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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 15,120원 (10%↓
840) - 2016-04-25
: 18,934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지난 30여년간 집필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소설가에게 필요한 자질 혹은 역량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터놓고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자인 내가 인상적으로 눈여겨봤던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일단 소설을 잘쓰기 위해선 평소에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각양각색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잘 관찰하고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두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들이 나중에 글을 쓸 때 글감의 소재로써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고 또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가지 소재들을 재료삼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한 이야기를 만든 뒤 거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저자는 소설가를 마술사(magician)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멋진 비유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마법을 잘 부리고 싶다면 평소 주변의 사물이나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또한 반드시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마음껏 이야기를 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와같은 습관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저자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음악과 관련된 얘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저자는 앞서 언급한 마술사같은 역할을 음악에서 곡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음악에는 다양한 화음들이 존재하는데, 이것들을 여러가지 형태로 조합하여 하나의 곡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작가가 소설을 써나가는 과정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는 아래의 한 문장으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을 연주하듯이 글을 쓰면 된다.‘ (p.134)
물론 말은 참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작업들을 일일이 설명하기가 힘들정도로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하고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30년 이상 꾸준히 해온 작가가 그래서 다시금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제반여건들이 그닥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쓰면 된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저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는 마치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하면서 왜군을 물리쳤던 마인드와도 비슷해보인다. 외부 상황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여건하에서 최선의 것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저자와 이순신 장군 두 사람 모두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 아닌가 싶다.
또한 저자가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을 꽤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보면서 저자가 최선을 다해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쓴다는 것을 지면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물의 가치 역시 최선이 아닐 것이고 그것은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집필 철학을 보면서 프로라는 것이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가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서는 저자가 운동(달리기)을 하는 이유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본업인 소설쓰기를 더 잘 해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일반적으로 소설가라면 가만히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과 상상 등을 하면서 머리를 주로 쓰는 정신노동이 주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그러한 정신노동을 잘 하려면 기본적으로 피지컬(육체)이 강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는 단지 어떤 미신같은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내린 저자의 결론이었다. 본문에서 저자는 신체활동을 하면 뇌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썼던 달리기 관련 에세이 책이 문득 생각나기도 했다. 저자가 괜히 아무 이유없이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얼핏보면 그냥 이유없이 하는 것처럼 보여도 다 계획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소설가의 장점에 대해서도 한가지 언급하는데, 바로 ‘마음만 먹으면 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p.240) 는 것이었다. 소설을 쓰다보면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그 캐릭터를 하나하나 만들다보면 글을 쓰는 저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설 속 내용에 몰입하여 어떤 한 캐릭터의 생각에 빠져들게 되고 그러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소설 속에서 주로 활동하겠지만 때로는 캐릭터가 현실의 저자가 되어 소설 밖의 실제 세계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 나름대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이 책에서 저자는 각종 문학상들과 관련한 자신의 견해도 밝히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무슨무슨 상이라는 일종의 형식 또는 껍데기(허울)에 연연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알맹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궁극적으로 작가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좋은 글을 써서 제공해야 한다‘는 저자의 철학으로도 이어진다. 결국 작가라는 직업도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본문에서 글을 쓰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한다는 얘기도 덧붙이는데, 이것은 저자처럼 글쓰는 직업을 하든 아니면 다른 무슨 일을 하든 관계없이 직업인이라면 항상 염두해두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자기자신의 행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본문을 쭉 읽어나가면서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썼던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개략적인 내용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간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어보면서 잘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저자가 해외에 체류하면서 글을 썼던 이유에 대해서도 이 책에 잘 나와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저자의 작품들에도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자의 작품에 조금씩 중독되어가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었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저자가 지극히 평범한 듯하지만 결코 평범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평범하다는 건 어떤 특출난 재능을 타고 나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와중에 평범하다고만 할 수 없다는 건 보통의 재능을 가지고도 매일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는 성실함과 끈기, 노력 등을 말로만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만 청산유수로 떠드는 것과 실제 행동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엄청나게 큰 차이다. 저자가 평범한 듯하면서도 비범해보이는 이유를 독자인 나는 무언가를 꾸준하고 진득하게 해내는 저자의 실제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행동에 기반하여 이후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궁합이 잘 어우러지고 여러가지 여건들이 뒷받침되었을 때 소위 말하는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본문을 읽다보면 저자가 자신이 쓴 작품들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가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둔 요인에는 일단 저자의 노력에 더해 위에서 언급한 것들과 같은 제반조건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도 실제로 본문에서 자신의 성공이 자신만의 노력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협력할 수 있게 된 것 등 여러가지 행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들을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읽어봤던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실제로 본문에 저자가 그간 써왔던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그 작품들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같은, 해당 작품 속에서는 미처 알 수 없었던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작품을 이전에 읽어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도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썼던 작품들에 호기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독자인 내 경우에도 본문에 소개된 저자의 책들 중에 몇몇 작품은 읽어봤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것들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쓴 책들 중 아직 못 읽어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실제로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 쓰기를 통해 30년 이상 먹고 살아온 저자는 자신은 아직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물론 이것은 어떤 신체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것 쪽에 좀 더 가까울 것이다. 이제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저자의 태도를 보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도 어떤 긍정적인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보게 된다. 아마 이런 류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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