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1851년 영국 런던에 만들어진 최초의 실내 쇼핑 공간인 ‘크리스털 팰리스Crystal Palace‘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저자는 이 건물의 규모도 굉장했지만 그보다도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의미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가 강조하는 의미에 대해 부연설명하자면, 수정궁 건립 당시 영국은 산업화로 인한 계층간 갈등이 굉장히 심했다고 하는데 수정궁이라는 쇼핑공간에 들어온 사람들이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제품들을 경험하면서 기존의 계급과는 무관하게 소비자라는 새로운 계층에 편입되어 마치 왕처럼 대우받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저자가 본문에서 언급한 수정궁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간 자신의 계급에 따라 한정된 역할에만 머물러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존의 계급에서 잠시나마 탈피하여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대우받고 존중받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아주 혁신적인 사건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계급을 뛰어넘어 하나로 통합된 ‘소비자‘라는 새로운 계층이 탄생한 사건"- P305
‘수정궁‘이라는 건축 공간은 다양한 사회적 계층의 사람들을 소비자라는 하나의 계층으로 통합시킨 장치다.- P305
소비하는 순간에는 내가 권력자가 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계급 모순이나 불평등이 은폐된다.- P305
대량 생산과 개인의 소비는 권력을 잘게 쪼개는 기능을 했다. 과거에는 농장을 소유해야만 권력을 가졌다면, 현대 사회는 물건을 살 때마다 ‘왕‘이 될 수 있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소비자가 되면서 신분이 순간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P305
요즘 들어서는 수영장 딸린 집을 소유하는 대신 풀 빌라에 하루이틀 묵으면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으로 나를 과시할 수 있다. IT 기술은 재화를 짧은 시간 단위로 쪼개서 소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마찬가지로 만국박람회나 백화점 같은 소비 건축 공간은 소비자라는 계층을 만들고 그들을 ‘시간당‘ 왕으로 만들어 주었다. 극소수만 점유했던 최고위 사회 계급을 돈으로 시간당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P306
백화점은 새로운 ‘일시적一時的 왕족‘인 소비자의 탄생을 도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하고 쇼핑을 좋아한다. 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306
일반적으로 45센티미터 안쪽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람이다.- P307
미래에 대한 밝은 비전은 현재의 갈등을 해소한다. 잘 만들어진 건축물은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향하게 만든다. 현재 우리 사회의 계층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공간적 혁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P308
기술 혁신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건축 공간은 이 시대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새로운 건축이 절실한 시대다.- P308
남북 전쟁은 석탄 에너지와 기계에 기반을 둔 북부 경제가 사람과 동물의 노동력에 기초를 둔 남부 경제와의 싸움에서 이긴 사건이다.- P310
철은 고대 문명부터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P311
철이 건축에 이용되자 고층 건물도 가능해졌다.- P312
보통 사람들의 의식에 ‘랜드마크급의 높은 건물‘이라고 의식되려면 기존에 가장 높았던 건물의 두 배 정도가 높아져야 한다.- P312
‘에펠탑‘은 철과 엘리베이터 기술을 이용해 일반 시민에게 권력을 주는 건축 장치다.- P313
‘에펠탑‘이 민주주의를 표현하는 건축은 됐지만, 일상의 공간은 아니었다. 324미터 높이까지의 공간을 모두 사용하지도 못했고, 주로 텅 빈 공간이었다.- P313
당시(20세기 이전) 건축에서 사용한 철은 연철이었다. 연철은 탄소 함유량이 매우 낮다. 무른 편이라 가공이 쉬워서 초기 건축에 많이 사용했다. 기술이 발전하자 강철이라는 재료가 나왔다. 강철은 탄소 함유량이 1.7퍼센트 이하인데, 철이 가진 내열성과 강도를 더 높인 재료다.- P314
보통 강철은 만들기가 어려워서 대량 생산되지는 못했고, 포크나 나이프 정도의 소량만 필요한 곳에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미국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강철 대량 생산에 성공했고, 인류는 이제 강철을 이용해서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강철을 구조체로 사용하니 4미터마다 한 층씩 쌓아 올려도 무너지지 않았기에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P314
강철 철골로 고층 건물을 지을 수도 있었지만, 강철로 철근을 만들어서 시멘트와 결합해 철근콘크리트를 만들 수도 있었다. 만약에 철근과 콘크리트가 열을 받으면 늘어나는 정도인 열팽창계수가 달랐다면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가 반복될 경우 철근콘크리트는 깨졌을 테니 사용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두 재료는 열팽창계수가 같아서 섞어서 사용할 수 있었다.- P314
건축에서 콘크리트는 2천 년 전에도 사용됐었다. 로마의 ‘판테온‘은 화산재를 이용한 콘크리트로 돔이 만들어졌다. 그 당시에는 철근을 넣지 않은 콘크리트였다. 하지만 콘크리트에 강철 철근을 넣게 되자 강도가 높아져서 수십 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강철을 이용해 내부 공간을 모두 쓸 수 있는 고층 건물을 짓게 되었고, 높은 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인류는 버려졌던 빈 허공에 일상의 공간을 높게 지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315
