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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듣고쓰고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저자가 대표팀에 소집되었을 때 대표팀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수인 헨리크 라르손(헨케)가 저자에게 했던 말이다. 저자가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스타로 발돋움하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헨케에게 물었는데, 저자 이전에 그러한 관심을 받았던 헨케조차도 저자가 감당하기 힘들정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자 결국 네가 알아서 하라는 말을 건낸 것이다.

위에 소개한 일화를 보다보니, 우리가 살면서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무슨 학교나 직장 선배든 의지하거나 조언을 구할 대상을 찾는 경우들이 있겠지만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결국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걸 보면 나이를 먹을수록 그에 걸맞는 책임감도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신이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는 말이다.

"미안하지만, 즐라탄. 이건 네가 해결해야 해. 스웨덴에서 이만한 인기와 소동을 경험한 선수는 없었어!"- P226
"욘 카레브가 축구공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오렌지로도 할 수 있습니다."- P226
몰래 숨어서 하는 일은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었다.- P227
"있잖아요, 그 선수가 나를 존중하면 저도 존중해요. 그뿐이에요."- P231
미노의 행동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줄 안다는 뜻이었다. 아버지가 보기에 미노는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줄 아는 남자였다.- P254
"모든 선수에게 존경을 받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존경은 받는 게 아닙니다. 쟁취하는 거죠."- P258
세르젠테 디 페로sergente di ferro, 즉 피도 눈물도 없는 교관- P258
나는 카리스마가 있고 자기 주관이 분명한 남자들을 좋아했다.- P259
"즐라탄은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그들은 썼다.
"이탈리아 리그가 즐라탄을 맞이할 준비는 되어 있고?"라고 미노는 되받아쳤다. 백번 옳은 말이었다.- P259
이탈리아 사람들은 축구에 미쳐 있었다. 예컨대 스웨덴에서는 시합 전날과 당일, 그 이튿날 정도까지 시합에 관한 기사들이 나오지만,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일주일 내내 시합 얘기를 한다. 기사가 멈추질 않으니 선수들도 도마 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평가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이탈리아에서 생활하기가 어렵다.- P260
"공을 쫓아가. 더 세게 차야지. 더 자신감을 갖고, 망설이면 안 돼."- P261
"아약스에서 배운 기술은 모조리 도려낼 거야."- P261
"네덜란드 스타일은 필요 없다. 주거니 받거니 2대 1 패스에, 멋지게 기술 넣고, 드리블로 선수들 다 제치며 통과하는 것, 너는 그딴 거 없어도 좋아. 골만 넣어주면 돼. 알아들어? 이탈리아 축구 근성을 네 머릿속에 집어넣도록 해. 해결사 본능을 지니란 말이야."- P261
포지션이 전방 공격수였음에도 나는 골잡이라는 내 역할에 대해 진지하지 않았다. 나는 축구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수많은 속임동작들과 개인기를 실험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하지만 카펠로 감독 밑에서 나는 달라졌다. 그의 거친 승부근성은 전염성이 있었다. 나는 멋진 개인기를 선보이는 예술가보다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골을 넣어야 하는 승부사로 변해갔다.- P261
전에는 시합에 이기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을 갖고 태어났다. 그렇지만 나한테 축구는 어려서부터 사람들 눈에 띄려고 내가 이용한 수단이었다. 경기장에서 멋진 동작들을 선보이고 있으면 내가 로센고드 출신의 보잘것없는 촌놈이 아니라 거물이 된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내지르는 탄성과 ‘저것 좀 봐!‘ 하는 반응을 보면 신이 났다. 화려한 개인기를 보일 때마다 사람들이 보내는 갈채에 우쭐하며 성장해왔고, 멋진 골이나 재미없는 골이나 둘 다 같은 골이라고 하는 놈이 있으면 머저리 같은 놈이라고 생각해왔다.- P262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팀이 패하는 한 발뒤꿈치로 골을 넣든 멋진 개인기를 펼치든 그런 것들에 감사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시합에 이기지 않는 이상 그림 같은 골을 성공시켜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거친 전사가 되어야 했다.- P262
