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도서서평 동아리에서 이 책을 읽고 리뷰한 바가 있다. 이 책은 권장도서 리스트에 항상 포함되어 있는 중요한 책이지만 선뜻 쉽게 읽어내기는 어렵다. 시간이 지나 다시 접하게 되었을 때도 역시, 흥미진진한 소설책 마냥 읽어갈 순 없었다. 하지만 소장가치가 충분하며, 두고두고 다시 꺼내 읽기 좋은 책임은 분명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연주의의 대표자이자 작가이며 철학가이다.월든에는 헨리데이비드 소로라는 사람의 정신적 고찰, 자연을 아끼는 그의 마음과 이 세상의 여러 문제에 대한 그의 고뇌가 담겨있다. 또한 시민불복종에서는 정부의 올바른 역할이란 무엇인가, 보다 나은 정부가 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를 서술하고 있다.
1.시민 불복종
먼저, 뒤편에 실린 짧은 시민 불복종.
그 내용의 핵심은 이것이다.
나는 우리가 먼저 사람이 되어야지, 먼저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의보다 법률을 더 존중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의무는 언제 어디서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월든>_헨리 데이비드 소로, 현대지성
정의롭지 못한 법률, 불의에 저항하라. 투표를 중시하라. 소수가 과반수에 순응하고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지 않는다면 소수 조차 되지 못한다. 라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말한다. 우리는 시민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비폭력적인 한도 내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야 한다.
2. 월든
1. 어떤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은 다른 주제에 대한,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길이라는 걸 느꼈다.
2. 소로는 문학가이다. 단순히 수필 또는 의견을 표하는 글이라기엔 문체가 너무나 아름답다.
나는 숲속에 올빼미가 있어 즐겁다. 그들이 인간을 위해 백치 같고 악마 같은 울음소리로 계속 울도록 두자. 그것은 해싳이 스며들지 않는 습지와 미명의 숲속에 아주 잘 어울리는 소리다. 그것은 인간이 아직 자기 것으로 인식하지 못한 광대무변한 미개발의 자연을 암시한다. 올빼미 소리는 우리 모두가 가진 저 지독한 미명과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상징한다.
<월든>_헨리 데이비드 소로, 현대지성
나는 월든을 자기계발서 처럼 읽었다. 연말연초에 읽어서 그런지 좋은 문구들이 더욱 와닿았다.
하루 중 가장 인상적인 때인 아침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다. (...) 우리가 추락해버린 더 높은 생활에 대한 열망으로 깨어나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어둠은 열매를 맺고, 그 어둠도 빛 못지않게 좋은 것임을 증명한다. (...) 우리는 다시 깨어나야 하고, 그 깨어남의 상태를 지속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계적인 방법으로 깨어나는 거이 아니라 새벽을 무한히 기대함으로써 깨어나야 한다. (...) 이것이 단순한 시간 경과로는 동트게 할 수 없는 새벽의 특징이다. 우리 두 눈을 어둡게 하는 빛은 우리에게 어둠이다. 우리가 깨어나는 날이야말로 비로소 새벽이 동트는 날이다. 앞으로 동터야 할 많은 날이 있다. 태양은 아침에 떠오르는 별일 뿐이다.
<월든>_헨리 데이비드 소로, 현대지성
특히 새벽에 빚대어, 꺠달음을 얻고 보다 향상된 삶으로 접어드는 것의 중요성을 서술한 부분이 좋았다. 우리 두 눈을 어둡게 하는 빛은 우리에게 어둠이다.. 요즘 너무 많은 정보가 있고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리기 쉬운 시대이다. 다양한 지식과 다른 현명한 사람들의 의견을 접할 수 있지만 그만큼 줏대있는 자기 철학을 갖기가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자아성찰과 깊은 탐색은 쌓을 수록 자양분이 된다. 우리는 그저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내면을 마주하고 영혼부터 깨어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 인디언의 방식으로, 식물적인, 매력적인 혹은 자연적인 수단으로 인류를 회복해야 한다. 먼저 우리 자신이 자연처럼 단순하고 건강해져야 하고, 우리의 이마 위에 드리운 구름을 걷어내야 하며, 우리의 땀구멍 속으로 약간의 생명을 호흡해야 한다. 가난한 자들의 감독자가 되려 하지 말고, 이 세상의 가치 있는 인물이 되려고 애쓰라.
<월든>_헨리 데이비드 소로, 현대지성
자연을 말하는 것은 곧 사람에 대해 말함이다. 이에 더해서 소로는 사람들, 국가, 정부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부드럽게 피력하고 있다.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부드럽고 온화하고 심지어 문학적인 서술 덕분에 흥미진진하지는 않을지얺정 어딘가 불편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온화한 할아버지와 주말 오후에 티타임을 갖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철학을 알고 싶을 때, 혹은 그저 마음을 가다듬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