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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 엘리자베스 슈뢰더
  • 12,600원 (10%700)
  • 2023-03-10
  • : 523

'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너무나 당연한 문장인데 과연 나는 당연하게 지키고 있고 전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정말 자녀를 자녀 독립적으로 인식한다 이런 생각이 우리 나라에서 자리잡게 된 건 정말 얼마 안되었구나 싶기도 하다. 예로 성희롱이나 성추행한 성인 남성들이 '딸 같아서 그랬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나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집 어린이가 3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뽀뽀나 포옹을 하기 전에 '뽀뽀해도 될까?', '안아도 될까?' 물었다. 6살 쯤 된 어린이는 매번의 질문에 '엄마는 언제든지 해도 돼'라고 평생 허락을 해주었다. 그런데 8살이 되더니 마음이 바뀌었는데 '물어보고 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했고, 그 뒤 9살이 된 지금은 아침이나 잠들 때 물어보고 하곤 한다.


어린이에게 묻기 시작했던 것은 어쩌면 어린이의 경계를 존중해주고자보다 내 경계를 존중받고자 시작이었던 듯하다. 3살 무렵 자꾸 가슴을 만지려고 손이 불쑥불쑥 들어온 탓에 '엄마 몸이야. 엄마한테 물어보고 엄마가 괜찮다고 할 때만 만지면 좋겠어.'가 시작이었다. 그 뒤로 어린이는 '엄마 쭈쭈 만져도 돼?'라고 물었고, 나는 나의 상태에 따라 '응, 그래 대신 엄마가 싫다고 하면 바로 그만해줘야해',  혹은 '오늘은 엄마 가슴이 좀 불편해. 오늘은 안 만졌으면 좋겠어'라고 답했다. 물론 어린이는 거절 당할 때면 매우 섭섭해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몸의 경계를 배워갔던 듯하다.


우리집 어린이의 반에는 여자 어린이가 3명, 남자 어린이가 우리집 어린이 1명이다.(대안학교에 다니는 터라 한 반에 4명의 어린이가 배움을 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워낙 똘똘 뭉쳐 놀다보니 서로 손을 잡거나 몸이 부딪치는 건 부지기수이고 안아서 서로 들어올리거나 잡고 놓지 않는 등의 놀이도 서슴이 없다. 허물없이 잘 지내는구나 감사하다가도 놀이가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면 우리집 어린이에게 계속 말하게 된다. '손 잡기 전에는 손 잡아도 돼? 라고 물었으면 좋겠어.'라거나 '안는 게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라거나 말이다. 그럼 어린이는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니 그만해도 된다는 표정으로 얼렁뚱땅 대답해버리곤 한다.


반복하는 나의 이야기에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아는 듯하지만, 잔소리처럼 들리는 건가 싶어서 <내가 안아줘도 될까?>나 <내 머리 만지지 마세요> 등의 경계 존중과 동의에 관한 그림책을 주었다. 내 딴에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 역시도 '네 몸은 소중해.', '누가 네 몸을 만지려고 하면 안된다고 해야해' 정도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 이상으로 깊이 생각하거나 전하려고 노력을 못했구나 싶다. 


'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는 알록달록한 표지가 마치 어린이를 위한 책 같지만, 읽기 시작하면 이건 양육자 필독서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말 너무나 친절하게 양육자부터 교육하고 시작하는 책이다. 왜 경계를 존중하는 게 필요한 지, 어떻게 동의를 구해야하는지, 위험한 상황 혹은 포식자로부터 어떻게 피해야하는 지 등을 방법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앞어서 이게 왜 중요한 지부터 이해시키고 방법을 알려주고 실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까지 알려준다. 읽으면서 '그냥 이 문장은 통깨로 외워야겠어' 라고 생각한 문장이 한두개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의 구멍도 많이 발견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굉장히 모호했던 것들이 명확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보호자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도 읽으시면 좋겠다 싶다. 더 많이 읽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발견될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굉장히 큰 도움을 받으면서 여러차례 반복하면 읽게 될 듯하다. 


우리집 어린이에게 아직까지는 언제든 무슨 얘기들 들어줄테니 언제든 엄마에게 얘기하라고 얘기해왔지만, 이따금 그 기대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올해가 되면서 '좋은 본보기가 되는 어른 여성'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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