물론 나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P262
나도 이탈리아어를 익히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방식을 택했다. 라커룸이나 호텔에서 사람들과 얘기하며 배우는 편이 훨씬 쉬웠다. 나는 빨리 배우는 편이었고, 문법이 엉망이어도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댈 만큼 뻔뻔하고 멍청했다. 기자들 앞에서도 일단은 이탈리아어로 말을 시작했고, 안 되면 영어로 전환했다. 이탈리아인들은 내 그런 노력을 가상하게 여겼다. 이탈리아어를 잘하지는 못해도 노력은 하고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나는 매사에 이런 식으로 내 신념을 지켰다. 즉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되, 내 방식을 모두 포기하지는 않았다.- P263
멀대같이 키는 크고 깡마른 편이라 한동안 ‘플라밍고 Flamingo(홍학)‘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198센티미터나 되었지만 체중은 84킬로그램에 불과했다.- P264
"네 위치에서 절대 쉽게 물러서면 안 돼. 거물급 선수들이 너를 꼼짝 못하게 만들고 싶겠지만 그것을 허용하지 마라. 네가 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네가 앞서나가는 것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해라."- P265
나는 상대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예컨대 잠브로타도 네드베드도 연습 경기 중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나한테 불만 섞인 핀잔을 들었다.- P265
카펠로 감독은 내게서 아약스 습관만 제거했던 것이 아니다. 어느 구단에 가든 기필코 그곳 리그에서 우승하기를 바라는 집념의 승부사로 나를 빚어냈다. 그것이 내게 굉장히 유익한 결과를 가져왔음은 물론이다. 나는 축구선수로서 거듭났다.- P266
"더럽게 놀고 싶다면 미리 말해. 나도 더럽게 놀아줄 테니까!"- P266
"팀에 유익한 일이었다!"- P267
카펠로 감독은 그런 식이었다. 그는 사나이답고 멋진 남자였다. 젊은 선수들의 혈기를 이해했다. 선수들끼리 으르렁거리고 서로 싸울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감독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감독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일이었다. 이런 일이 생기면 그는 폭발했다.- P267
"내가 다른 선수를 마크하라고 지시했었나? 여기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나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어? 결정권자는 나야, 몰라? 자네가 무엇을 할지 지시하는 사람은 나란 말이야. 알아들었어?"- P268
그곳 생활은 만만하지 않았다. 중간은 의미가 없었다.- P269
"일 핀투리키오, 일 페노메노 베로ll pinturicchio, il fenomeno vero (핀투리키오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로 이는 델 피에로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나타내고, 페노메노는 천재라는 뜻)."- P269
평범한 감독이라면 델 피에로를 벤치에 앉혀둘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만 카펠로는 평범한 감독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의 영광이나 위상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구상한 팀을 이끌고 당당하게 시합에 임했으며 나는 그 점이 무척 고마웠다.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특히 델 피에로가 벤치에 대기하고 있을 경우에는 더 좋은 활약을 펼쳐야만 했다. 다행히 시간이 갈수록 관중석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는 줄어들고 "이브라, 이브라"를 연호하는 팬들이 생겨났다.- P269
‘이달의 선수‘로 뽑힌 게 그리 대단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영웅 대접을 받다가도 다음 날 역적이 되는 게 우리들의 운명이니까.- P270
골문 앞에서 공을 계속 배급받으면서 슈팅 훈련을 한 덕분에 나는 페널티 지역에서 훨씬 효과적이고 위협적으로 움직이는 선수가 되었다. 어떤 각도, 어떤 상황에서 공이 오든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익혔다. 공이 오면 머릿속으로 따로 계산하지 않고 바로 그 상황에 맞게 슈팅을 날릴 수 있었다.- P270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위협적인 골잡이가 되려면 골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골 감각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골감각은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자신감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 P270
