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의 소제목은 ‘저 가가린‘ 이라는 것인데, 가가린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러시아 출신의 유리 가가린이라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인류 최초로 우주에 간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본문 속 화자는 비록 현실에서는 우주에 도달할 수 없지만 머리로 그리고 마음으로 이 가가린이 갔던 우주를 혼자 상상하면서 어떤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 처음 밑줄친 부분은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이 저주받은 곳에 땅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머물러 있을 것이다, 나는 움직일 수 없다, 생각만 할 수 있다, 기껏해야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마음속에 그려보려고 노력만 할 수 있다, 이 일을 처음으로 해낸 남자를, 그리고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P360
실제의 설명 대신에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의 설명을 지어내려고 하는 노력은 헛되다, 그들의 얼굴은 즉시 의심의 빛을 띠며, 이런 문제가 그들에게 관련이 있든 아니든, 그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쨌든 내가 그들에게 주는 설명도 그렇게 설득력이 없다고 느낀다, 그들은 나의 눈에서 여기서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본다, 그들은 나를 믿지 않는다,- P363
니콜라이 카마닌(1908~1982)은 1960년부터 1971년까지 우주 비행사 훈련 센터의 책임자였다.- P364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따금 나의 마음을 이미 사로잡아버린 질문의 한 면에만 집중하는 것뿐이다, 늘 그런 한 면에만 한 면의 자세한 부분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그걸로 좋고, 실제로 잘되어간다,- P366
나는 세상을 차단할 수 있다, 어느 한 시점에서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차단한다, 세계는 물론 거기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그 나름의 이성적인 방식대로 계속 작동한다. 그 말인즉 시간의 특정한 순간과 그 특정한 세부 사항 속에서, 즉 오늘날, 내가 이 글을 쓰는 특정한 순간, 바로 2010년 7월 16일에도 세계는 여전히 합리적으로 기능한다,- P366
전체적인 관점에서 비춰 보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이유는 의미가 없다, 그 개념은 벌써 의미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내 말은 그건 한 번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뜻이다, 어떤 유의 역사적 과거에서든 단 한 번도, 사람들은 그저 그럴 필요가 있어서 거기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세계‘나 ‘전체‘, ‘멀리로부터 정해진 운명‘과 같은 단어들, 모든 그러한 것들은 그저 텅 비어 있고 의미 없는 보편성의 명칭이다, 그것에 관해서는 너무나 큰 협잡이라고 말하는 편이 가장 간편하리라, 이 모든 일이 다 그렇기 때문이다, 그저 하나의 커다란 사기다, 이것들이 인지할 수 없는 추상적 관념 같은 일이라서가 아니라, 그 형식화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다,- P366
오해, 한 사람이 삶을 단기 계약으로 빌릴 때, 그는 이 추상적 관념을 차츰 믿게 된다, 부분적으로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지하고, 부분적으로는 이를 확증으로 보고, 이런 것들을 양탄자처럼 사방팔방에 깐다,- P367
게르만 티토프는 유리 가가린에 이어 두 번째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사람으로, 당시에는 역사상 최장기 우주 비행에 성공한 인물- P368
세르게이 코롤료프는 소련 우주 개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우주과학자로, 스푸트니크를 개발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P368
지평선이 보인다. 아주 아름다운 섬광이 비친다.... 아주 아름답다.- P369
자르야Zarya 는 코롤료프를 칭하는 호출 신호이고, 케드르 Kedr는 가가린의 호출 신호다.- P370
브조르 : vzor, 광학 장치가 달린 항로 현창- P373
실제로 모든 일은 앞서간 전례다, 세상 일이 그러하다, 모든 일은 그저 그 전에 온 또 다른 것을 항상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동시에, 소름 끼치는 방식으로, 모든 일은 최종의 누적된 목표 없이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하여 모든 일들은 그저 지속적으로 스러져가는 불똥이 된다,- P377
나는 모든 것이 그저 과거일 뿐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모든 것은 늘 절대 일어나지 않을 미래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해 노력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P377
"이것은 그 모든 일의 가장 추잡한 측면이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곧장 이런 추잡함은 ‘필수
