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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로의 산책
  • 원도
  • 최진영
  • 13,500원 (10%750)
  • 2024-03-30
  • : 10,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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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최진영
#한겨레출판

✏️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이해하지 못한,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잔인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전에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야, 한심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끝에 다다를 즈음, 작가가 소설을 정리하듯 던지는 말에 멱살을 잡힌 듯 합니다.

📖
그리고 지금 여기, 당신,

지금까지 원도의 기억을 쫓아온 당신도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인물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은가? (239쪽)

독자로써 속마음을 들키는 순간이었고, ‘그래, 당연하지!‘를 속으로 외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 역시 아니다.
그것을 묻는 당신은 누구인가.
이것이다. (240쪽)

늘 그런 듯합니다. 머리가 먼저 나서고 마음은 머리 때문에 분노하게 됩니다. 혹자는 이를 좋게 포장해 냉철한 이성이라고 합니다. 포장을 벗겨내면 그저 치기어린 비난에 불과할 뿐입니다.

소설 속 원도는 횡령범에 사기꾼이자 뺑소니 살인범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가가 말한대로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원도의 삶, 그의 서사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안쓰러운 마음도 듭니다. 그런 혼돈 속에서 원도가 죽음을 선택하려는 모습이 다시 혼돈을 자아냅니다.

원도라는 인물을 판단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으냐를 두고 원도에게 향하는 독자로서의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정죄할 것인지, 살아야 된다고 구원의 손길을 뻗을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내가 뭐라고 한 사람의 삶을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나‘입니다.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하든 그것은 고스란히 그의 몫일 뿐입니다. 내가 그의 선택을 결정지을 권리란 어디에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지금 너의 삶은 어떠하냐?˝ 입니다.

...

🔖
이 소설은 2013년에 발표된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가 초판입니다. 2018년에 작가의 요청으로 절판되었다가 2024년에 <원도>라는 제목으로 다시 선보인 개정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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