나는 스스로를 골 넣는 선수로만 규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경기 전체를 주도하고 경기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모든 기술이 가능한 전천후 공격수가 되고 싶었다.- P270
"고급 시설을 갖추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P271
"좋아. 사람들이 비교하는 말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라. 넌 제2의 판 바스텐이 아니야. 네 스타일이 있지. 나는 네가 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널티 지역 안에서는 너보다 판 바스텐이 능수능란했다. 그의 골 장면들을 모아놓은 영상이다. 그 친구 움직임을 배워서 네 것으로 만들어라. 필요한 건 배워야지."- P272
솔직히 그 영상을 보면서 뭔가 배웠다고는 말을 못 하겠다. 다만 감독의 메시지는 확실히 알아들었다. 카펠라 감독의 평소 지론대로 골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메시지를 내 머릿속에, 내 몸속에, 내 생활 속에 분명하게 새겨놓아야 했다. 그것은 엄중한 경고였다.- P273
나한테 해코지하면 나는 두고두고 잊지 않는다. 그런 놈들한테는 10년이 지난 후라도 앙갚음을 한다.- P276
"오직 신만이 나를 심판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기자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멋대로 지껄이고, 관중은 경기장에서 아무 말이나 내뱉지만 그들에게는 나를 심판할 자격이 없었다. 오직 신만이 나를 심판할 수 있다는 말, 나는 이 말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은 자기 주관대로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나는 그 말을 몸에 새겼다.- P280
용문신도 새겼는데 일본에서는 용이 전사를 상징했고 나 역시 그라운드에서는 전사였으니까.- P280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인 잉어, 고통에서 벗어나는 의미의 불교 상징, 또 물, 흙, 불, 공기, 나무 등의 5원소도 새겼다. 양팔에는 우리 식구들 이름을 새겼다. 힘을 상징하는 오른팔에는 남자, 곧 아버지와 형제 이름을, 그리고 나중에는 두 아들놈의 이름을 새겼고, 심장에서 가까운 왼팔에는 여자, 곧 어머니와 사넬라의 이름을 새겼다.- P280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일은 그라운드에서 내려올 때 잊어야 한다. 그게 내 철학이다. 그라운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여기서 다 말한다면 여러분은 깜짝 놀랄 것이다. 경기 중에 기회를 틈타 상대 선수를 가격하거나 모욕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사실 우리 선수들에게는 그런 일이 일상이다.- P282
그라운드에서는 공격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나만 짓밟힐 뿐이다. 분노가 끓어오르면 그라운드에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뛰면서 해소해야 한다.- P283
나 역시 거칠게 되갚아주었다. 나는 매섭게 대응했다. 이탈리아 신문에서 일컬은 대로 나는 "일 글라디아토레ll Gladiatore (검투사)"였다.- P283
‘실렌초 스탐파silenzio stampa (함구령)‘- P287
스쿠데토scudetto (‘작은 방패‘라는 뜻으로, 세리에 A 우승 팀이 다음 시즌에 유니폼 중앙에 붙이는 문양을 말한다)- P290
프로축구 세계에서는 고분고분해서는 안 된다.- P295
‘즐라탄을 조심하라. 그 친구는 한 번 한다면 하는 미친놈이다, 정말 그 선수를 놓칠 수도 있다.‘- P299
누군가 잘나가면 그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세력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P300
세상 일이란 게 참 모를 일이었다. 그들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땅바닥에 추락한 것이다.- P303
내게는 한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부상 핑계는 대지 말자는 것이다. 그건 웃긴 얘기다. 부상 때문에 쓸모가 없었다고 한다면 애초에 경기에 뛸 필요가 없다.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를 대도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 뛰기로 했다면 이를 악물고 뛰어야만 한다.-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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