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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듣고쓰고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은 소설 속 등장인물인 ‘나‘와 바를 운영하는 ‘J‘와의 대화인데 뭔가 표현이 신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의 핵심은 ‘껍데기가 바뀌어도 본질은 똑같다‘라는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 성향에 따라서는 변화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무작정 변화를 거부하면서 기존의 관점이나 가치관 등을 고수하려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소설 속 ‘나‘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변화의 파도를 거스르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바람직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여기서 소설 속 ‘나‘와는 반대로 생각하여 불평이나 불만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버린다면 1차적으로는 그 당사자의 마음이 타들어가기 시작할 것이고 2차적으로는 그 주변인들의 마음까지도 부정적인 에너지에 점령당할 것이다.

문득 이런 문장이 생각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어때, 가게가 달라져서 어수선하지?"
"그렇지 않아"라고 나는 말했다. "혼돈이 그 모양을 바꾸었을 뿐이지. 기린과 곰이 모자를 맞바꾸고, 곰과 얼룩말이 목도리를 서로 바꾼 거야."- P159
"시대가 바뀐 거지"라고 나는 말했다. "시대가 바뀌면 여러가지가 바뀌는 법이지. 하지만 결국은 그걸로 된 거야. 모든게 뒤바뀌는 거니까.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없지."- P160
이곳에서는 이미 새로운 규칙이 세워져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그것을 멈출 수는 없다.- P166
"이제는 모두 다 끝나버린 게 아닐까?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 P170
"5년이나 지나면 모든 일들은 완전히 변해버리게 마련이지."- P171
내게는 알 수 없는 일이 무수히 많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현명해지는 건 아닌가 보다.- P173
"성격은 조금씩 변하지만 평범함이라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라고 어떤 러시아 작가가 쓴 말이 생각났다. 러시아인은 가끔 아주 재치 있는 말을 한다. 겨울 동안에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P173
세계는 나와는 관계없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나와는 관계없이 길을 건너고, 연필을 깎고,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서 1분에 50미터 나아가는 속도로 이동하고, 갈고닦은 제로의 음악을 커피 라운지에 흩뿌리고 있는 것이다.- P176
세계ㅡ이 말은 언제나 내게 코끼리와 거북이가 필사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원반을 생각나게 했다. 코끼리는 거북이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북이는 코끼리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어느 쪽도 세계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P176
작은, 정말로 작은 데서부터 사람은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지울 수없는 얼룩처럼, 그것은 조금씩 온몸을 뒤덮어간다.- P177
"어떤 한정된 시간에 기다리는 일에만 집중하면, 이제 나머지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고 말아. 그것이 5년이든 10년이든 한 달이든 마찬가지지."- P178
비현실적인 것이란 그리 오래가진 않지.- P179
"보드카에 그레이프프루트를 탄 것을 뭐라고 하지?"
"솔티 도그."- P180
나는 두 잔째 위스키를 제일 좋아한다. 첫 잔의 위스키로 한숨 돌린 기분이 되고, 두 잔째의 위스키로 머리가 정상이 된다. 석 잔째부터는 맛 따위는 없다. 그저 위 속에 들이부을 뿐이다.- P182
"그러나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 정직과 진실의 관계는 선두船頭와 선미船尾의 관계와 비슷해. 먼저 정직함이 나타나고, 마지막에 진실이 나타나는 거야. 그 시간적인 차이는 배의 규모에 정비례하지. 거대한 사물의 진실은 드러나기 어려운 법이야. 우리가 생애를 마친 다음에야 겨우 나타나는 것도 있지. 그러니까 만약에 내가 당신에게 진실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 책임도 당신의 책임도 아니야."- P190
"우리는 재력이 부족한 한 마리 늑대니까요."- P191
"인간을 대충 두 가지로 나누면 현실적으로 평범한 그룹과 비현실적으로 평범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당신은 분명히 후자에 속하지. 이건 기억해두는 게 좋을걸. 당신이 걸어온 운명은 비현실적인 평범함이 걸어온 운명이기도 하니까."- P194
뻐꾸기는 저녁땐 울지 않는다.- P196
"세계는 평범하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그렇다면 세계는 처음부터 평범했는가? 그렇지 않아. 세계의 원초는 혼돈이고, 혼돈은 평범이 아니야. 평범해지기 시작한 것은 인류가 생활과 생산 수단을 분화시키고 나서부터지. 그리고 카를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를 설정함으로써 그 평범함을 고정시켰어. 그래서 스탈린주의는 마르크시즘에 직결되는 거지. 마르크스를 긍정해. 그는 원초의 혼돈을 기억하고 있는 흔치않은 천재 중의 한 사람이니까. 나는 똑같은 의미에서 도스토옙스키도 긍정하고 있어. 그러나 나는 마르크시즘을 인정하지 않아. 그건 너무나 평범하거든."- P204
앞으로 나아가는 부분이 ‘의지 부분‘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부분이 ‘수익 부분‘이야.- P214
"의지는 분열될 수 없어. 100퍼센트 계승되거나 100퍼센트 소멸되는 것 둘 중 하나일 뿐이지."- P215
"‘의지‘란 뭐지요?"라고 나는 물어보았다.
