쓰지 않으면 펜을 쓸 일이 별로 없다. 그렇다 보니 갈수록 글씨를 막 쓰게 되는데, 필사를 하게 되면 글씨도 바르게 쓰게 되고 그 시간 동안은 글에 몰입하게 된다. 이런 소소한 몰입의 즐거움 때문에 필사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필사책이 나오는 것 같다.
내가 그동안 봤던 것은 주로 시집이었는데, 이 책은 명문장이어서 새로운 느낌이었다. 어쩌다 오자가 보여 아쉽긴 했지만, 저자가 작은 펜그림 아래 덧붙인 요약문을 통해 명문장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해서 좋다.
아날로그 감성, 몰입의 즐거움, 지적인 욕구 충족이 필요하다면, 살펴보면 좋을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인 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