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권에서 강백호는 전국대회를 몇 일 앞두고 약점인 슛을 보완하기 위해 감독인 안 선생님과 슛 2만개를 연습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런 강백호의 모습을 지켜봤던 채치수의 여동생인 소연이가 백호군단의 대장인 양호열에게 건네는 말이다. 그만큼 강백호의 농구 습득 속도가 빠르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보면 될 듯하다.
뒤이어서는 전국대회에 진출한 북산 선수들이 대진표를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풍전, 산왕공업, 지학 등 강호라고 알려진 팀들과 같은 그룹에 속해있는 것을 본 선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토너먼트의 특성상 지면 바로 탈락이기에, 무수히 많은 강호들을 꺾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본능적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어느 팀이건 간에 무조건 이겨야만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 수 있기에, 부담만 갖기보다는 부딪혀서 이겨내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는 것이다.
뒤이어 북산 농구부가 전국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회가 열리는 지역인 히로시마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차에서 풍전 농구부 선수들을 만난다. 풍전 농구부는 1회전에서 북산과 맞붙기로 되어있는 팀이라 아마도 북산과 가는 방향이 같았던 것 같다. 아무튼 이들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소위 요즘 말로 ‘트래쉬 토크‘라고 해서 서로를 은근 슬쩍 무시하면서 자존심을 긁는 류의 대화들이 오간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물리력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양 팀 주장들간의 대화로 큰 싸움으로까지 번지지는 않는다.
한편 전국대회를 앞두고 한 농구잡지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전팀들을 평가한 분석자료가 나왔는데, 다른 팀들의 평가는 비교적 높았지만 북산의 경우 아무래도 전국대회에는 처음 출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가 되어 있었다. 이를 본 북산 선수들은 처음엔 자극을 받았지만, 곧바로 안 선생님이 이 책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자는 말에 큰 소리로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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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국대회 1라운드 북산과 풍전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풍전은 빠른 속공을 주무기로 하는 ‘런 앤 건‘을 구사하는 팀으로써 작년 전국대회 8강까지 진출했던 비교적 강호로 평가받는 팀이다. 경기 초반 북산 선수들이 어수선한 틈을 타 풍전은 빠르게 점수를 쌓아 나갔지만, 북산의 센터 채치수가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벌어졌던 점수차를 따라잡는데 성공한다. 이에 풍전은 채치수에게 무려 3명의 수비수를 붙이면서 그를 집중적으로 마크한다. 그러자 채치수도 자신이 직접 공격하는 것보다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줘서 다른 동료들이 슛을 보다 쉽게 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부응하여 북산의 에이스인 서태웅은 연달아 점프슛을 성공시키는데, 이를 경계한 상대팀 풍전의 소위 에이스 킬러라고 불리우는 남훈이라는 선수가 우연인지 고의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에서 서태웅을 팔꿈치로 가격한다. 이에 서태웅은 잠시 정신을 잃고 나중에는 눈이 퉁퉁 부어오를정도의 부상을 입게 된다. 경기 전 북산에게 서로 페어플레이를 하자던 풍전의 남훈은 이런 식의 행동을 보이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다소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의 농구 실력은 훌륭했지만 거기에 걸맞지 못하는 인성은 다소 아쉬웠다.
이런 남훈의 비겁한 플레이는 전반적인 경기 분위기를 다소 거친 쪽으로 몰아가는 결과로 이어졌고 급기야 심판이 양 팀의 주장을 불러서 따끔하게 경고를 줌으로써 조금이나마 진정되었다.
