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하우스>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양진석 건축가의 책을 만났다. 그때는 지금의 건축가 이미지와 많이 다른 푸근한 인상과 부드러운 말투로 화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때가 대체 언제야? 2000년에서 2005년까지 방영했다고 하니 20년도 더 된 일이다. 이력을 찾아보니 중간에 앨범도 발표하고 음악 쪽으로 나간 거 같은데 방송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왜일까? 괜히 궁금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 책을 만났다. 학교에서 세계사 시간에 배운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기둥 양식이며 로마네스크, 헬레니즘, 고딕건축 등 반가운 추억 여행도 이어졌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까지 유럽의 다양한 건축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로마는 도로와 수도를 건설해 유럽 전역에 복제 도시를 만들어 갔다. 이는 곧 유럽 건축사의 발전이 복제 도시의 반복이라는 말과 같다. 저자는 상부 삼각형 모양의 페디먼트 존재 여부로 그리스. 로마 건축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말했는데, 건축물의 페디먼트에 메시지가 상징되어 있어 유심히 보라고 권했다.
그리스와 로마는 하나의 문화처럼 (로마의 통일로 인한) 보이기 때문에 그리스 양식의 유산을 이어 받아 새로운 전개를 보여준 건 로마 건축이라 할만하다. 고대 그리스 양식과 로마 양식을 합쳐 '고전 양식'이라 부르는데 그리스가 장식적 건축이라면 로마는 실용적 건축이다. 신전, 포럼, 경기장, 목욕탕 등 모이는 곳이 많으며, 영화 <대부>에서도 나온 가족주의, 우리는 하나다라는 개념이 형성되어 있다.
저자가 일본으로 유학 떠났다고 해서 신기했는데, 생각보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때 유럽 문화를 받아들여서인지, 묘하게 유럽식의 동양 건물이 많다는 장점을 떠올렸다. 그래서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영문과인 금명이가 일본으로 유학 가는 걸까?
아무튼 각설하고! 총 6챕터로 나눠 '로마'와 '비로마'로 나뉘는 유럽 건축 양식을 설명하고 있다. 로마를 계승하는 것과 새로운 시도를 했던 양식이다. 1장은 그리스, 로마 건축이다. 2장은 비잔틴. 로마네스크 건축, 3장은 고딕 건축이다. 4장은 르네상스 건축이고 5장은 바로크, 로코코 건축이다. 마지막 6장은 19세기 전후부터 현재까지의 건축이다. 한 챕터를 마칠 때마다 키워드로 정리하는 한 쪽짜리 요약본이 반갑게 맞아 준다. 이 안에 핵심이 다 있다.
유럽 하면 건축이고 이제는 10년도 더 된 유럽 여행을 기억도 살릴 겸 읽어봤다.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알면 더 많이 보인다는 유럽 여행 전에 이 책 한 권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유럽을 다녀온 분들에게도 되새기는 좋은 추억, 혹은 공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