‘적이었다‘라고 서술될 테니까요,- P381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내게는 이전에도 아무것도 없었고, 나중에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지금 인생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는 않다,- P384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미그-15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가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가가린은 어떤 수단으로든 꼼짝없이 죽었으리라는 것이었다.- P389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옛날에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음, 나는 이야기가 없다는 의견에는 동의할수 없다, 오로지 이야기만 있다, 수억 개, 수조 개, 수경 개의 이야기가 있다, 계속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야기가 없다고 하는 건, 뭐, 우리는 오로지 이야기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P392
하지만 또 다른 질문은 우리는 간단하게 이야기의 중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 여기 앞서 일어난 일들이 있어, 그리고 이 모든 앞서 일어난 일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후에는 여기에 이야기의 귀결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열한다, 그 이후에 오는 모든 것들을 수없이 많이 나열한다, 하지만 중간 부분, 즉 이야기 그 자체는 없다, 알맹이, 본질, 즉, 우리는 이야기 자체를 잃어버리지만, 동시에 수억 수조 개의 이야기 속에 살아간다는 건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본질을 똑똑히 말하려 할 때마다,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이야기의 알맹이를 내보이고, 인식하고, 누군가의 의식으로 이끌어가려고 할 때 대체로 우리의 노력은 성공적 결과를 맺지 못한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기껏해야 앞서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묘사하며 뒤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거나 이런 귀결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우리 자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심지어 나 자신도 이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 자신도 마찬가지로 제어할 필요가 있다,- P393
나도 안다, 좋다. 앞서 일어난 일들을 표현하기 위해 서두르는 건 이제 됐어, 그 후에 일어난 일도 충분히 설명했어, 그러니 이런 망할 혼란은 필요가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그 미그-15기에만 집중하자,- P393
사서들은 도서관을 싫어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게 뭘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면, 실상 그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는 것이다, 이 사람들, 자기 자신의 고통에 갇혀 있는 이들은 평생 저장고에서 자료를 꺼내며 시간을 보낸다, 한 사람을 정말로 슬프게 하는 일이다,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늘 찾아와서 내 앞에 서서 도서관 자료요청서에 뭔가 써서 내민다, 그러면 나는 저장고로 간다, 이 사람이 원한 걸 찾는다, 이 자체로, 스스로 진저리나는 일이다,- P394
사서는 누군가 무언가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맞닥뜨려야만 한다, 여기 그들의 안내대로 다가오는 이들은 거의 모두그들에게 가져다준 자료를 볼 가치가 없다, 그리하여 사서들이 저장고 어디에 시선을 던지든, 거의 모든 책이 증오만을 끌어낸다, 사서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또 한 명의 가치 없는 개인이 도서관으로 들어와서 별로 수선도 떨지 않고 그들에게 이것 좀 갖다주세요, 라고 말하지 않을까 점점 의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서들은 갖다줄 것이다, 뭐, 분명히 이것만으로도 한 사람을 미치게 하기엔 충분하다, 그리고 가끔이나마 도서관과 문제의 사서를 이용할 가치가 있는 위대한 정신이 찾아와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들은 분명히 미치고 말 것이었다, 사서들도 이런 일은 좋아한다, 그제야 그들은 도서관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카드에 작품이 요청되고, 저장고를 돌아다니며 찾고, 마침내 요청받은 작품을 밝은 햇빛 속으로 가져와 그럴 가치가 있는 누군가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서들은 이런 일들은 완전히 다른관점에서 본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사서의 눈에서 알 수 있듯이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인생에 세 번이나 일어날까 말까한다, 소위 가치 있는 독자가 안내대로 찾아오는 일, 그리하여 대체로 이런 대형 도서관의 분위기는 시체 보관소와 비슷하다, 오로지 억눌린 증오와 억눌린 저항만이 있을 뿐이다,- P395
나는 이런 생각을 이전에는 한 번도 입 밖에 내본 적이 없다,
결국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계획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진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아무런 계획도 하고 있지 않다, 계획은 없다, 여기에 몇몇 문장을 끼적여두는 것 말고는, 어쩌면 내가 찾아낸 것을 써내려갈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아직은 모르겠다,- P403
새로운 의심의 결론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생각이 필요했다, 갑작스럽게 이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사실 어제였다, 이전에 말했던 상징적인 보통의 어젯날이 아니라, 사실의 어제였다, 아니, 그게 진짜 어제가 아니라 그제였다고 해도 누가 알겠는가? 그게 중요하기나 한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내가 이 사실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즉시 그것을 이 공책에 받아 적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더 새롭고 새로운 은폐 장소를 고안해내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P403
