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단지 싸움을 좋아하는 불량한 학생인줄로만 알았던 정대만이 실은 농구부원이었다는 사실을 안경 선배(준호)가 후배들에게 말해준다. 후배들은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는데...
오늘 읽기 시작한 6권에서는 정대만의 중학교 시절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후배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무석중 농구부의 슈퍼스타였던 정대만의 과거 활약상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 밑줄친 문장은 경기 종료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대만이 역전할 수 있다고 팀원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는 장면에서 나온 말인데, 에이스의 이 말 한마디가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린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멋진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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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준호가 정대만에 관한 과거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정대만은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권준호 그리고 채치수와 동기였다. 북산고에 입학하고나서 1학년 신입 부원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맞붙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대만은 키가 큰 채치수를 상대로 자신의 스피드와 테크닉을 믿고 경기를 하다가 그만 불의의 부상을 당하게 된다. 무릎쪽 부상이라 병원에 잠시 입원해있었는데, 농구를 몇 일간 못하게 되자 몸이 근질근질했던 정대만은 좀 더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농구 코트로 돌아온다. 정대만이 예상보다 너무 빨리 돌아왔다는 생각에 준호를 비롯한 다른 농구부원들이 걱정하지만, 정작 본인은 누워있는 것보다 뛰는 게 더 좋다며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누그러뜨린다.
하지만 너무 이른 복귀였던 탓일까. 정대만은 연습 경기도중 또다시 무릎 부상으로 쓰러지고 만다. 이로 인해 정대만은 엄청난 좌절감을 느낀 듯하다. 책에는 중간과정이 생략되어 있기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폭력적인 불량학생들과 어울리면서 농구부를 박살내러 온 지금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거듭된 부상으로 인한 좌절감으로 인해 양지에서 음지로 빠져버린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준호의 이야기로 인해 정대만이 준호를 비롯한 다른 농구부원들과 티격태격하던 와중에 농구부 감독인 안 선생님이 이들이 있는 체육관으로 들어온다. 이것은 상황 반전의 서막이었다. 과거 정대만은 중학교 시절 안 선생님의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정대만은 원래 경기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그 말을 듣고 새롭게 정신을 가다듬은 후 승부를 뒤집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 기억은 이후 정대만이 다른 고교가 아닌 안 선생님이 감독으로 있는 북산고로 진학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정대만에게 안 선생님은 굉장히 특별한 존재였던 것이다.
정대만은 체육관에 들어온 안 선생님을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거리더니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자기 마음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두었던 말 한마디를 꺼낸다.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도 간만에 뭉클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의 상처를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내면에 깊은 상처를 안고 방황하던 정대만이 회심하게 되는 이 장면은 나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했을 것이다. 안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방황하던 한 사람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을 보며 독자인 나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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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기존에 있던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에 더해 송태섭과 정대만까지 농구부 멤버가 추가 되면서 북산고는 전력이 급격히 상승한다. 예전에 채치수가 말했던 전국제패라는 꿈이 더이상 꿈만이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된 것이다. 실제로 북산고는 64강 토너먼트에서 1, 2, 3, 4회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결승리그 진출을 목전에 둔다. 한편 북산고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해남대부속고의 이정환, 신준섭, 전호장 그리고 상양고의 성현준 등 각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북산고의 시합을 직접 관전하는 장면도 나온다. 추가로 지난번에 북산고와 연습경기를 했었던 능남고의 변덕규와 윤대협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다.
한편 슬램덩크의 영원한 주인공인 강백호는 운동능력은 좋지만 아직 농구를 제대로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아서 그랬는지, 4회전까지 시합을 하는 동안 득점은 단 한 점도 하지 못한 채 매경기 5반칙 퇴장만 당하고 만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다소 실망한 나머지 그동안 ‘나는 천재야‘ 라고 말하면서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있던 그는 어느순간부턴가 ‘혹시 내가 천재가 아닌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설령 진짜 실력이 부족할지라도 자신감없는 모습보다는 비록 근거없는 자신감일지라도 자기애로 가득차있던 강백호의 모습이 훨씬 더 보기 좋았었기에, 자신감이 결여된 강백호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선 뭔가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던 것 같다. 강백호가 하루속히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다행히도 이 6권 마지막 부분에서 강백호가 원래의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인 나도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아직 시간이 있어!! 우린 이길 수 있다구!!- P11
좋은 조연이 없으면 주연 역시 살아나지 않잖아!!- P21
그는 반드시 엄청난 존재가 될 겁니다...- P60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어떻게 움직여서 프리가 되는가!! 그것도 슈터의 조건이지!!- P64
키로 이길 수 없는 것은 스피드와 테크닉으로 커버하면 돼!!- P77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 P85
자, 시합이 얼마 안 남았다!! 게으름피면 안 돼!!- P95
쉬는 편이 더 괴롭다는거.... 너도 입원해보면 알게 될 거야, 준호야.- P99
무리하지마. 대만아.... 만일 아프거든 쉬는 게 좋아.- P99
태섭이를 그렇게나 물고 늘어진 것도 그냥 건방지기 때문이 아니라 태섭이가 농구부 기대주였기 때문에...
자신이 잃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P112
대만아, 사실은... 농구가 하고싶은 거지...?- P113
다…다리는 이제 나았지? 그렇다면... 그렇다면 다시 한 번 함께 하자!!- P115
농구 같은 건 이제 나한테는 지난 추억일뿐이야!!- P117
넌 비겁한 놈이야. 정대만…. 그저 비겁자일 뿐이라구....
그런 주제에 뭐가 전국제패냐... 꿈 같은 소리 지껄이지마!!- P118
누구보다도 과거에 얽매이는 건 바로 당신이잖아.....- P120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P127
연습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P130
공중에서 잡아서... 두 발로 착지!! 그러면 좌우 어느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P143
(프리스로 바이얼레이션) 슈터는 심판으로부터 볼을 받은 후 5초 이내에 슛을 쏘지 않으면 안 된다.- P217
어쩌면... 난 천재가 아닌지도 몰라...- P289
퇴장 안 당하는 요령 같은 건 없어!! 아무리 잘하는 놈이라도 퇴장당할 수 있단 말이다!!- P299
파울과 나이스 디펜스는 종이 한 장 차이야. 하지만 디펜스만큼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없다.- P299
평소 꾸준한 훈련으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어. 그 때문에 매일같이 풋워크를 하는 거야.- P299
디펜스란 것은...!! 말로 해서 되는 게 아냐!!- P299
단번에 볼을 뺏어서 멋있게 보이려 하면 안 돼!- P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