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읽고보고듣고쓰고
어제 쓴 리뷰에서도 잠깐 밝혔었는데 요근래에 저자가 쓴 작품들에 나도 모르게 중독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냥 본능적으로 저자의 작품들을 마구마구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지금 현 시점에서는 어떤 의미인지까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고두고 그 의미를 곱씹어보며 생각해볼만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밑줄쳐보았다. 그래도 이 말의 의미를 내 나름대로 추론해보자면, 기억이라는 것의 속성은 실제 현실과 100% 일치한다고 무조건 단정짓기는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고 이에따라 필연적으로 어쩔 수 없이 상상력이라는 게 한 스푼 혹은 두 스푼 정도 얹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억이라는 것의 특성상 시간이 가면 갈수록 희미해질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한두스푼의 상상력만으로 충분했던 것도 나중에는 열스푼 스무스푼을 넣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속성에 근거해서 저자는 기억이 소설과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잘 생각해보면 소설이라는 것도 결국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상황 속에서 작가가 가진 고유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기억과 소설의 속성이 비슷하다는 말이 그닥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인 나의 추측일 뿐이기에 실제로 저자가 의도한 것과는 얼마든지 차이가 있을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앞으로 본문을 읽어나가면서 이 문장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과연 내가 한 추론이 저자의 생각과 어느정도나 비슷했는지 혹은 그렇지 않았는지를 검토해보면서 이것저것 배워나가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기억이라는 건 소설과 비슷하다. 혹은 소설이라는 건 기억과 비슷하다.- P10
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지으면 정원에 잔디를 심는다. 혹은 개를 기른다. 조건반사 같은 것이다. 한 번에 둘 다 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잔디의 초록빛은 아름답고 개는 귀엽다. 하지만 반년쯤 지나면 다들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잔디는 꾸준히 깎아줘야 하고 개는 꾸준히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 이게 영 힘들다.- P17
돈을 쓸 데가 없다면 돈을 버는 의미도 없다- P22
단지 잔디 깎는 게 좋아서였다.- P26
잔디가 길면 길수록 보람이 있었다. 일이 끝나면 정원의 인상이 확 달라지는 것이다. 이건 정말 멋진 느낌이다. 마치 두툼한 구름이 싸악 걷히고 햇빛이 일대를 가득 채우는 듯한 느낌.- P26
그나저나 참 이상하다 싶었다. 돈 같은 거 필요 없다고 생각하자마자 돈이 들어오다니.- P28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야 하는 일이다. 대충 하려고 들면 얼마든지 대충 할 수 있고, 제대로 하려고 들면 얼마든지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했다고 그만큼 평가받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꾸물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꽤 제대로 한다. 이건 성격의 문제다. 그리고 아마도 자존심의 문제다.- P52
"그래도 너 일하는 건 마음에 들었어. 잔디란 이런 식으로 깎아야지. 똑같이 깎아도 마음이란 게 있거든. 마음이 없으면 그건 그저......"- P60
알코올과 경쟁해서 이긴 사람은 없다. 코가 물속에 푹 잠겨버릴 때까지 여러 가지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뿐이다.- P73
"옷을 보면 그 여자에 대해 웬만큼 알 수 있지."- P80
내 바람은 잔디를 꼼꼼하게 깎는 것뿐이야, 나는 생각한다. 처음에는 기계로 깎고 갈퀴로 긁어낸 다음 가위로 꼼꼼히 다듬는다ㅡ그것뿐이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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