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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듣고쓰고
정말 오랜만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터키에 위치한 ‘괴베클리 테페‘라는 건축물에 대해 언급했었다. 이 건축물은 단순 주거 목적의 건축물이 아닌 장례식과 같은 사회적인 기능을 담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저자는 이것을 집단이나 사회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생식세포와 DNA에 비유하며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보태자면 재작년 쯤에 저자가 썼던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괴베클리 테페‘에 대해서도 그당시 저자가 책에서 다뤘던 기억이 난다. 물론 동일한 소재이긴 하지만, 거기서 뽑아내는 메시지나 의미 같은 게 그때보다는 좀 더 진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과거에 읽어서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동일한 건축물을 좀 더 심도있게 또는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괴베클리 테페‘ 같은 종교 건축물은 집단 사회의 규모를 키우고 유지시키면서 집단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생식세포이자 DNA 같은 건축물이다.- P68
공기 중에 수분이 늘어나면 지역 간에 기온 차가 줄어들어서 바람이 약해지고, 토지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P83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은 지금의 이라크에 지어진 신전 ‘지구라트‘다. 실제로 지구라트 신전은 진흙을 구워서 만든 벽돌이 주요 건축 재료고, 침수에 대비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아스팔트 재료인 역청으로 신전의 하단부를 방수 처리했다. 지구라트가 지어진 바빌로니아 왕국 지역은 당시에 주요 건축 재료가 벽돌이었다. 학자들은 성경을 기록한 사람이 바빌로니아의 수도 바빌론의 탑을 바벨탑이라고 불렀을 거라고 말한다.- P84
당시엔 종이로된 건축 도면이 없었고, 건축 공사를 말로 지시했던 시절이다. 당시 사용 언어는 수메르어, 아람어, 아카드어였는데, 학자들은 공식 언어가 세 가지나 되다 보니 혼돈이 와서 지구라트 건설이 중단됐을 거라고 설명한다.- P84
성경에서 여러 개 언어의 혼돈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을 법하다. 왜냐하면 바벨탑 정도 규모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먼 곳에서 온 많은 사람이 모여서 도시를 이루었을 때만 가능하다.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다른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서 건축했을 것이고, 당연히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P86
고대부터 제사는 동물을 죽여서 피를 흘리는 것이었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제사도 죄 있는 나 대신에 죄 없는 양을 죽이고 피를 흘리는 형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한자를 보면 죄 없이 바름을 뜻하는 한자 ‘義(의)‘는 나를 뜻하는 글자 ‘我(아)‘ 위에 양을 뜻하는 ‘羊(양)‘이 그려져 있다.- P88
인간의 뇌는 케이블 없이 어떻게 연결될까? 바로 ‘언어‘로 연결된다. 선생님이 교단에서 강의할 때는 선생님의 뇌와 교실에 있는 학생들의 뇌가 병렬로 연결되는 효과가 생긴다. 따라서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살게 되면 언어로 소통하면서 그 집단의 지능이 올라간다. 그러니 도시의 인구가 늘어날수록 사람들 간의 시너지 효과가 커져서 창의력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 현대에서도 대도시의 인구가 늘어날수록 발명 특허 건수, 창의적 예술 작품, 논문 등이 인구 증가 비율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 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정량적으로 계산해 보면 도시가 10배 커지면 창의적 활동은 17배 늘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도시가 만들어지면 문명이 발생하는 것이다.- P93
서로 다른, 분업화된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새로운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공간 구조가 도시다. 도시를 구성한 사회는 분업과 협력을 통해 하나의 기계처럼 작동하게 된다. 그러한 복잡한 기계가 작동하도록 해 주는 것이 도시 공간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수십만 개의 부품을 조립해서 복잡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계를 만드는 사회가 가장 발전한 사회다. 왜냐하면 그 많은 부품과 화학 제품의 유통과 조립을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할 수 있는 도시 공간 시스템을 가진 사회가 가장 발전한 사회인 것이다.- P94
농사의 경작을 뜻하는 영어 단어 cultivation은 경작, 재배를 뜻하는 라틴어 cultus에서 파생된 것으로, 문화를 뜻하는 culture의 어원이며, 문명을 뜻하는 영어 단어 civilization의 라틴어 어원 ‘civilis‘는 시민 생활이나 시민다운 것을 가리키는 말로, ‘도시에 사는 것‘을 뜻한다. 문화는 농사에서 오고, 문명은 도시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단어 구성이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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