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올리브님의 서재
  • 프라하의 소녀시대
  • 요네하라 마리
  • 9,000원 (10%500)
  • 2006-11-20
  • : 1,589

요네하라 마리님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다. 

학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전공을 살려(?) 직장 생활을 해온 터라 그런지 러시아란 단어가 나오면 '흥~'하면서도 귀가 쫑긋 서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 프라하의 소녀시대의 저자가 일본인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란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신선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실로 우연치곤 넘 독.특.하다. 몇 년 전에 인사동을 거닐다가 독서광인 한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프라하의~(책 제목을 온전하게 기억을 못했기에..) 란 일본어가 원서인 책을 발견했는데 네가 보면 참 좋아할거 같아~'라고 지나가는 말로 얘기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난 '응.'하고는 지나쳐버렸는데 작년 여름 불현듯 그 책이 생각난거다. 그 친구랑은 그 후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고 생각나는 거라곤 프라하란 단어가 고작이었으니 알라딘에서 프라하란 단어로 검색을 시도할 수 밖에. '프라하의 소녀시대'란 책이름을 보자마자 '이거다!"란 느낌이 팍 왔다.  그러나, 단 하나의 문제가 있었으니! 난 일본 소설은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그 때까지도 읽은 일본 소설은 유일하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정도였고, 아무리 베스트셀러로 난리가 나도 일본소설은 쳐다도 안 봤었기에 감히 주문을 할 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소설류는 잘 안 사보는 편인데. 내가 애용하는 도서관에서 검색을 해봤지만 책이 있을리가.. 옆자리 동료한테 물어봤더니 동료네 동네 도서관에는 있다는게 아닌가. (왠 차별?). 그렇게 동료네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다 눈깜빡할 새 다 읽은 책이 프라하의 소녀시대다. 

아마도 저자의 실제 어린 시절 생활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 체코 프라하에 있던 소련 국제학교에서의 생활과 어릴적 세 친구를 훗날 찾아나서는 이 이야기는 어린이용 동화라고 하기에는 깊이가 있고, 사회주의의 모습도 많이 그려져 있기에 어른들이 읽기에도 흥미롭다. 난 저자가 일본인임에도 러시아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었다. 이 책을 읽고난 후,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는 없다!고 갯뻘에서 진주를 찾아낸 듯 난 이 저자에게 이끌려 그녀의 모든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주변에 권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산 책들은 우리 사무실을 쭉 돌아 급기야 위층으로 올라가기도 했고, 내가 애용하는 도서관에는 그녀의 책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으며, 통역과 번역, 그리고 이를 둘러싼 문화인류학에 대한 그녀의 박학다식에,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과 세심함에, 너무나 반해 난 그녀의 왕 팬이 되었다.  

2개월동안 런던에 있는 동안 만난 일본인 친구들에게 요네하라 마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하나같이 저자를 모르는게 아닌가.. 하긴 나라고 우리나라 저자들을 다 알까.. 그녀가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게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어서.. 난 일본인 저자를 일본인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기에 이르렀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딱 일년 전보다는 훨씬 더 그녀의 이름이 알려진 것 같다. 그녀의 신간이 너무 반갑게 기다리고 있고, 정말 대단한 책이었던 '대단한 책'은 40%할인이 되고 있다. ㅋㅋ 

리뷰가 많이 샛길로 새고 있지만 핵심은 내가 이 저자로 인해, 특히 이 책을 시작으로 일본에 대한 묵은 적개심과 이유없는 증오심을 떨쳐내고 일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거다. 좋은 것은 좋게,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니게 볼 수 있게(사실은 좋은 것을 좋게 보기가 힘들었던 거니까 좋은 것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 되었다. 일드 매니아 길로 접어들고 있고^^ 일본 문화에도 적절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나 할까.(최초로 작년 이맘때 접한 일드가 결혼못하는 남자였고 이후로 결론이 뻔히 보이는, 거의 나의 추측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 드라마가 식상해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짧고 깊이있게 만드는 일드에 꽂혔는데 이 결못남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어서 방영되는걸 보고 좀 놀라긴 했다)  

그리고 대단한 책(두께도 정말이지 대단한..)을 읽어본 분들 중 러시아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일본이 노문학 관련해서도 한국보다는 상당히 앞서 있다는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 옛날 전공 교수님들이 일본어에 박식했다던 것도 그래서였을듯.. 하지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나를 다시 이 저자를 통해서 알게되었다고나 할까? 정말이지 요네하라 마리님의 책을 통해 배우는게 많다.(저자가 말하는 체첸인들의 삶에 관한 책 '금빛 구름 xxx~에 대한 서평을 보았을때도 쇼킹했다. 저자가 말하는 그 책이 너무나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 책은 한국에 소개되어 있지도, 아마존에서도 구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통,번역계나 학계에서 그 책이 조명된 적이 있었을까 싶다?!)  

또 딴 얘기지만, 프라하는 내가 밀란 쿤데라를 통해서 알게 된 도시로 너무나 가고파했던 곳이었다. 5년전 모스크바에서 이태리를 거쳐 프라하로 여행할 계획이었지만 내 게으름으로 프라하로의 여행이 무산되고 난 후 줄곧 여행지 영순위로 꿈꾼 곳이었고, 이 프라하의 소녀시대때문에 더욱 그리워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5년이나 늦게 3박의 일정으로 찾은 프라하는 내게 실망감만 잔뜩 안겨주었다. 내가 가본 곳 중 유일하게 다시 찾고 싶지 않다는 오명을 남기면서.. 더블린과는 달리 프라하에서는 체코가 낳은 거장 밀란 쿤데라의 발자취는 커녕 그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자신들이 추방시켜서 그랬을까, 아님 그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추방된 후 다시 고국을 찾지 않고 망명 생활을 계속해서일까..모르겠다. 그에 대한 기록을 하나도 못 찾아봤으니까..애꿎게 공산주의 박물관에서 그가 왜 조국을 떠나야 했을지 느껴보려 애쓴게 전부일뿐..) 왜 동상하나 없냐는 내 물음에 누군가는 아직 살아있는 작가니까 그렇지요 라고 대답해 주었지만,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들 손바닥이니 사진이니 기념으로 만드는게 요즘 모습 아닌가.. 명색이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게 뒤통수 치는 바가지만 난무하고(내가 보기에는 에스토니아 탈린보다 나을 거 하나 없더구만..) 정작 프라하에서 문학의 정수를 느껴보려 그곳을 찾는 이들의 바램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면하면서..왜 그리 아름다운 곳으로 뻥튀기 되어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다시 가.고.싶.지.않.다. 여비 보태주면서 가라고 해도 안가고 싶다. 문학을 사랑하는 국민들이라는 느낌을 하나도 못 받아서,,(가보지는 못했지만 들리는 말에는 카프카 역시 별로 추앙받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독일계 유태인이어서 그런가??) 문학으로 인해, 혹시라도 쿤데라나 이 책 때문에 프라하 여행을 꿈꾸신다면 어쩜 나처럼 크게 실망할지도 모를 위험 요소가 있으니 부디 참고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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