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책표지는 너무나 감동이었고, 힘들었던 나를 위로해주었고,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원래 보라색을 좋아하진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표지가 주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왠지 모를 고요함과 차분함이 전해져서인지 많이 좋았다.
바쁜 요즘, 일상에서 계속 치이면서 힘들었지만, 후기를 더이상 늦출 수 없었기에, 퇴근 후 매일밤 이 책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그냥 놓고 명상만 하고 싶다'였다.
분명 이 책을 쓴 저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무언가를 깨닫고 그걸 전해주기 위해 쓴 책인데, 읽는 사람 마음이 심란하니, 귀한 내용들이 자꾸 다 튕겨져나가서 힘들었다.
그만큼 요즘 내가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었나보다.
그럼에도 와닿았던 구절들은 있었기에, 기록하자면,
궁극적인 은총은 매 순간이 은총이며 그 자체가 기적임을 아는 것이다. 순간순간을 그렇게 경험하는 것은 선물과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기에 자리 잡고 우리의 존재의 본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아디야샨티의 가장 중요한 것 中 81p
'늘 매순간이 기적이고 사랑임을.. 매순간마다 깨닫게 해주소서..' 하고 기도해본다.
내가 만들어낸, 그리고 모두가 함께 만들어냈을 부정적인 것들에서, 모두가 긍정적인 것들로 나아갈 수 있게, 항상 깨어있는 나와 우리를 상상해본다.
고요한 나.
고요한 우리.
고요하고 거룩한 세상을, 상상해본다.
얼마나 깊이 명상할 수 있는지는 귀 기울여 듣는 능력에 달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상할 때 듣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이 하는 명상 기법에 얽매여서 바른 방법으로, 혹은 그들이 바르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명상하는 데 매달리면서 그저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 한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때로는 인정하지도 않는 의도를 가지고 명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주의하지 않으면 그 의도가 곧 명상이 되어버린다. 다시 말해, 고요한 마음이든 평화든 행복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자신의 의도를 명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은 의도를 포기하는 것이다. 명상이란 생각에 어떤 것을 더하지도 않고 생각에서 아무것도 덜어내려 하지 않을 때, 또 생각이 일어나도록 하지도 않고 일어나지 않도록 막지도 않을 때 자연스럽게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디야샨티의 가장 중요한 것 中 143p
이 부분을 읽으면서 스스로가 명상을 잘못하고 있는 건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보통 긍정감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그것마저도 놓아버리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생각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보리수 아래 앉아 있는 붓다가 그곳에 앉게 된 까닭은 처음 듣는 내용이어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붓다가 오랫동안 길을 걷고 수행하고 헤매면서, 끝이 안보였을 그 순간까지 가서야 비로소 깨달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
그는 삶의 가혹한 현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우리가 보통 헌신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있는 힘을 다해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 대신 존재의 뿌리에 앉아서 인간 존재의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해결점을 찾으려 했고, 마침내 깨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보리수 아래 앉아 있는 붓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가르침이다. 커다란 장애물을 만났을 때, 내면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곳을 발견했을 때, 피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할 때, 우리는 '바로 거기에 앉아야'하고ㅡ그 경험의 뿌리에, 생명의 나무의 뿌리에 앉아ㅡ'고요'해야 한다. 이것은 쉽지 않지만 위대한 가르침이다.
아디야샨티의 가장 중요한 것 中 85p
예수 일화도 나오는데 예수도 자신의 미래를 알고서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바로 순응하고 '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의미있어 보인다.
"역경의 한가운데에서 고요하라. 그리고 그 순간 일어나는 모든 것에 응할 수 있게 되어라."
고요하라는 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마음을 가라앉히는 행위가 아니다.
모든 순간 일어나는 것에 우리가 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열려 있을 때ㅡ어려운 일이지만ㅡ삶에 맞서 싸우기를 중단하고, 어떤 상황에 있어도 그것에 거스르기를 중단하고서야, 발견할 가능성이 생긴다. 여기서 은총의 큰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아디야샨티의 가장 중요한 것 中
우리가 지금 있는 것으로부터 도망가기를 멈추고, 그것이 미지일지라도 그 한가운데에 앉아 있으면,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정말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었든 나는 그때의 그 상황에 완벽하게 만족하고 순응하고 있었고, 선한 의도를 품고 있었고, 그때 변화가 시작됐다. 그때의 그 시작이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마저도 그저 완벽한 은총이라 여기고, 파도에 몸을 맡겨야지 싶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일들, 알려지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이것마저 은총일까?
그리고 그땐 그랬고, 세상으로 깊숙이 들어온 요즘 느끼는 점은.. 고요는 이미 나와 함께 있다는데, 그것과 함께 있는 일은 이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그 적용이 정말 힘든 것 같다.
순간순간이 치열한데, 어떻게 고요하지?
그렇지만 어쨋든간에 이 길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함께 고요한 방법을 계속 찾아나갈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내 삶의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의 아름다운 보랏빛 표지만큼이나 고요하고 차분한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고요하고 차분한 삶을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책 마련해주신 아디야샨티와 불광출판사, 옮긴이 이창엽님, 그리고 아쉬람 카페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