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뭔가 교훈적인 메시지가 있어보인다. 평소엔 잘 모르던 분야라 하더라도 소위 말하는 발품(?)같은 걸 좀 팔면 누구나 어느정도는 알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일단 뭐든지 시도해보면 일정수준까지는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살면서 이런 유형의 경험들을 곧잘 해왔던 터라 크게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냥 단순히 흥미가 없다거나 막연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시도하지 않아서 그렇지 뭐든지 마음 단단히 먹고 하면 되어지는 게 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 말했듯이 수고만 아끼지 않는다면 웬만한 일은 곧 알 수 있기 마련이다.- P10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법인가 봐."- P19
Giorgio de Chirico(키리코), 몽환적인 화풍으로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끼친 이탈리아 화가.- P39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일어나버린 일이다.- P43
어떤 사람은 잊히고, 어떤 사람은 모습을 감추며, 어떤 사람은 죽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비극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P45
오르되브르 : 프랑스 요리에서 식욕을 돋우기 위해 식사 전에 나오는 간단한 요리.- P60
파테 : 잘게 간 간이나 고기를 파이로 싼 요리.- P60
테린 : 생선·닭고기 등을 잘게 조미하여 찐 요리.- P60
"파라 포셋의 코를 볼 때마다 재채기가 나는 사람을 알아요. 재채기란 그런 정신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나 봐요. 일단 원인과 결과가 결부되어버리면 좀처럼 떨어질 수 없게 되고 말거든요."- P63
"막연한 동기에 입각한, 응축된 현상."- P64
"당신의 인생이 따분한 게 아니라 당신이 따분한 인생을 추구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렇지 않아?"- P72
니체도 말했듯이 신들도 따분함에는 항복한다고 하잖아- P72
"당신의 따분함은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단단한 게아닌지도 모른다는 말이지."- P73
"당신이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그게 가장 큰 이유지."- P79
"만약에 다른 누군가가 너를 원했다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당신이 나를 원하고 있잖아. 게다가당신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멋져."- P79
"왜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걸까?"라고 나는 질문해보았다.
"그건 당신이 자신의 절반으로만 살기 때문이야"라고 그녀는 시원스럽게 말했다. "나머지 반은 어딘가에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거야."- P79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서로 닮은 셈이지. 나는 귀를 막고 있고, 당신은 절반만 살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 P79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일을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민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P88
"자라남에 따라 감옥의 그늘은, 우리의 주위에 커지는구나"- P93
"점잖은 번역 일이나 엉터리 마가린 광고 카피나 근본은 마찬가지야. 아닌 게 아니라 네 말처럼 우리는 실체가 없는 말을 해대고 있지. 하지만 실체가 있는 말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지? 이것 보라고, 성실한 일 따위는 아무 데도 없는 거야. 성실한 호흡이나 성실한 오줌이 아무 데도 없는 것처럼 말이야."- P95
코도반 : 윤이 나게 무두질하여 만든 염소가죽이나 말 엉덩이 가죽.- P100
"어떤 경우에는 때때로 비현실이 현실을 압도하는듯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현실의 세계에는 비즈니스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어려움을 지향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P104
"광고업계와 집권당의 중추를 장악하고 있으면,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 없거든."- P110
"광고를 장악한다는 건 출판과 방송의 대부분을 장악하는 게 되는 거야. 광고가 없는 곳에는 출판과 방송이 존재할 수 없지. 물이 없는 수족관과 같다고나 할까. 네가 보게 되는 정보의 95퍼센트까지가 이미 돈으로 매수되어서 선별된 것이라고."- P110
매치 펌프 : 일본식 합성어로, 자기 쪽에서 폭로하겠다는 불을 당기고 나서, 상대에게 불을 꺼주겠다고 제의하는 부당한 이익 추구 방식.- P111
정치가와 정보산업과 주식이라는 삼위일체- P111
"구석에서 이름도 없는 난쟁이가 물레를 돌리고 있는 거지."- P112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명확하게 일어나버린 일이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명확하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배후의 ‘모든 것‘과 눈앞의 ‘제로‘ 사이에 끼인 순간적인 존재고, 거기에는 우연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는 뜻이다.- P114
내가 PR지의 화보에 양의 사진을 실은 것은 한쪽의 관점(a)에서 보면 우연이고, 다른 쪽 관점 (b)에서 보면 우연이 아니다.
