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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90님의 서재
  • 종말까지 다섯 걸음
  • 장강명
  • 14,400원 (10%800)
  • 2025-08-26
  • : 2,080



기자 출신 장강명의 장편 소설을 여러 편 읽어봤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댓글부대》와 《한국이 싫어서》다. 왜냐고? 영화로 만들어졌으니까. (이노무 직업병) 아무튼 기억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파고들거나 인터넷체나 요즘 유행하는 말투, 즉 트렌디함에도 잘 좇아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는 잘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종말을 주제로 다섯 가지 이야기를 엮은 앤솔로지 소설을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소행성 충돌로 인해 부정 절망 타협 수용 사랑을 키워드로 이야기하는 놀라운 20가지 근미래 현실이다. 다섯 키워드는 마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말한 ‘죽음의 5단계’ 이론과 닮았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크게 5단계에 걸친 심리 변화를 보인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사실을 ‘부정’하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 ‘분노’를 터트린다. 이후 어떻게 해야만 이 사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타협’ 보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우울’해지며 마지막에는 받아들이는 '수용'을 택한다.


마지막, 끝, 종말, 파멸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각각의 반응이 흥미로운데 읽는 내내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소행성 충돌로는 ‘이시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가 떠올랐고, 우주선에 선별적으로 태운 상황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의 《미키 7》원작인  한 봉준호 감독의 <미키 7>도 떠올랐다. 여러모로 영감을 주었던 소설이다. 


종말 앞에 마녀사냥을 당한 여자가 진짜 마왕을 소환하는 내용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봐왔던 뿅 가는 소재와 비슷했다. 행복한 주인과 산책하는 반려견, 무작위 추첨으로 선별했던 우주선이 사실은 부정적인 방법으로 공평을 어겼다는 걸 알았다면 어떨까.  이들은 일단 탈출은 했다지만 어디로 갈 것인가, 우주선은 충분히 사용 가능할까. 여러 상상력이 펼쳐졌다. 지구에 남기로 지원한 50여 명의 사람이 나라면,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살찌거나 아플 걱정 없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것 같다. 어차피 다 같이 죽으면 문명이 사라지고 뭐고 괜찮은 죽음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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