한편 풍전에는 그동안 알지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예전에 있었던 노 선생님이라 불리는 감독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노 선생님은 풍전의 팀 칼라인 ‘런 앤 건‘을 심어준 사람인데, 이것이 전국대회 8강까지 풍전을 이끈 비결이기도 했다. 하지만 풍전의 경영진은 전국대회 8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더 나은 성적을 낼 것을 요구하다가 노 선생님이 그 요구를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자 그를 쫓아내고 젊은 감독인 김영중을 새롭게 데리고 온다. 이 젊은 감독은 이제껏 풍전에 뿌리내려왔던 ‘런 앤 건‘ 농구 보다는 수비 위주의 훈련을 할 것을 선수들에게 지시한다. 이것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큰 반발을 샀고, 급기야 감독에게 항명하는 선수들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기존에 노 선생님 밑에서 즐겁게 농구하던 선수들이 수비같이 다소 즐겁지 않은 농구를 할 것을 강요받게 되자 새로 온 젊은 감독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이러한 갈등의 양상이 전국대회 1라운드인 북산전까지 이어져 급기야 작전타임 때 한 선수가 감독에게 불량한 태도를 보이자 감독도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주먹으로 때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내부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에 경기를 잘 치르던 선수들의 멘탈이 나가면서 잘 들어가던 슛이 안들어가기 시작하고, 급기야 북산과의 점수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다.
경기 종료를 약 2분정도 남기고 풍전의 에이스 킬러이자 동시에 에이스인 남훈은 팀 내분으로 흔들렸던 멘탈을 다시 잡고 노 선생님이 알려줬던 순수한 농구의 즐거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기존에 자신이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다시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풍전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그 사이 경기가 끝나게 된다.
물론 북산도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등과 같은 기존 선수들의 활약에 더해 강백호가 안 선생님과의 슛 훈련을 바탕으로 미처 예상치 못했던 활약을 보여주면서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 승리는 상대팀 풍전의 내부분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책 내용과는 별개로 독자인 나는 개인적으로 풍전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풍전등화‘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는데, 이 사자성어의 뜻인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말처럼 팀의 내부 분열이라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전국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하게 된 풍전의 운명과도 그 이름이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인해 갑자기 좀 생뚱맞긴 하지만 이름이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사람들이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라면…
백호는 초고속열차 같은 느낌이야.- P11
사람에겐 저마다 적성에 맞고 안 맞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P14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상대가 어디인지보다도 우리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니까요.- P18
어차피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들이다.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의 차이일뿐이야.- P33
전국제패를 위해선 누가 상대가 되든 쳐부수는 수밖에!!- P33
이미 승부는 시작됐어!! 여기서 겁먹으면 안 돼!! 무엇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냐!!- P55
시합이 끝났을 때 알게 되겠지요. 이 책이 옳은지 틀렸는지를요. 이 책이 틀렸다는 걸 알려주도록 합시다.- P62
이대로 저들의 페이스대로 끌려가는 건 위험해요.- P107
자네가 모두를 컨트롤 해야하네. 알겠죠?- P107
※디나이: 마크맨에게 오는 패스를 저지할 수 있도록 서는 디펜스- P119
태웅 군의 플레이를 잘 보고... 훔칠 수 있는 건 전부 훔쳐야 하네. 그리고 태웅 군보다 3배 더 연습할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교시절 동안 절대 그를 따라잡을 수 없어요.- P151
볼을 빼앗아서 달린다. 그리고 링에 집어넣는다.- P187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이란 말이 있지....- P198
바스켓 인터페어(공격)
슛이든 패스튼 간에 볼이 최고점에 이른 후 떨어지기 시작하면 링보다 높은 위치에선 그 볼에 손댈 수 없다. 이런 규칙대로라면 앨리웁도 반칙이 되고 말지만 실전에선 묵인하는 실정이다.- P213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냐.... 아마 팀을 우리나라 최고로 이끄는 선수이겠지. 내가 그렇게 한다. 한 발자국도 물러설 생각은 없다.- P223
몸이 기억하고 있다. 몇 백만 개나 쏘아온 슛이다.- P225
지금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잖아요.- P269
이제부터 1점이라도 많이 넣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더 많은 공격 찬스를 만들고... 상대의 공격 찬스를 줄일 것. 리바운드를 제압하면 이길 수 있어요!- P278
무엇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무엇 때문에?! - P292
언젠가부터 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게임 그 자체를 즐긴다는 걸.. 계속 잊고 있었던 것 같다...- P335
포기하기엔 아직 일러. 이기자. 이기는 쪽이 100배 즐거우니까 말야.- P335
100%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군요. 이럴 때 기적이라는 것이 일어나는 것이죠. 만약 우리 선수들이 이겼다고 방심하고 있다면....- P337
이건 전국대회다!! 절대 방심해선 안 돼!! 한순간이라도 방심하지 마라!!!- P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