도시 공간의 밀도가 높다는 것은 주변에 내가 파는 물건을 사 줄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P316
교통 체증이 생기면 인구 밀도가 높아도 그 도시에서 한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숫자는 늘어나지 않는다. 사람들 간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그 안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도로, 지하철, 통신망, 공원, 극장 같은 도시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P317
어느 시대나 공간을 압축하는 자가 승리한다.- P317
인류 도시 발전의 역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더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살게 하되, 부정적인 저항은 줄이고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만 높일 수 있는 공간 체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진화의 방향이 왜 그런 방향이냐 하면, 그렇게 진화한 도시만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지고 다른 도시들을 이기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살아남은 도시와 건축이 진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P322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지구상의 공간도 실존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실존하는 것이 아니다. ‘시공간‘ 개념은 세상을 읽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가 머릿속에 만들어 낸 개념일 수 있기 때문이다.- P324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 만들어 낸 인식의 산물- P325
현실 공간은 우리의 망막을 통해서 수집한 2차원 평면 사진을 뇌가 초당 200장 이상 연산해서 만들어 낸 의식의 결과물이다.- P325
영화는 초당 24장 정도의 사진을 연산해서 공간을 만든다. 만화 영화를 볼 때는 초당 12장이면 충분하다. 만화책은 몇 초에 한 컷이면 된다. 그런 만화책 안에서 우리는 공간을 보고 스토리를 이해한다.- P325
인터넷은 아주 느린 만화책이다. 비록 텍스트뿐이어도 우리는 그 페이지를 보고 공간을 상상하고 구축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가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곧 세상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P325
어떠한 정보를 우리 뇌에 넣어도 되는 시공간을 구축한다. 비록 그것이 텍스트 정보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같은 시간에 내가 눈으로 볼 수도 있었던 현실 속 세상 장면을 대신해서 들어간 또 다른 정보다. 그러니 인터넷상의 정보가 텍스트뿐이어도 내 머릿속 세상이라는 공간을 구축하는 정보 자료가 된다.- P325
공간은 내가 아는 지식 배경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되는 정보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이 ‘상징 정보‘다. 예를 들면 불교 신자는 만(卍)자에 거부감이 없지만, 나치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비슷하게 생겨서 독일이나 유럽인들에게는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는 상징이다.- P327
텍스트 정보만 있었지만, 그 정보만으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우리 머릿속에는 공간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P327
2007년에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서 인터넷 공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이제 이 세상의 공간과 평행하게 공존하는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을 만든 것이다. 그 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실제 세상과는 다르다. 덕분에 그 공간을 이용해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화상 통화로 연결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시공간을 왜곡시키는 장치다.- P328
현대 물리학을 보면 ‘끈 이론‘을 확장한 ‘M 이론‘에서 11차원의 존재를 가정하면 대통일 이론이 완성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우리 세상이 11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상 우리는 4차원 너머의 차원은 무슨 의미인지 상상도 못 한다. 하지만 대신 인간은 인터넷이라고 하는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을 만들었다.- P328
인류 공간의 역사는 줄곧 공간 압축의 역사였다. 교통수단이 발달하면 시간 거리가 줄어들고, 시간 거리가 줄어들면 공간이 압축되는 효과가 생겨난다. 통신 기술이 발달해도 공간이 압축되는 효과가 생긴다. 고층 건물, 자동차, 비행기, 전화기 등의 기술은 계속해서 공간을 압축해 왔다. 그렇게 인간은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점점 더 공간을 압축하다가 그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인터넷 공간이라는 빅뱅을 성공시켰다.- P328
인터넷은 공간 부족이라는 제약을 해결하는 ‘공간의 확장‘ 이라는 의미면서 동시에 멀리 떨어진 곳의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의 압축‘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P329
정보에 기반을 둔 행동들은 디지털화할 수 있었다. 디지털화된 인간의 행동들은 인터넷 공간상에서 해결될 수 있었다. 인터넷상의 이 행위들은 사람의 물리적인 이동 없이 일어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혁명적인 공간의 압축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인간은 비로소 새로운 차원에 시공간의 빅뱅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새롭게 탄생한 인터넷 온라인 공간은 지구상의 실질적인 세상인 오프라인 공간과 평행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현대인은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을 오가면서 시간을 보낸다. 결국 21세기 현대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시공간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구성되고 있다.- P330
