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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로 베이비
  • 김의경
  • 12,600원 (10%700)
  • 2023-03-13
  • : 174

<헬로 베이비>,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지금 나는 난임 시술로 만난 둘째 아이 임신 8개월째이다. 처음 난임 시술을 시작하자 마자 '시험관아이카페'에 가입했다. 나는 이미 아이를 한번 임신한 경험이 있고 이 아이를 9살이 될 때까지 키웠는데 나는 어떻게 임신이 되는 건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냥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임신이 되는 것 이전의 단계들, 배란이 되기 전의 과정들이 너무나 낯설었다. 카페의 모든 글을 읽었다. 내가 다니느 병원과 담당 선생님에 대한 후기도 빠짐없이 블로그를 검색해서 읽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정말 새로운 이야기들이었고, 전혀 상상도 예상도 못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 카페의 사람들에게는 '첫째가 너무 갑자기 덜컥 생겼어요'라는 나의 말이 부러움이자 상처일 수도 있었다.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엄청난 간절함과 너무 많은 슬픔과 좌절, 절망, 위로들이 가득찬 공간이었다. 그래서 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카페를 탈퇴했다. <헬로 베이비>는 마치 다시 그 카페에 가입하여 스크롤을 내리며 글을 읽는 기분이었다.


나는 20대 때 비혼 비출산을 외치던 여성이었다. 그러다 30대에 결혼을 했고 결혼 4개월 만에 첫째 아이를 임신했다. 그리고 '엄마'라는 정체성으로 글도 쓰고 여러 활동도 했다. 난임,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임신이 어려운 여성들의 세계는 솔직히 상상조차 못했었다. 근데 어느 순간 나는 오전 7시에도 임신을 간절히 바라는 여성들로 가득찬 난임병원의 대기자리에 낑겨 앉아있었다. 저출산, 저출생이라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임신을 바라며 여기에 있다니.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마주하는 풍경이었지만 매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시험관 아기 시술한대~ 하면 사람들은 그거 엄청 힘들다며~ 라고 말한다. 나도 그랬다. 그게 어떤 건지, 어떤 과정인지 알아볼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 그냥 그거 힘들다며, 고생하겠다,, 진심이긴 하지만 영혼은 없는 위로를 건냈던 것도 사실이다.


<헬로 베이비>에는 그 과정들이 논픽션처럼 담겨있다. 읽으면서 <83년생 김지영>이 떠올랐다. 한편으로 왜 여성의 어느 구체적인 삶은 이렇게 논픽션처럼 그려져야하는 걸까 생각도 들었다. 또 사람들이 얼마나 이 책을 읽을까, 남성 독자는 정말 별로 없겠다, 기혼 유자녀 독자도 별로 없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지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싶었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처럼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으려나, 혹은 읽기도 떠올리기도 싫어서 안 읽으려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아, 도대체 여성의 삶은 수천만 가지구나, 그런데 과연 여성들은 나와 다른 여성의 삶을 들어줄 수는 있을까.


<헬로 베이비>에는 아이를 정말 간절히 원하는, 그래서 정말 한번만 해도 만만치않은 난임 시술을 수년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난임 시술은 지독하게 외롭다. 그래서 남편도, 같은 여성들도, 직장도, 사회에도 공감받기 어렵다. 심지어 종교는(천주교) 난임 시술을 죄악으로 여긴다. 기댈 데 없는 이들은 그들끼리의 연대로 뭉친다. 그게 조금 서글프다. 난임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매일 생각했다. 왜 내가 이 과정을 겪게 된 거지. 내가 왜 이 세계를 알게 된 거지.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 내가 더 알아야하고 생각하고 쓰고 말해야하는 건 무엇이지. 여성은 같은 여성이기에 과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걸까. 비혼비출산 여성들과, 기혼 유자녀 여성들과 난임 여성, 그리고 언제가의 임신을 준비하려는 비혼 여성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편으로서 연대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읽은 후에도 계속 맴도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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