우리는 이미 손에 들어온 앞서 일어난 일들과 그 귀결에 대해 적절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이 본질, 알맹이, 핵심에 성급히 가 닿기를 바랄 뿐이다,- P405
나는 비밀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이것을 봐서는 안 되었죠...... 이건 인간이 보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너무 아름답습니다,- P406
저는 정말로 낙원을 보았단 말입니다, 그리고 낙원은 지구입니다,- P409
코마로프의 비극 : 블라디미르 미하일로비치 코마로프는 1967년 소유스 1호에 탑승한 후 지구로 귀환하다가 우주선 낙하선이 펴지지 않아 땅에 추락해 사망하였다. 우주 비행 역사 최초의 인간 희생자로 기록되었다.- P411
구세계가 끝이 나고 새로운 시대가 세 단어로 이루어진 단순한 진실로 그들을 맞는다, 실제로 모든 것이 진실이다, 라는 말이다. 성경의 가르침은 진실이며, 불경의 가르침도 진실이고, 쿠란의 가르침도 진실이며, 모든 사원들의 가르침은 진실이며, 심지어 가장 작은 종파도 그들 나름의 어리석은 방식으로 진실이다, 이제까지는 우리가 그저 이러한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그가 이런 말을 하고 다녔으리라고 상상한다, 단어 그대로 똑같지는 않더라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한다,- P413
내가 어디를 보든 이것만 보여, 낙원이, 어디에 있든 내 마음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말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보여,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누가 알겠어, 나를 순진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백치라고, 어린애라고 생각하겠지, 낙원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아, 우리 지구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 형은 이해할 거야, 이 지구는, 우리의 어머니 지구는..... 그리고 가가린은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그는 탁자 위로 몸을 던져 울었다,- P415
그들이 인간의 삶을 전과 달리 보도록 하리라, 아니, 인류는 그를 통해 뭔가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있다, 이로 인해 지구상의 악은 완전히 무의미하게 될 것이었다,- P415
거기, 보드카 냄새에 휩싸인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언제나 소련의, 세계의 영웅으로 남을 사람, 아무도 그가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미쳐버린 남자, 그는 완벽히 혼자였으며, 세계는 두 개로 갈라져버렸다, 한쪽에는 낙원이 있었고 그가 그곳의 유일한 주민인데, 다른 세계에는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이 위대한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인류가 살며 평소처럼 삶을 계속해나간다, 하늘이 내려준 세계에서 그 위대한 여행과 위대한 발견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세계는 이전처럼 계속 흘러간다, 그리고 이것을 가가린의 신경계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신경계가 그의 신체 기능도 파괴하여, 그 마지막 나날 동안 그는 더는 살아 있는 상태를 견딜 수 없었다, 이 사실은 내게 완전히 분명해졌다, 그는 오로지 보드카로만 견딜 수 있었다, 이런 일을 당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 남자다,- P416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헛되이 여기 있는것이다, 나는 헛되이 여기에 왔다, 그리고 위대한 비밀을 이해한 것도 헛되었다, 더는 형제 유리 알렉세예비치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어느 경우에도 그에게 최선의 일은 죽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P416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이것을 봐서는 안 되었다, 어느 경우에도, 이것 때문에, 이 문장의 심오한 의미 때문에, 나는 이런 생각과 함께 끝낼 것이었다, 그렇게 되는구나, 하지만 그렇게 허락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 올 모든 순간에도 이를 이해한다. 그러니 이제 이 일을 끝낼 시간이다, 나는 기다리며 저절로 일어나는 일을 기다릴 욕망이 없다, 다른 식으로 될 리는 없다, 내 조사와 내 발견이 내게 힘을 주리라 생각했던 것을 앗아 가버렸다,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시작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 모든 일이 너무 근사하게 시작되었고, 여전히 더위가 푹푹 찌던 여름이었다,- P417
여기 6층의 창문을 열 것이다, 나는 창틀에 서서 내 몸을 밀어낼 것이다, 무엇이든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건 확실히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그때가 왔기 때문에. 6층에서 낙원으로.- P418
그가 어떻게 물을 마시고 그 플라스틱 물병을 더럽고 지저분한 여기 포장도로 위에 내려놓는지는 보지만, 왜는 보지 않는다, 왜 그가 물병을 내려놓는지, 뭐, 사람들은 결코 그것을 묻지 않는다, 왜 그가 더는 마시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지금 당장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째서 한입만큼의 물만 마시고 더는 아닌지, 다른 말로 하면, 어째서 그는 물병을 더는 입술에 대고 있지 않은지, 어째서 그가 여기 그걸 내려놓았는지,- P420