내가 보여 주고 싶은 좋은 모습만 편집해서 보여 주는 것은권력을 만드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팔로워가 많은 인스타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과거에는 방송국에 출연가능한 몇몇 연예인만 권력을 가졌다면, 지금은 방송국 도움 없이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여러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서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일반 시민은 SNS에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훔쳐보면서 권력을 가진다.- P331
카메라가 늘어날수록 권력의 총량은 늘어난다. 그것이 방송국 카메라건 일반인 손에 들린 스마트폰 카메라건 상관없다. 카메라가 많은 사회는 감시받는 사회로 전체주의 사회의 모습이 되기도 하지만, 그 카메라들로 찍힌 영상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되면 반대로 더 많은 사람이 권력을 갖게끔 해 주는 사회가 되기도 한다.- P331
인류 역사는 더 많은 사람에게 권력을 주기 위해서 진화해 왔다.- P331
우리의 일상은 힘들고 착취당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수십 년 전 사람에 비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력은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수많은 카메라가 보급되었고, SNS라는 새로운 공간이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가상공간의 빅뱅은 사회적으로 권력의 총량을 늘렸고, 덕분에 개개인의 권력은 이전의 어느 시대보다도 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P332
인터넷이 위대한 이유는 인간이 공간을 창조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P332
우리는 정보를 만들고 정보를 통해서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P333
연결은 공간을 만든다. 우리가 전화하면 그 사람과 내가 연결되면서 둘만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면 화면 속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가상의 회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연결은 공간을 만드는데, 인터넷 기술을 통한 공간 형성의 시작은 문자 정보끼리의 연결이었다. 텍스트를 매개체로 사람들 간 연결이 되었다.- P337
스마트폰과 빠른 인터넷은 개인을 파편화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SNS 공간 안에서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텔레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할수록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대신 멀리 있는 사람과는 더 연결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는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P339
인터넷상에서는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거나 찾으려 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그렇다 보니 인터넷 가상공간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인지적 편향이 생겨나게 되고, 이는 집단 간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문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대륙의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구글, 네이버, 유튜브 같은 인터넷 사이트는 모닥불과 TV의 뒤를 잇는 이 시대의 구심점이라는 점이다.- P339
가까운 미래에는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 ChatGPT 같은 인공지능이 유일한 구심점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구심점을 바라보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 불빛을 쳐다봐야 한다. 스마트폰 화면은 이 시대의 모닥불이다.- P339
인터넷 공간에서의 만남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인터넷 공간은 시각과 청각 정보는 잘 전달하지만 촉각, 온도, 냄새 등 신체를 통한 감각 전달은 안 된다. 몸은 우리가 수십만 년의 시간 동안 진화하면서 만들어진 복합적인 감각 기관들로 가득하다. 인터넷은 그런 미묘한 감각들을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P340
기욤 피트롱의 저서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는 우리가 서로의 SNS에 ‘좋아요‘를 누를때마다 내 스마트폰이 발생시킨 전기적 신호가 지구를 반 바퀴 돌아서 서버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옆 사람의 핸드폰으로 들어가야 하는 엄청난 에너지 소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일을 위해서 해저에 광케이블을 깔아야 하고, 거대한 서버를 설치하면서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 과거에는 필요도 없었던 쓸데없는 연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결과적으로 에너지 소비 총량이 폭증한 것이다.- P340
에너지 획득의 방법이 바뀌면 가치관이 변한다- P341
에너지 수급 방식은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산업 구조를 바꾸고, 산업 구조가 바뀌면 공간도 달라진다. 달라진 공간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고, 이는 가치관의 변화로 이어진다.- P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