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독서는 거의 문학 분야의 책에 국한되어 있고, 특히 소설집과 시집을 주로 읽는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오산이었음을 깨닫고 다시금 나의 내면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스스로와 친해지려는 노력을 함과 동시에 전문가들이 펴낸 책들을 보며 도움을 받으려 하고 있다.
그리하여 선택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콰이어트나 센서티브와 같은 책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성격과 성향에 대해 더 잘 알게 해주고,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라면, 이 책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에세이나 인문학 분야의 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점을 두고 고민하는 부분이 저자와 관련된 부분이다.
요즘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글을 써서 독자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늘어난 데다가, 독립출판의 저변도 넓어져서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제작, 출판, 판매하는 생태계도 활발해졌다.
이로 인해 때로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저자의 이력이나 삶의 궤적을 유심히 보고 책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상담 심리 분야를 전공(박사과정 연구 중에 있음) 한 뒤 심리 상담을 하면서 실존과 심리에 관한 주제로 모두 다섯 권의 책을 지은 경험이 있어 신뢰를 가지고 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지난 삶이 어떻게
지금의 감정들을 만들어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책의 겉표지 제목 위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사람이 품을 수 있는 감정 중에서 불편하거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감정 여덟 가지(슬픔, 그리움, 죄책감, 수치심, 배신감, 원망, 분노, 두려움)를 추려서 그 감정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프롤로그 후반부 즈음 모리타 치료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감정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해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꽤 많은 것을 얻은 느낌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나로 하여금 한 번 더 깊은 생각하게끔 했던 내용 세 가지가 있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짊어져야 할 한 사람 몫의 짐이 있다.
그 짐을 누군가에게 덜어놓으면 나는 편하겠지만 상대방은 그만큼의 몫이 더해져 과부하가 생긴다.
잠깐 여력이 있을 때 누군가의 짐을 들어줄 수 있지만 그 시간은 오래일 수 없다.
반드시 탈이 나고 말기 때문이다.
저마다 한 사람의 몫은 감당하고 살아야 한다.
내가 절대 누구의 몫까지 두 사람의 몫을 감당할 순 없는 일이다.
<수진 이야기 - 죄책감은 어떻게 삶을 짓누르는가 / p.90-96>에 대한 나의 단상
삶과 죽음이 따로 있지 않고 우리는 삶과 죽음을 매 순간 왔다 갔다 하는지도 모른다.
숨을 토하는 게 죽음이고, 들이마시는 게 삶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삶이고, 매일 밤 잠자리에 드는 것이 죽음이라고 표현했던 고대 철학자의 말도 있지 않은가!
<들숨과 날숨 - 집착하면 병이 된다 / p.229-231>에 대한 지은이의 단상
마음은 흐른다. 감정이란 것도 멈춰 있지 않고 계속 흐른다.
내버려 두면 흐르고 변하는 것이 마음이고 기분인데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나는 감정에 휘둘려지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제거의 대상,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레 흘러온 것이니,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 목적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은 흐른다. 자연의 원리로 마음을 바라보다 / p.232-235>에 대한 나의 단상
자칫 무겁기만 한 심리학 서적이 아닐까 했지만 이론적인 내용의 서술보다는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들을 예시로 들거나 실제 있었던 상담 사례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이어서 내용이 무겁고 딱딱해지지 않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저자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졌다. 전공인 심리, 상담 분야뿐만 아니라 문학과 영화에도 조예가 있으신 듯 꽤 많은 소설과 영화가 예로 들어져 있으며 각 감정에 대해 잘 알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여기서 인용된 소설과 영화도 따로 찾아볼 계획이다.
(인용된 영화들을 검색해보니 전부 관객들의 평이 좋은 수작이 많다. 나는 왜 한 편도 보지 못한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