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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90님의 서재
  • 2000년생이 온다
  • 임홍택
  • 16,200원 (10%900)
  • 2023-11-30
  • : 3,978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고 늙어감을 피부로 느낀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게 2010년인 거 같은데 벌써 15년 넘게 스마트폰을 끼고 살았고 이젠 일상이 되었다. 그 사이 정보화는 가속화되었고 새로운 폰이 출시될 때마다 카메라 성능과 배터리 문제를 개선하더니, 이제는 AI까지 탑재 되었다. 이런 세상의 흐름 속에 살아간다는 건 참 많은 걸 보고 듣고 알아야 한다는 거다. 


드디어 앞자리가 2000인 출생자가 성년이 되어 사회로 나왔다. 임홍택 저자의 《90년생이 온다》를 읽은 지 5년 후 팀장급이 된 90년생 밑으로 2000년생이 들어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인간이었던 그들을 마주한 회사는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파고들었던 상황. 시간은 흐르고 흘러 벌써 이들은 후배를 맞게 되었다. 90년대생은 꼰대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2000년생의 특징-초합리, 초개인, 초자율

사장님은 저를 잠시 구독하고 계신 거예요


회사는 퇴사하기 위해 다닌다. 직장을 다니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그만두는 게 목표다. 100세 시대로 생애 주기가 길어졌지만 그에 맞지 않는 직장 생활, 월급은 그저 원화 채굴 용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로또나 코인, 주식, 부동산이 떡상해서 부자 되기만 기다린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의 특성은 효율성을 우선하는 성향과 맞물린다. 


2000년대 생은 저 사람이, 이 일이 나와 맞는지를 빨리 파악해가 위해 MBTI로 정리하고 입사하자마자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생은 선진국 반열에 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수준 높은 환경을 누려 왔다. 최고의 교육과 학력을 자랑한다. 영유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알았으며, 부당한 보상에 권리 의식이 뛰어나다. 다만 각종 사회에서 부딪히는 건 노력에 상응하지 않고 권리만 운운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지나치게 뛰어나기 때문에 슬프고 힘들다. 


팩트에 연연하며 전통이나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은 피하는 초합리인이다. 앞서 말했듯이 초합리적라는 건 많은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모두를 위기로 만들기도 한다. 초개인주의는 개인보호주의와 맞물리는데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에 부당한 일은 당하는 데 혐오하고, 피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회는 여러 연령의 사람과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함께 하기에  초이기주의자들은 당장은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립될 수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극단적 디지털 사고방식을 가진 사이보그형 인간을 도출하게 된다. 


애플의 수장 팀 쿡은 "나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더 걱정하는 것은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원치고가 시스템에 따라 살아가는 게 중요한 디지털 AI 인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팬데믹은 디지털을 맹신하고 습관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는 전화 포비아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생각해 봐라. 폰 하나로 물건을 고르고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데 굳이 몸을 일으켜 사람을 만나는 스트레스를 가중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일은 여러 분야에 변화를 만들었는데 극장의 종말론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나로서는 씁쓸함과 인정이라는 양가적 마음이 존재한다. 


팬데믹 시절 극장은 다른 나라 보다 훨씬 많은 인상을 주도했다. 가격이 오른 만큼 품질도 올라야 맞지만 빠른 트렌드에 맞추지 못한 창고 영화를 개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팬데믹이 끝나도 젊은 층은 극장을 찾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자막을 켜지 않으면 영상 시청이 어려운 세대인 2000년생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곡선의 신의 것, 직선은 인간의 것'이란 말처럼 자연에서 직선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인데 이게 영상 시청 시 자막이 필요한 이유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적용된다. 아날로그는 신호를 연속된 선으로 나타내고, 디지털은 신호를 인위적으로 나누어 나타낸다. 영상 볼 때 트는 음성 대사는 아날로그 영역에 속하고 대사를 자막(문자)로 표현하는 건 디지털 영역이다. 


따라서 음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분명한 소리들 사이에서 음성 신호를 가려내고 해석하며 전후 상황과 배우의 미세한 표정, 전반적인 스토리와 맞물려 알아듣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지는 거다. 개인의 초합리성은 역설적이라 부르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비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합리적이지 않은 출산은 섞였을 때 독이 될 수 있는 칵테일 효과를 부른다. 


하지만 이 책은 2000년생 때문에 사회 교란이 온다거나, 소멸할 거라는 말이 아니다.  《90년생이 온다》처럼 이들과 섞이는 사회생활 전반에서 이해와 공감을 더하기 위함이다. 태곳적부터 시작해 21세기가 되었지만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처럼 '요즘 것들은'이란 세대 차이가 생긴다. 혼자서는 절대 생존 불가능한 인간은 여전히 사회적인 동물이다. 소통 능력이 좋은 인간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업무력 보다 인간성,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시대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도 원활한 소통과 협업 능력이다. 


얼마 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시즌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인간성'이었다. 후기 자본주의의 여러 부작용이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을 모아두고 '돈'을 들이미는 게임. 겉포장이 화려한 허상 앞에 한낱 장기말이 되어버린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임을 말한다. 성기훈이 마지막에 '인간은'이라며 맺지 못한 이후 문장은 각자의 몫으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인간은 로봇이 아니다. 인간은 장기말이 아니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 등등 각자의 상황과 정체성에 맞는 정답이 존재할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가서야 AI 시대에 답을 찾아 줄 AI 보다 인간이 살아남는 방법을 '제대로 질문하기'로 꼽았다. 200년대생은 사회로 인입하기 보다, 단기 일자리를 찾아 영원히 멀어질 수 있다. 그들을 붙잡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와 해결법이 도입되어야 할 테다. 2000년에서 2009년 출생한 그들은 단순히 MZ세대, 알파세대, 혹은 요즘 것들로 묶으면 안 된다. 그들은 각각의 개인적인 초지능의 초자아를 가진 존재다. 


9시부터 5시까지 근무가 힘들고, 누구와 소통하는 게 어렵고, 주 4일을 꿈꾼다. 회사가 자신을 넷플릭스 월정액처럼 구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일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발전 가능성 없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와 겹친다. 기대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는 게 슬기로운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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