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책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분류상 여행에세이로 나와있는데, 목차를 살펴보니 단순히 제목에 나온 라오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직접 가봤던 세계 여러 나라 혹은 도시들을 챕터별로 만나볼 수 있다. 보스턴부터 시작해서 아이슬란드, 포틀랜드, 뉴욕, 핀란드, 라오스, 이탈리아, 구마모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맨 처음에 나온 보스턴1 관련 내용들은 개인적으로 저자의 다른 에세이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읽어봤던 내용들과 대체로 유사한 것들이 많은 것처럼 느껴져서 여기선 추가로 더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 두번째로 나온 아이슬란드 얘기부터 해보고자 한다.
저자는 때마침 좋은 기회가 되어 아이슬란드를 방문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아이슬란드라는 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낯설다보니 낯섦에서 오는 어떤 호기심같은 것이 있었음을 본문에서 고백한다. 또한 이왕 가는 김에 자신의 능력이 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저자의 글을 가이드삼아 독자인 나 또한 아이슬란드를 잠시나마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날씨 얘기 외에도 아이슬란드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지리적 특색에서 파생된 다양한 문화들을 저자의 글을 통해 만나고 간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에는 ‘날씨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십오 분 기다려‘라는 격언(격언 맞나)이 있는데, 그 정도로 날씨가 밥먹듯이 바뀐다.- P47
메인 주 포틀랜드가 영국인들에게 ‘발견‘된 것은 1600년 전후였다. 딱 셰익스피어가 활약하던 시기에 해당한다. 일본으로 치면 세키가하라 전투 무렵.- P75
세키가하라 전투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이시다 미쓰나리가 패권을 다툰 전투.- P75
누벨퀴진 : 1970년대에 프랑스 고전요리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요리법.- P80
메인 주는 스티븐 킹이 대부분의 소설에서 무대로 삼은 곳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딱히 무서운 일을 겪은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으니 안심하고 가셔도 좋습니다.- P83
비수기의 섬은 비록 날씨는 안 좋지만 조용히 일에 몰두하기에 적합하다- P88
불편함은 여행을 귀찮게 만들지만, 동시에 일종의 기쁨ㅡ번거로움이 가져다주는 기쁨—도 품고 있다.- P90
자꾸 같은 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이십사 년이나 흐르면 여러 가지가 크게 변해버린다.- P97
인간의 기억이란 믿을 게 못 된다.- P104
인간의 기억이란 정말로 믿을 게 못 된다.- P105
섬사람들은 (대체로 모두) 친절하고 우호적이다. 그런 점은 예전과 변함이 없다. 이십사 년이 흘렀어도, 통화가 바뀌었어도, 주위 풍경이 변했어도, 냉전이 끝났어도, 경제가 오르락내리락해도 사람들의 심성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 사실에 안심했다.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건 뭐니뭐니해도 사람의 마음이니까.- P107
레이먼드 챈들러가 어디서 ‘등대처럼 고독하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등대는 별로 고독해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언뜻 보아도 고요하다. 등대처럼 과묵하다.- P109
그리스 섬을 몇 군데 돌아보면 알겠지만, 섬마다 바다의 색이 조금씩 달라 보인다.- P111
섬을 떠날 때는, 그것이 어떤 섬이든, 늘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스페체스처럼 그립고 따뜻한 기억으로 가득한 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P113
당연한 얘기지만, 섬은 어디 다른 곳에 가는 길에 훌쩍 들르듯 방문할 수 없다. 작정하고 그 섬을 찾아가든지, 아니면 영영 찾지 않든지. 둘 중 하나다. 중간은 없다.- P114
배는 세 시간 후 피레우스 항에 도착한다. 나는 짐을 어깨에 메고, 단단한 대지를 밟고, 일상의 연장선상으로 돌아간다. 내가 속한 본래의 시간성 속으로 돌아간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그곳으로.- P114
다이카 개신 : 7세기 중엽 일본에서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행한 개혁.- P119
타임머신이 없다면 굳이 과거의 영광에 얽매일 것 없이 지금 여기의 멋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되지 않나. 이것이 세계 어디서든 상식적인 시민이 가질 만한 건전한 사고방식이다.- P121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라는 것이 나의 철학(비슷한 것)이다.- P137
윤택한 인생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P142
참고로 핀란드가 정식으로 독립국가가 된 것은 러시아혁명 후인 1917년이었다. 그리고 시벨리우스는 새로운 핀란드의 얼굴같은 존재가 되었다.- P145
사실 이 나라에서 핀란드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세기까지는 스웨덴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다. 나라 전체가 스웨덴의 문화적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핀란드는 핀란드어 스웨덴어 양쪽을 공용어로 사용하는 바이링구얼 국가인데, 그 당시 핀란드어는 교양이 부족한 시골 사람들의 말로 여겨졌다. 그러나 러시아의 지배를 받으면서 내셔널리즘이 발흥함에 따라 핀란드어가 핀란드인의 공용어로, 민족 정체성의 상징으로 차츰 힘을 얻게 되었다. 핀란드어가 여타 서유럽 언어의 구조와 다소 다르며 일본어와 비슷한 요소를 지녔다는 점은 자주 지적되는 바다.- P146
헤멘린나에는 좁고 긴 모양의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고대 빙하가 이동중 지표를 갉아먹으면서 만들어진 호수가 흡사 운하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그리고 호숫가에 오래된 성이 서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헤멘린나라는 지명의 뜻이 ‘헤멘의 성‘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성의 존재감은 몹시 크다. 성은 13세기 스웨덴인이 핀란드 통치의 요충지로 건설한 것이다. 그래서 주위로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되었다. 아직 해안선 쪽에만 사람이 거주하던 당시 핀란드에서 헤멘린나는 유일한 내륙 도시로, 또한 교역의 거점으로 번성해갔다.- P149
무엇보다 이 성은 한 번도 전화戰火에 휩싸인 적이 없고, 19세기초 러시아가 스웨덴에 이어 핀란드를 통치하게 된 뒤로는 교도소로 개장했고 이후 1980년대까지 죄수들을 수감했다고 한다. 지금은 내부를 깨끗하게 복원해놓아서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다. 한때 교도소였던 분위기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원한다면 홀을 빌려서 결혼식을 할 수도 있다(생각해보니 결혼도 일종의 감옥으로 들어가는 일이긴 하다).- P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