그는 말한다, 우선 지금 세상에 있는, 이 온 세상에 있는 모든 것, 제자리에 있는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다, 땅으로 더 멀리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중력이 그를 끌어당기긴 하지만, 무언가가 더 강력한 무언가가 놓아주질 않는다,- P420
강의 굽이는 모두 하나하나, 물이 어떻게 땅의 한 지점으로 흐르는지에 의해 결정이 된다, 그리하여 그 주위를 돌게 된다, 즉 흐르는 강은 더 높은 땅에 있는 무엇에 부딪혀서 이 때문에 굴절된다, 그런 다음, 이렇게 무수한 굴절이 강의, 뭐라고 해야 할까, 강바닥의 행로를 만든다고 해야 할까,
소위 강바닥 노선이 된다,- P421
그들은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똥파리 떼처럼 모여 다닐 뿐, 본질을 고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421
주위를 둘러보라, 중력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에게 묻진 않는다, 무엇이 여기를 한 사물의 특정한 자리이며 다른 사물의 자리는 아니라고 정하는 것인가? 무엇 때문에 사물들은 자기 자리를 갖게 되는가? 무엇 때문에 세계는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는가? 뭐, 아시겠지만, 모든 것이 중력 때문에 어딘가에 처박히게 된다, 그리고 더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세상이 이루어진 방식이다,- P421
어쩌다 눈송이들은 저렇게 낮은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걸까,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무게와 부피와 공기 저항과 바람과 중력, 사람들이 최대로 생각해낼 수 있는 답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어떤 사람도 여기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거대 체계가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세상이 이루어진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이것이 그저 흥미롭지가 않은 것이다,- P422
가령 중성자와 양성자와 전자, 강립자와 경립자, 쿼크와 보스 입자, 초짝입자가 깜빡이는 등등의 영역,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연쇄가 끝없이 이어지는 영역에서는, 연쇄란 무언가로 조립되는 것이니까, 뭐, 상관없고, 중요한 점은 여기서 우리는 동작을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동작의 방해와 멈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영원히 지연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멈춤과 동작이 있지만, 둘 다 그 뒤에는 이제부터 집중하시길, 그는 말한다, 눈에 띄지 않고 헤아릴 수도 없는 거대 체계가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결정한다, 멈춤일지, 동작일지,- P423
그리고 세계를 넘어선 다른 세계들이 있다, 모든 세계는 완벽하게 또 하나의 세계를 숨긴다, 물론 모든 것은 하나의 세계는 오로지 관문이라는 말로만 표현될 수 있다, 수십억 개의 세계로 향하는 비밀의 문이다, 그 세계들은 오로지 이 하나의 세계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그리고 세계 위에 세계가 있다, 하지만 정말로 거대한 엉망진창, 초혼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전체를 하나의 광대한 체계의 위계적 부속들로 인식하려 한다면, 이 말보다 우리가 말하려고 하는 대상을 더 잘 표현할 수가 없다,- P423
물론 그건 말뿐이다, 말은 결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 말은 정확히 빠져나갈 길을 숨기기 위해 존재하며, 숨겨진 것의 역할을 해낸다는 것이 확실하다,- P423
그래, 막아놓은 문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 물론 생각도 딱히 나을 바는 없다, 생각도 늘 어떤 문지방에 막혀 있다, 정확히, 이 생각이 저 너머로 넘어가는 곳, 즉 말이든 생각이든 상관없다, 이건 그저 옛날에 닫혀버린 경계 같다, 들어갈 길도, 나갈 길도 없다, 그렇지만 긴밀한 인과 속에 봉쇄된 구역은 거기서 젤리 같은 물질로 흔들린다, 가치도 없이, 오해를 일으키며,- P423
우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멈출지, 움직일지 결정하는 총체 뒤에 멈춤이나 지원된 멈춤이 있었다는 데 일찍이 동의했다면, 그는 말한다, 역시 그 뒤에 가늠할 수 없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거대 체계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동일한 것이다, 그가 든 모든 예에서는 이 똑같은 거대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P424
말은 무력하다, 대상 주위를 빙빙 돌지만 정중앙을 맞히지는 못한다,- P424
사실상 이 체계는 가시적 영역과 비가시적 영역의 모든 것 바로 뒤에 있다는 것이며, 사실상 이 체계는 어마어마하게광대한 보편적 단위와 어마어마하게 미세한 보편적 단위의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건 더 이상은 세계가 아니다, 본질이지,- P424
아마도 이런 여러 세계가 각각 자신의 본질을 갖지만 동시에 모두 함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세계를 생각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동시에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러한 세계들과 이러한 본질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 이들은 같은 천으로 만들어졌고, 이 본질은 소위 자신만의 특정한 세계로 짜 넣어졌다,- P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