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성교육> 읽는 내내 참 좋았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고, 가슴을 치면서도 읽었다. 아하! 하고 뒤통수를 치는 내용도 있었고 안타까움이 한숨이 나오는 부분도 있었다. 양육자, 선생님들, 다양한 층위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아, 이 분들 이렇게 서로 이야기 나누고 글 쓰면서 그래도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교육을 아주 근원적인 부분부터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인간이 성적 존재라는 것. 언제였던가.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은 엄마아빠의 성관계를 독려하는 것과 같다는 걸 알아차렸던 때가 있었다. 아주 작은 곤충부터 동물까지 모든 생명은 교미의 관계를 통해 탄생한다. 그렇게 태어난 존재이면서 성과 관련된 것들은 과정이나 맥락에 대해서 지워버리려는 듯, 혹은 환상처럼 부풀리면서도 가장 더럽고 수치스러운 것처럼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아이엠비너스> 보면서,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 에 함께하면서 정말 했던 생각이었다. 모르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성교육의 혹은 성인식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
포괄적 성교육은 이 모든 것들을 이미 알아차린 현장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깨부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들을 토로하고 있었고, 그래서 읽으면서 참으로 감사했다. 이제 아이들은 포괄적 성교육을 받고 자라야하고 자랄 것이다. 그 범위는 지금은 아주 적겠지만 이렇게 고민하고 도전하는 선생님들과 활동가들이 있기에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양육자들도 배우고 따라가야한다. 사회도 변하고 배워야할 것이다.
이제 8살이 된 남자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아이는 성장하면서 청소년이 될 것이고 성인이 될 것이다. 무엇을 해야할까. 읽으면서 고민했다. 양육자로서, 여성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젠가 '포괄적 성교육'이 보편화되어 그냥 '성교육'이라고 불리어도 되는 때가 와야하는데,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을 여러번 읽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양육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함께 읽고 함께 변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포괄적 성교육은 자신의 몸, 욕망,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해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관계 맺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P5
우리에게 부족한 건 성평등한 관점이었다- P7
포괄적 성교육에서 ‘포괄‘이 성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학습적으로 포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바로 모든 학습자를 포괄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포괄적 성교육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누구든 소외되지 않고 모두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신의 성, 신체, 삶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민성 교육으로서의 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가 여기 모여 고민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P65
존중받은 경험이 있어야 존중할 수 있다.- P87
우리 모두 성적 존재이기에 모두가 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포괄적 성교육을 ‘우리 양육자‘부터 열어 갔으면 좋겠다.- P156
성교육은 일상교육이다.일상에서 이루어져야하고, 반복되고 연결되어야 ㅎ나다.- P179
두려움없이 말할 수 있고 존중받으면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분명 인권과 행복에 기여할 것이다.-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