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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90님의 서재
  •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스즈키 유이
  • 15,300원 (10%850)
  • 2025-11-18
  • : 303,713


"독일 사람은 말이야" 요한이 말했다.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

p 23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제목이었다. 하지만 2001년 생 스즈키 유이는 연간(10년이 아니다;;) 천권의 책을 읽는 독서력으로 이 소설을 완성했다. 고전문학을 폭넓게 탐독해왔다고 하니, 귀하디 귀한 인간 GPT다.


후쿠시마현 태생으로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언어와 진실에 관한 깊은 사유를 덧입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쓴 소설이 출발이었다고 한다. 젠지 세대들이 모든 정보를 유튜브, 숏츠, 챗 GPT에서 얻는 것과 차별화된 방식이다. 


이후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책이 필요한가》로 제10회 하야시 후미코 문학상 가작을 받아 데뷔했고, 이 책을 두 번째 작품으로 내놓았고 제172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최근에 시리즈 <블러디 플라워> 원작이라 읽었던 2000년 생 이동건 작가의 <죽음의 꽃>과 필력차이가 확연했다. 이를 두고 한일 젠지 세대의 차이로 확대할 수 없지만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실제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식사 중 홍차 티백의 적힌 명언집에서 영감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일본의 괴테 연구 일인자이자 문학자 히로바 도이치가 괴테 명언의 출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탄생했다.


소설은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중단편의 형식이지만 속독하기 어려웠다. 발길을 잡는 수많은 인용문과 서적, 영화 문화 현상의 전반을 알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 수많은 각주를 따라가면 흐름이 끓어지기 마련이다. 얇다고 얕잡아 봤다가는 재미없다고 중간에 놓아 버릴 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참아보자. 영화로 치자면 <리스본 야간열차>(소설  원작)도 떠올랐다. 우연히 발견한 고전문학 선생이 묘령의 여인이 남긴 한 권의 책과 리스본행 켓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찾아 떠나는 이야기의 맥락이 비슷했다. 


중후반부터 미스터리가 조금씩 풀리면서 초반부 떡밥이 모두 수거 된다. 아내, 딸, 장인, 딸의 남자친구, 도이치의 오랜 친구, 하물며 아내가 시청하는 독일인 원예 유튜버까지 도이치의 궁금증에 일조하게 된다. 


방대한 자료조사와 작가가 쌓아 온 교양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작품이다. 일 년에 천권 읽으면 레이어드가 복잡한 글이 나오나, 짧지만 많은 게 담긴 이야기라 20대가 썼다는 게 신기하고 부러웠다. 긴 글이 아니지만 적절하게 비유와 상징으로 등장하는 대부분 고전문학(성경 포함)에서 비롯된 인용이라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독자마다 이 책이 지닌 주제 혹은 메시지를 다르게 생각할 것 같은 이야기다. 좁디좁은 사견을 드러내 보자면. 혼자 괴체 전집과 본인이 쓴 글, 인터넷을 뒤지고, 학계 사람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는 등 천신만고 끝에 작은 실마리를 얻어 내게 된다.


괴테의 명언의 출처를 알 길이 없던 도이치는 TV 강연 녹화에서 질문에 영감받아 마치 괴테가 했던 말처럼 인용해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녹화 날짜가 다가올수록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의 무게감을 실감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어떻게든 인용문의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려 백방으로 노력했던 것, 아내는 홍차 회사에 자문을 구하라고 했고, 홍차 회사는 명언집 모음 사이트를 참조했다는 답을 얻는다. 


하지만 명언 사이트를 뒤져본 결과 괴테가 했다는 그 말은 출처 확인중이었다. 우연히 아내가 즐겨 보면 독일인 유튜버와 딸의 남자친구가 만든 명언 모음 사이트에 힘입어 독일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도이치는 괴테, 아내, 딸 그리고 세상의 이치와 풀리지 않는 인생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결말 부는 매우 드라마틱 하다. 모두가 독일로 떠나 베버 씨(유튜버)를 만나는데 하필이면 그녀의 친할아버지의 할머니가 괴테의 연인이었단 거다. (확인된 바 없지만) 괴테에게 받은 편지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아마 가보인 듯) 괴테의 육필 원고를 봤던 도이치는 친필로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그 문장을 찍어 둔다. 베버 씨의 아버지가 연구소에 기증하려고 했지만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거절당했고 보전하라고 명했다고 한다.


도이치의 뇌피셜에 따르면 베버 씨가 '조물주의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 없이 뒤섞는다'라고 요약했고, 이를 본 중국인 명언 사이트 운영자가 조물주(중국은 종교를 허용하지 않음)를 빼고 영어로 옮겼으며, 이를 본 미국 티백 회사가 자사 꼬리표로 실어 버린 것이라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본질도 중요하겠지만, 자기의 언어로 다시 재해석(재생산)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딸 노리카가 아빠에게 하는 말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어차피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어도 자기가 말하지 않으면 재미없지'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무언가를 베끼고 인용하며 발전해 체화한 것이며, 자신이 얼마만큼 글에 확신과 믿음을 투영한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 같다. 도이치는 방송 후 아나운서의 말로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고 괴테의 비밀 편지였을지 모를 문장의 도이치 버전으로 의역한 말을 읊는다. 마지막 부분을 몇 번이고 읽는데 그 나라의 문화,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초월 번역'과 번역가 '황석희'가 생각났다. 과연 인간이 만든 언어란 무엇인지 깊은 사유를 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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