"공간을 제어하고, 시간을 제어하고, 가능성을 제어하는 관념이지."- P215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자기인식의 부정이야. 거기에서 비로소 완전한 혁명이 실현되는 거지. 당신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노동이 자본을 포함하고 자본이 노동을 포함하는 혁명이야."
"환상처럼 들리는데요."
"그 반대지. 인식이야말로 환상이야."- P215
"내 설명은 나와 그 의지 사이의 관련을 또 다른 언어적인 관련으로 나타낸 것일뿐이야. 인식의 부정은 또한 언어의 부정과도 관련 있는 거야. 개인의 인식과 진화적 연속성이라는 서구 휴머니즘의 두 기둥이 그 의미를 잃을 때, 언어도 역시 그 의미를 잃는 거지. 존재는 개체로서 있는 것이 아니고 혼돈으로서 있어. 당신이라는 존재는 독자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저 혼돈일 뿐이야. 나의 혼돈은 당신의 혼돈이기도 하고, 당신의 혼돈은 나의 혼돈이기도 하지. 존재가 커뮤니케이션이고, 커뮤니케이션이 존재인거야."- P216
"개개의 질량은 변함없는데 의식만 확대되어 가면 그 궁극에 있는 것은 절망뿐인 거야. 내가 말하는 평범함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지."- P216
"평범함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하며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P222
"볼을 잡은 이상 골대까지 달리는 수밖에 없겠지. 설사 골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P222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막연하게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만약 우주인이 내게 "이봐, 적도는 시속 몇 킬로미터로 회전하고 있지?"라고 묻는다면, 나는 몹시 난처해할 것이다. 아마 나는 화요일 다음에 왜 수요일이 오는지조차도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나를 보고 비웃을까?- P225
"하지만 밝아오지 않는 밤이 없는 것처럼, 끝나지 않는 교통 체증도 없지요."- P227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다시 말해서 초조해진다는 건 스스로 패배하는 거거든요."- P227
"하나님을 만난 적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매일 밤 전화를 걸고 있는걸요."- P227
"하지만 모두가 하나님께 전화를 건다면, 회선이 너무 복잡해서 항상 통화 중이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오후에 전화번호를 문의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말하자면 하나님은 동시적인 존재거든요. 그러니까 한꺼번에 백만 명이 전화를 건다 하더라도, 하나님은 백만 명과 동시에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다."- P228
"선생님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일, 고민하고 있는 일을 솔직하게만 말씀하시면 되는 겁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을 이야기하더라도, 하나님은 따분해하시거나 경멸하시거나 하는 법이 없거든요."- P230
"어쨌든 움직이라고. 당신은 시간을 너무 허비하는군. 자신이 처한 입장을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당신을 그런 입장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바로 당신 자신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P236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설사 허사로 끝난다 하더라도 양을 찾아다니는 편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거나 협박을 당하거나 휘둘리고 싶지 않아."- P242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명령을 받거나 협박을 당하거나 휘둘리면서 살고 있어. 그리고 찾아야 할 것조차도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P242
모든 것에는 철학이 있고, 운명이 있다.- P247
"누구나 잃고 싶지 않은 게 한두 개는 있는 법이지. 당신에게도 말이야"- P250
"인간에게는 욕망과 프라이드의 중간에 해당하는 것이 반드시 있는 법이지. 모든 물체에 무게중심이 있듯이 말이야. 우리는 그것을 찾아낼 수 있지. 두고 보면 당신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런 것이 존재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P250
세상에는 그런 타입의 돈이 존재한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쓰고 나면 비참한 기분이 되고, 다 써버렸을 때에는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자기혐오에 빠지면 돈을 쓰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땐 돈이 없다. 구원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다.- P252
"그렇지.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 닮은꼴이지. 다른 점은 그는 자신의 의지로 도망쳤고, 나는 다른 사람의 의지에 의해 내동댕이쳐졌다는 거지."- P254
"이상한 말 같지만, 도저히 지금이 지금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내가 나라는 것도 어쩐지 딱 와닿지 않아. 그리고 여기가 여기라는 것도 말이야. 언제나 그래. 훨씬 뒤에 가서야 겨우 그게 연결되는 거야. 지난 10년 동안 줄곧 그랬어."
"왜 하필이면 10년이지?"
"끝이 없기 때문이지. 그뿐이야."- P255
"아주 길었던 것 같은 느낌이야. 아주 길었고, 무엇 하나 끝나지 않았어."- P257
"내 친구 왓슨의 생각은 한정된 좁은 범위의 것이기는 하지만 매우 집요한 데가 있다"- P258
"너와 함께였기 때문에 해올 수 있었던 거야"라고 그는 말했다. "이제까지 혼자 뭔가를 해서 제대로 된 적이 없다고."- P265
"약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나? 네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장이야. 세상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면 아이 따위는 만들지 말았어야지.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일을 하고 술 같은 건 마시지 말아야지."- P266
그러나 내가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나도, 그도 알고 있었다. 6년이나 함께 일을 해보면 그만한 것은 알게 되는 법이다.- P267
예순이 되었을 때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허사였다. 한 달 후의 일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P267
"메시지는 만물 속에 이미 있습니다. 꽃에도 돌에도 구름에도......."- P270
"누가 만들었든 신의 의지라는 것은 만물 속에 깃들어 있지요."-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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