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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듣고쓰고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주인공인 하지메와 그의 첫사랑이었던 시마모토가 하지메가 운영하는 바bar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시마모토는 약 3달 전에 하지메를 만나기 위해 바bar에 한 번 왔었고 이번이 두 번째다. 그간 하지메는 그녀가 오랫동안 오지 않자 첫 번째 만남에서 자신이 시마모토에게 혹여나 실수한 건 없었는지 곰곰이 생각하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마음고생을 꽤나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마모토가 그간 바bar에 오지 못했던 건 다행히도 하지메 때문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하지메는 이에 안도한다.

한편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소가 바bar이다보니 본문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시마모토는 이 가게의 칵테일이 다른 집보다 맛있다고 칭찬을 건내면서 그 비결을 물어본다. 이에 하지메는 노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면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행에 옮기는 걸 어려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력 없이는 이루어지는 게 없어."- P152
"난 틈만 나면 늘 상상을 하거든. 만일 내가 손님이라면 하고. 만일 내가 손님이라면, 누구와 어떤 가게에 가서, 어떤 것을 마시고 먹고 싶어 할까? 만일 내가 이십 대의 독신 남성이고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라면 어떤 가게에 갈까? 그런 상황을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상상해가는 거야. 예산은 어느 정도일까? 어디에 살고 있고, 몇 시쯤까지 가게를 떠나 집에 가지 않으면 안 될까? 그런 구체적인 상황들을 수없이 생각하는 거야. 그런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에 가게의 이미지가 점점 명확한 모습을 띠게 돼."- P154
"혼자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거야.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거지. 그건 어렸을 때부터 내가 줄곧 해온 일이거든. 가공의 장소를 하나 만들고, 거기에 하나하나 정성껏 살을 붙여가는 거야. 여기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저건 이쪽으로 바꾸는 편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이야. 시뮬레이션 같은 거지."- P154
"나는 지금 하는 일이 좋아. 나는 지금 두 군데에 가게를 가지고 있어. 하지만 때때로 그건 내가 내 머릿속에 만들어낸 가공의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건 그러니까, 공중정원空中庭園 같은 거지. 나는 거기에다 꽃을 심기도 하고, 분수를 만들기도 하는 거야. 아주 정교하게, 아주 생생하게 만들고 있는 거지. 거기에 사람들이 찾아와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돌아가. 어째서 매일 밤마다 많은 사람이 비싼 돈을 내가면서 일부러 여기까지 술을 마시러 오는 거라고 생각해? 그건 말이지,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많든 적든 간에 가공의 장소를 찾고 있기 때문이야. 정교하게 만들어진,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공 정원을 보기 위해서, 그 풍경 속으로 자신도 들어가기 위해서, 그들은 여기에 오는 거야."- P156
"돈을 쓰는 방법만 생각하는 편이 어쩌면 더 나은 건지도 몰라"...(중략)... "돈을 버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면 말이지, 많은 것이 점점 닳아가거든.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닳아가는 거야."- P157
"하지만 넌 모를 거야.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넌 많은 것을 생산해내고 있다고 생각해."
"이를테면 어떤 걸?"
"이를테면 형태가 없는 것을"- P157
"그건 감정 같은 걸 말하는 거야?"
"그렇지. 무엇이든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잖아. 이런 가게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 사람들의 기호가 조금씩 변하고, 경제의 흐름이 조금만 바뀌어도 지금 여기 있는 상황 같은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말지. 나는 그런 예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거든. 정말로 간단한 거야. 형태가 있는 건 하나같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리지. 하지만 어떤 종류의 생각이라는 건 언제까지고 남는 법이지."
