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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90님의 서재
  • 앙리 루소가 쏘아올린 공
  • 김지명
  • 16,200원 (10%900)
  • 2025-06-30
  • : 452



초고령 사회에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하는 일이 잦다. 은퇴하고 쉬면서 안락함을 꿈꾸는 시대는 지났다. 나도 앞으로 살아온 날을 한 번 더 살아가야 할 나이가 되니, 슬슬 자기 계발은 죽을 때까지라는 말을 실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막한 중년, 가난한 노년이 두려울 것이다. 준비 없는 은퇴와 미래의 불안감은 나이를 떠나 누구나 겪는 감정일 것이다.

흔들리는 삶을 잡아줄 무언가가 있다면 어떨까. 나는 조심스럽게 책을 곁에 두라고 말하고 싶다. 책은 내면은 단단하게 해주고 온갖 출처 모를 정보를 쏟아내는 SNS 보다 합리적이다.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할 숙명을 타고난 현대인들은 오늘도 하루가 바쁘고 모자라다.

유튜버로 전향해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박막례 할머니나 밀라 논나는 성공한 극소수일 뿐이라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다. 괴테는 80세가 넘어 《파우스트》를 썼고, 모네는 눈이 잘 보이지 않음에도 76세에 <수련>을 시작했다. 모지스 할머니는 '인생에는 너무 늦은 때란 없다'라며 75세에 수놓기를 그만두고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다. 새로운 전성기, 인생 N차, 후반전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 앙리 루소를 만나고 생각을 조금 달리했다. 평생 가난과 생계 불안에 시달렸던 앙리 루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정식 미술 교육도 받지 못한 마흔아홉의 말단 세관원에서 전업 화가로 변신한 드라마틱한 일화는 충분히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았다. (뭐 하시나요. 영화 제작자들!)

물론 생계의 불안 보다 꿈을 좇은 그가 활동한 시기는 19세기다. 21세기 후기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시대에 앙리 루소처럼 살아가긴 힘들겠지만 그가 해온 발상, 상상, 행동을 각자에게 적용해 본다면 어떨지 생각했다. 어떠한 공부도, 사조도, 계파도 없이 자유로운 영혼이라 특별하다. 앙리 루소가 그린 그림은 무엇으로 형용하기 힘든 세상에 없는 예술이다. 누구의 말과 눈빛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목적을 밀고 나가는 뚝심도 국보급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큰 획을 긋고 떠나간 앙리 루소의 삶은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내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떠올려 봤다.

일단 내가 주목한 포인트는 '무지가 아닌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열정'이다. 타인의 조소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열정은 SNS에 휘둘리는 현대인에게 영감을 준다. 또한 누구에게도 베풀 줄 아는 따스하고 순수한 성정이었다. 가난 속에서도 더 가난한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주변을 배려했다.

또한 앙리 루소는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았다. 고난 앞에서 담대하게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역발상과 긍정 회로를 돌려 빠른 대처로 상처를 최소한으로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 많은 철학자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타인의 평가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경고한다.

편협한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기 보다 오히려 홀로 고립을 택하라고 권한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남이 없으면 살수 없지만 남 때문에 고통받는다. 관계에서 느끼는 피로와 무게감은 타인을 향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 기대를 내려놓음으로써 조금 더 자신에게 관대해질 수 있고 묵묵히 길을 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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