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가 진짜 엄마야?>를 읽을 때마다 아이는 엘비가 엄마를 설명하는 묘사들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설 수 있다거나, 스파게티를 먹으며 용 발톱을 깎아 줄 수 있다거나 하는 엄마의 특별한 능력들이 호에겐 대단하다거나 놀랍다기보다 그냥 그런 책의 표현들이 재밌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서 내가 누가 진짜 엄마냐고 물었을 때 아이는 그냥 아무나 “이 사람!” 하고 가리키고는 내가 “그래? 그 사람 같아?” 하니 “아니?! 그럼 이 사람!”하고 다른 사람을 가리켰다. 아. 아이는 누가 엘비의 진짜 엄마인지 관심이 없구나 싶었다.
우리 아이는 누가 진짜 엄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아이에게 물었다. 내가 너의 진짜 엄마가 맞아?
아이는 확신에 찬 눈을 반짝이며 “응!”하고 대답한다.
아이에게 물었다. 00야,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아이는 단번에 “엄마는 좋은 사람”
아빠는? “아빠는 좋은 사람”
내친김에 계속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할머니는 좋은 사람”
어린이집 선생님은? “선생님은 좋은 사람”
그러고보니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놀러갈 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네 엄마나 다름없다고 했고, 카시트에 앉을 때에는 안전벨트가 엄마 대신에 너를 안아주고 지켜주는 거라고 했다. 아이에게 어린이집 선생님은 어린이집에서 엄마라고 했다. 아이를 지켜주고, 아이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온갖 것들을 다 ‘엄마’라고 얘기한 사람이 나였다.
오히려 나는 처음 책을 받고 호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다가 ‘엄마는 무서울 때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라는 문장을 접했을 때 울컥 해서 눈물을 꿀꺽했다. 용의 발톱을 깎아 주거나 한손으로 물구나무를 서거나 하지 않더라도 그냥 이따금 나를 꼭 안아준다거나,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그건 내가 우리 엄마에게 많이 바랐던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쩌면 이 책은 아이보다 성인에게 필요한 책일 수도 있다. 자기도 모르게 낳고 키운 사람만 엄마이고 엄마는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엄마에 대한 자신만의 기대와 실망이 있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생각해보면 경험의 문제다. 남편을 낳아주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지금은 남편의 아버지가 재혼하셔서 새 어머니가 계시다. 그러니 아이에게는 ‘하늘나라 할머니’와 ‘할머니’가 계시다. 그리고 나의 엄마도 아이에게는 ‘할머니’다. 이미 할머니가 여러명인 아이는 아빠와 엄마의 엄마도 여러명이고 그 모든 엄마들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신을 아껴준다는 걸 안다. 그런 아이에게는 엄마가 둘이든 셋이든 그게 이상할 게 없고, 도대체 왜 자꾸 엘비에게 누가 진짜 엄마라고 묻는지 의아할 뿐이다.
그러고보니 그러다. 누가 진짜 엄마인지가 뭐가 중요한가.
진짜는 뭔가. 진짜가 아닌 건 또 뭐고.
중요한 건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엄마가 있다는 것이고,
게다가 2명이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