"하지만 하지메, 그런 생각이 남기 때문에 그만큼 괴로운 감정이라는 것도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P158
"그저 그런 걸 추구하기 위해 무언가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은 없어. 아홉 번 엇나가도 한 번의 지고한 체험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매진해가는 거지. 그리고 그것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거고. 그런 게 예술이 아닐까 싶어."- P159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 지금은 경영자니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자본을 투자하고 회수하는 거지. 나는 예술가도 아니고, 뭔가를 창조해내고 있는 것도 아니야. 그리고 내가 여기에서 예술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좋든 싫든, 이곳에서는 그런 걸 추구할 수도 없지.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예의 바르고 깔끔한 사람들이 훨씬 다루기 쉽거든.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온 세계가 찰리 파커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P159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저 아이의 재가 바다로 흘러들어, 물과 뒤섞여 증발해서, 그것이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어 지상에 내리게 될까 하는 그런 이야기야."- P174
"누구에게나 친절한 게 아냐. 누구에게나 친절하기에는 내 인생은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어. 너 한 사람한테 친절하기에도 내 인생은 벅차다고. 만일 한정되어 있지 않다면 너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P180
"위에서 내려다보면 잘 알 수 있지. 걸어 다니면서는 여간해선 알 수 없어."- P189
"요즘 들어 땅값이 급등하면서 종전의 오래된 빌딩으로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졌어. 오래된 건물로는 임대료를 비싸게 받을 수도 없는 데다 임대인의 숫자도 줄게 마련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새롭고 더 큰 건물이 필요해지는거야. 개인 소유의 집도 이렇게 도심의 땅값이 치솟으면 고정 재산세라든지 상속세 같은 걸 낼 수가 없게 되지. 그래서 다들 팔아버리는 거야. 도심의 집을 팔아버리고 교외로 이사 가는 거지. 그런 집을 사들이는 건 대개가 전문 부동산 업자들이야. 그런 사람들이 원래 있던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그 자리에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 건물을 세우지."- P189
"땅만 가지고 있으면 은행은 그걸 담보로 얼마든지 돈을 빌려주니까, 땅만 갖고 있으면 돈을 융통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거야. 그렇게 해서 잇따라 빌딩이 올라가는거지."- P190
도시의 양상이라는 건 경제의 양상을 여실히 반영해내는 것- P190
"노는 건 좋지만 노는 상대만큼은 제대로 고르는 편이 좋다는 걸 알아야 해. 자칫 상대를 잘못 고르게 되면 인생을 망치게 돼. 나는 그런 경우를 여러 번 봐왔네."- P196
"알겠는가? 별 볼 일 없는 여자를 상대하지는 말게. 별 볼 일없는 여자랑 놀다 보면 본인까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고 마네. 멍청한 여자랑 놀다 보면 본인까지 멍청한 사람이 되고 말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좋은 여자와도 놀지 말게. 너무 좋은 여자와 얽히다 보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돼.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되면 미궁에 빠지게 되는 거고. 내 말 이해하지?"- P196
"몇 가지만 조심하면 돼. 여자에게 살 집을 마련해 주면 안 되네. 그건 치명타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 2시까지는 집에 들어가게, 새벽 2시가 의심을 받지 않을 한계점이야. 그리고 또 하나, 핑계를 대기 위해 친구를 끌어들이지 말게. 바람을 피우다 보면 언젠가 들킬 수도 있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친구까지 잃을 필요는 없는 거야."
"왠지 경험담처럼 들리는데요."
"맞아. 인간은 경험으로밖에는 배울 수가 없거든" 하고 장인은 말했다.- P197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는 인간도 더러 있지."- P197
"처음이라는 건 누구든 많건 적건 간에 실수를 하게 마련이지."- P198
"같은 자식이라도 커갈수록 점점 좋아지거나 싫어지는 기호라는 게 나타나지. 자식들도 그렇지만 부모도 그런 게 생기지. 자네도 곧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거야."- P200
"자네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네. 그건 굉장한 재능이야. 그 눈을 언제까지고 소중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나 자신은 변변찮은 인간이지만 변변찮은 것만 만들어내는 건 아니라고."- P200
형태가 있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다.- P203
난 가능하다면 딸아이에게 지금 당장 말을 사주고 싶었다. 이런저런 모든 게 사라져버리기 전에. 모든 것이 훼손되고 망가져버리기 전에.- P208
시마모토 안에는 그녀만의 고립된 작은 세계가 있다. 그것은 그녀만이 알고 있으며, 그녀 자신만을 받아들이고 있는 세계였다. 나는 거기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 세계의 문은 딱 한 번 내게 열리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문은 다시금 닫혀버리고 말았다.- P211
"하지메, 사진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그건 단지 그림자 같은 거야. 진짜 나는 다른 곳에 있어. 그런 건 사진에는 나오지 않아."- P213
그 사진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잃어버렸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제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는 원상회복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건 그때 그 장소에만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P214
