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읽고...
즐라탄이즐라탄탄 2026/07/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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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 무라카미 하루키
- 12,420원 (10%↓
690) - 2012-10-17
: 1,086
100쪽이 채 되지 않는 분량에 중간중간 삽화도 들어가 있어서 부담없이 금방 읽어볼 수 있었다. 초반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spirit, 靈魂)이라는 것과 물리적인 몸인 육신(body, 肉身)을 분리시켜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들이 일부 등장하는데, 독자인 나는 이와 관련된 부분의 내용들을 천천히 곱씹어보며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을 해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종교 또는 사주 같은 영역에서 말하는 영의 세계에 대한 것들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중반부 이후에는 그냥 화자가 생각하는 의식의 흐름대로 쭉 읽었던 것 같다. 본문에는 화자가 책을 읽는 행위를 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굳이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기보다는 무언가에 몰입하는 행위를 통해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을 뭔가 의미있고 보람찬 것으로 채워보려는 화자의 의지처럼 느껴졌다.
또한 이 책의 화자는 치과의사인 남편을 둔 한 여자인데, 단지 독자인 나의 느낌일수도 있겠으나 저자인 하루키가 화자를 여자로 설정해서 자신의 얘기가 아닌것처럼 숨기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독자들에게 스리슬쩍 건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나의 느낌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은 분류상 단편소설로 되어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에세이 같다는 느낌도 완전히 지울 순 없었다.
이러한 느낌(?)을 갖게 된 이유는 개인적으로 요근래 읽었던 저자의 에세이인《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봤던 내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인 얘기를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털어놓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는데, 이 말에 근거한다면 비록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소설 속 화자 또는 다른 등장인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추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상상한 이러한 것들이 저자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허무맹랑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저자의 의도나 생각을 추론해보는 과정 자체가 독자인 내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생각의 폭을 조금이나마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 수에 비해 이것저것 생각해볼거리가 적지 않았던 책으로 내게는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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