(a) 나는 PR지의 화보 페이지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고 있었다. 내 책상 서랍에는 우연히 양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진을 썼다. 평화로운 세계의 평화로운 우연.
(b) 양의 사진은 책상 서랍 속에서 줄곧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잡지의 화보에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젠가 나는 그것을 다른 무엇인가에 썼을 것이다.- P115
이 공식은 내가 이제까지 걸어온 인생의 모든 단면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좀 더 훈련하면, 나는 오른손으로 (a)적인 인생을 조종하고, 왼손으로는 (b)적인 인생을 조종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래도 좋다. 도넛의 구멍과 마찬가지다. 도넛의 구멍을 공백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존재로 받아들이느냐는 어디까지나 형이상학적인 문제이고, 그 때문에 도넛의 맛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P116
전기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한, 적어도 세상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 대단한 세상은 아니라도 어쨌든 계속 움직이고는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인식하는 한,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P116
그리 대단한 존재는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사람이 전기시계의 바늘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왠지 기묘한 일 같았다. 세상에는 또 다른 확인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당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P116
설사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 하더라도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뭔가 일어났다면, 그건 이미 일어나버린 일이다.- P119
"차라는 것은 정기적으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성능이 저하되거든요."- P122
상징적인 꿈이 있고, 그런 꿈이 상징하는 현실이 있다. 또는상징적인 현실이 있고, 그런 현실이 상징하는 꿈이 있다.- P125
사고방식이 다른 우주에 내던져져 가장 난처한 일은 말이 길어지는 것이다.- P125
그런 우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다른 상징적인 꿈을 꾸는 수밖에 없다.- P126
그것은 뭐랄까, 매우 고독한 건물이었다. 예를 들어 거기에는 하나의 개념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물론 약간의 예외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 예외가 얼룩처럼 번져 마침내는 하나의 다른 개념이 되고 만다. 그리고 거기에 다시 약간의 예외가 생긴다 ㅡ 한마디로 말하면 그런 느낌의 건물이었다. 목적지를 모르는 채 아무렇게나 진화한 고대 생물처럼도 보였다.- P128
나 자신에게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하물며 남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어?- P136
누군가 썼듯이, 오랜 방랑 생활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성향, 즉 종교적인 성향, 예술적인 성향, 정신적인 성향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르지. 그중 하나라도 갖추지 않으면 오랜 방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 P140
어쩌면 나는 문을 잘못 연 채 그대로 물러설 수 없게 된 건지도 몰라. 하지만 기왕 열었으니 잘해봐야 하지 않겠어? 왜냐하면 언제까지나 외상으로 물건을 살 수만은 없는 일이니까.- P140
시간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이어져 있는 건가 봐. 우리는 자신의 사이즈에 맞춰서 시간을 습관적으로 잘라내버리니까 자칫 착각하기 쉽지만, 시간이라는 것은 확실히 이어져 있어.- P144
이곳에는 자신의 사이즈라는 것이 없어. 따라서 제 사이즈에 맞춰서 남의 사이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칭찬하거나 비방하는 친구들도 없어.- P144
시간은 투명한 강처럼 있는 그대로 흐르지. 여기에 있다 보면 가끔 내 원형질마저 해방되어 버린듯한 기분이 들어.- P145
사고방식의 차이인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끝나버린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저 그뿐인 것이 선로의 앞쪽으로 가면 매우 큰 차이를 갖게 된다.- P153
처음에 무엇이 있었는지, 이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거기에는 틀림없이 뭔가가 있었다. 내 마음을 흔들고, 내 마음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마저 흔드는 뭔가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잃어야 했기에 잃은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 말고 나에게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 P155
적어도 나는 살아남았다. 좋은 인디언은 모두 다 죽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역시 오래 살아야만 했다.- P155
산뜻하다는 것은 대단히 근사하다. 애당초 세계에도 바에도 사물의 바람직한 모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