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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듣고쓰고
도쿄 기담집을 읽고...
즐라탄이즐라탄탄  2026/08/06 10:42
  • 도쿄 기담집
  • 무라카미 하루키
  • 11,700원 (10%650)
  • 2014-08-09
  • : 2,226
맨 처음에 나온 '우연 여행자'는 우연이라는 것이 어쩌면 우연이 아닌 필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어느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자와 그 여자를 만났던 한 남자의 친누나가 어떤 공통적인 교집합으로 엮여있는 이야기의 전개를 보면서, 기이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한 편으로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중간중간에 클래식 음악과 해당 뮤지션이 소개되어 있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루키의 작품을 읽다보면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음악 세계도 호기심을 가지고 자꾸 파고들다보면 밑도 끝도 없이 넓디넓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부담감도 갖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부담감보다는 호기심이 좀 더 강한 것 같아, 여력이 되는 선까지는 호기심을 붙잡고 가볼 생각이다.


두번째로 나온 '하나레이 해변'을 읽으면서는 책 표지에 나와있는 상어 그림이 이 이야기때문에 실려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또한 이 이야기의 주요 인물인 '사치'라는 사람의 아들과 오버랩되는 인물들이 비슷한 설정과 상황에서 나타는 걸 보면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느정도는 유형화(case)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행동을 하는 무리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최종 결과는 달랐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생사화복이라는 게 신(神)의 손아귀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비슷한 행동을 해도 누구는 죽고 다른 누군가는 살고... 뭐 인간인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결국 신(神)의 영역으로 놔두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세번째로 나온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라는 이야기에서는 '구루미자와'라는 한 남자가 실종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를 찾기 위한 화자의 노력이 쭉 나온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화자의 노력과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장소에서 실종되었던 사람이 발견되는데, 이 이야기를 읽고 독자마다 생각하거나 느끼는 바들이 각기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력이라는 것이 매번 그에 합당한 결실이나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의 생각은 노력의 가치를 폄하한다거나 마냥 무시한다기보다는, 노력과 결과물의 상관관계가 항상 정비례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좀 더 맞을 듯하다.

노력에 합당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거나 낙심할 필요가 없다는 게 내가 이 이야기를 통해 느낀 결론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살이가 내가 늘 마음먹은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걸 어느정도 살아오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긴 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게 각자의 정신건강에 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를 받았을 때 머리는 물론이고 마음 한 구석까지도 상당히 괴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철학자들이나 종교인들이 마음을 비우라고 하는 게 아닐까. 괴로움을 떨쳐내기 위해서 말이다.


네번째로 나온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이라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연애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야기의 중후반 부분부터 제목에 나오는 돌이 등장한다. 다소 미스테리한 소재이긴 했지만 뭔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상징성 있는 소재였다는 생각이 든다. 기리에와 준페이라는 두 인물이 핵심 인물인데, 후반부에 기리에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준페이가 자신의 내면에 가지고 있던 의문들을 조금씩 해결해나가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이야기인 '시나가와 원숭이'에서는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이름을 자꾸 잊어버리는 '안도 미즈키' 라는 인물이 나온다. 미즈키는 고민끝에 공공기관에서 심리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심한다. 카운슬러(사카키 데쓰코)와 상담을 하다가 과거 고등학생 시절 있었던 이름표와 관련된 한 일화를 얘기한다. 그 일화를 여기서 자세히 얘기하긴 힘들지만 겉으로만 보면 외모도 출중하고 남부러울 것 없어보였던 마쓰나카 유코라는 이름의 한 학생이 내면에 악성 종양처럼 뿌리내린 질투심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독자인 나는 이 얘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었던 백세희 작가의 《바르셀로나의 유서》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그 작품에 나오는 화자도 자기 내면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질투심으로 인해 굉장히 힘든 시간들을 겪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안타까운 얘기지만 그 작품 이후 실제로 그 책을 썼던 작가가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도 들은바 있었기에 질투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이후 중후반부에 갑작스레 의인화된 원숭이가 한 마리 등장해서 사람의 언어로 등장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바로 제목에 나온 시나가와 원숭이였다. 위에서 언급한 미즈키가 이름을 잊어버리게 되는데 이 원숭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기담(奇譚)이었다.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이기는 했으나 그 안에 녹아있는 메시지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여겨졌다. 핵심만 간략히 언급하자면 한 사람의 이름 안에는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는데, 각자가 다 자기 이름에 맞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속된말로 다 자기 팔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자기답게 살다가 가면 된다는 게 이 이야기에서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싶었던 말처럼 느껴졌다.

총 5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현실성 여부를 떠나 그 속에 내재된 메시지나 교훈들을 생각해보며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책도 비교적 얇은 편이라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책장을 넘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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