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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umi님의 서재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 14,850원 (10%820)
  • 2025-06-16
  • : 1,732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책은 삶의 곁을 스치듯 지나가고, 어떤 책은 삶의 결을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어떤 책은 그저 읽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할 문장으로 남는다.

 

어떤 책은 끝내 덮을 수 없어 마음의 책장에 오래도록 펼쳐진 채 남는다.

그리고 어느 페이지에선가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 된다.

 

나에게 이 책이 그랬다.

이미 두 번 읽은 책이었지만, 서평단 모집 광고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책과 우정을 나누는 기분이다 ㅎㅎ

 

소설이 서간체이다 보니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지루한 편지를 읽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들과 나의 경계가 흐려졌다. 나는 점점 그들과 척박한 현실을 같이 살아내면서 문학이 삶을 어떻게 일으켜 세우는지, 독서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무기가 되는지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영국 해협의 작은 섬, 건지를 배경으로 한다. 런던의 작가 줄리엣은 우연한 편지를 통해 이 섬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고, 그들을 만나러 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소설은 전적으로 ‘편지’로만 구성되어 있어, 독자는 인물의 내면과 시대의 공기를 그대로 ‘엿듣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처음엔 낯설지만 곧 빠져들게 된다.

 

소설의 중심에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서도 독서를 통해 삶을 지켜내고자 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수상한 이름의 모임은 독일군 점령 하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위트와 기지로 위기를 모면했던 사람들의 연대에서 비롯되었다.

 

작중 북클럽 회원들은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사랑을 떠나보내고, 가난과 트라우마 속에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애정과 책에 대한 사랑은 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토머스 하디를 읽고, 누군가는 오스카 와일드의 유머에 웃으며 하루를 버텨낸다. 이런 문학적 순간들이야말로, 절망 속에서도 인간을 인간으로 있게 해주는, 인생이 건네는 뜻밖의 선물이 아닐까.

 

북클럽은 단지 책을 읽는 모임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을 나누며 잠시 머물 수 있는 안식처가 될 수 있고, 말할 수 없는 상처가 있어도 책 속 문장을 빌려 마음 한 줄을 꺼내 놓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받은 선물은 ‘북클럽’의 소중함이다. 죽기 전까지 북클럽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는데, 이후로 노년의 삶이 기대되었다.

 

 P. 20

“제 책이 어쩌다 건지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이 책이 나에게로 왔고, 나는 지금도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의 회원이 되고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진심을 다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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