"이상하네. 넌 그 세월의 공백을 메우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야. 난 그 세월을 조금이라도 공백으로 놔두고 싶은데 말이야."- P214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종류의 일들은 되돌릴 수 없어. 한 번 앞으로 나가고 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지. 만약 그때 뭔가가 조금이라도 뒤틀렸다면 그건 뒤틀린 채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마는 거야."- P217
"항라머리검독수리는 예술을 먹고 살지. 독수리는 이름도 없는 사람들의 시체를 먹고 살고. 전혀 다르지."- P219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혼자서 무럭무럭자라는 것이다.- P219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는 건 내게 있어 하나의 커다란 행복이었다. 하지만 딸들이 실제로 한 달이 다르게 자라나는 걸 보고 있으면 때때로 심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마치 내 몸 안에서 수목이 점점 성장해가면서 뿌리를 뻗어가고 가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내 내장과 근육과 뼈와 피부를 압박해서 억지로 뻗쳐나가는 듯했다. 그런 생각은 때때로 잠을 이룰 수도 없을 만큼 나를 숨 막히게 했다.- P220
가게에는 현상을 유지해야 하는 시기와,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그건 사람과 마찬가지다. 어떤 것이라도 똑같은 환경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면 에너지가 서서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슬슬 뭔가 변화를 줄 필요가 있겠다고 나는 얼마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공중정원은 사람들에게 결코 싫증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P223
‘아마도‘와 ‘한동안‘이라는 애매한 두 단어는 그 애매함으로 나를 괴롭혔다.- P224
나는 어떡하든 나를 바쁘게 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P224
강도 높은 운동은 내게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았고, 매일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일상적인 차원에서의 집중력을 되찾아주었다. 나는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을 피했다. 어떤 일을 해도 늘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세수할 때도 진지하게 세수했고, 음악을 들을 때도 진지하게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P225
내가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시마모토가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P226
시마모토가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자 때때로 그곳은 마치 공기가 없는 달의 표면처럼 느껴졌다. 시마모토가 사라져버리고 나자 내가 마음을 열 수 있는 장소는 이미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P228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것은 점점 강렬한 기억이 되어 되살아났다.- P228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 P229
그때 그녀는 정말로 나를 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나를 위하여 열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주춤한 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달의 표면처럼 텅 빈, 생명 없는 세계에 멈춰 서고 만 것이다. 이윽고 시마모토는 떠나갔고, 내 인생은 다시 한번 상실되고 말았다.- P229
울 수 있다면 편안해질 텐데 하는 생각을 할 때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울어야 좋을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누구를 위해서 울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타인을 위해서 울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나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이었고, 나 자신을 위해 울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어버렸다.- P229
이런 생활을 이대로 계속 이어나갈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 내가 내린 최종적인 결론이었다.- P230
나는 내가 물고기가 되었다고 상상하면서 헤엄쳤다. 나는 단지 물고기일 뿐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헤엄치고 있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단지 이곳에 있고 그냥 나 자신이면 된다고. 그것이 물고기로 존재하는 의미라고.- P231
"극비 정보라는 게 도대체 뭐라고 생각해? 확실하게 벌 수 있다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해?"
"모르겠어."
"주가 조작이야." 나는 말했다. "이제 알겠어? 회사 내부에서 고의로 주가를 조작해서 인위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내게 해서 패거리들끼리 나눠 먹는 거야. 그리고 그 돈이 정계로 흘러 들어가기도 하고, 기업의 비자금이 되기도 하는 거야."- P234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주식 같은 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만약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주식이 있다면 그건 부정한 주식 거래 주야."- P235
"한동안이라는 건 말이지, 시마모토, 기다리는 입장인 사람에겐 길이를 헤아릴 수 없는 말이야."- P245
"그리고 아마도라는 건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말이야."- P245
"중간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중간도 존재하지 않지."- P247
"스타 크로스드 러버스, 그건 무슨 뜻이야?"
"엇갈린 운명을 타고난 연인들. 불운한 연인들. 영어로는 그런 표현을 쓰거든. 이 곡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지. 엘링턴과 스트레이혼은 온타리오에서 열린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기 위해 이 곡을 포함한 조곡을 만들었어. 오리지널 연주에서는 조니 호지스의 알토 색소폰이 줄리엣 역을 연주했고, 폴 곤잘베스의 테너 색소폰이 로미오 역을 연주했지."-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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