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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90님의 서재
  •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윌리엄 해즐릿
  • 15,030원 (10%830)
  • 2025-02-07
  • : 4,225




해즐릿은 당대 최고의 (반론이 없는)

형이상학자였다. 단순히 돈 많고 신분 높은

사람들을 멸시하고, 가난하거나 억압받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대중의 행복과는

대조적인 소수 계급의 교만과 권력을

혐오했다. 진정한 도덕적 용기가 있는 그는

도의를 위해. 인간성의 유익을 위해

이득과 명성을 포기했다.

p12

급진적인 이상주의자였던 영어권 최고의 에세이스트 '윌리엄 해즐릿'이 펼친 주장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또 만났다. 그는 오늘날 칼럼, 특집 기사, 논평 같은 글의 형식의 근간을 제공했다.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며 또박또박 단점을 지적한다면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거침없이 생각하고 말하는 대문자 T이지만, 옳은 말을 한다면 할 말 없게 만드는 연설가다. 지금 태어났다면 엄청난 인기와 안티가 있었을 것이며 SNS 팔로워도 많고 유튜브도 탑 계정이었을 것 같다.


대쪽같았던 해즐릿은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에 근본적 변혁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죽을 때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다가 1830년 런던 소호의 허름한 하숙집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한 일인가. 해즐럿이 바란 성공은 무엇이었을지, 원하는 바와 같은 삶을 살았는지 묻고 싶었다. 과연 행복했을까.



고상함을 가장하는 태도가 많은 곳에

반드시 두 배로 많은 상스러움이 있다. p95


책 속에는 손에 잡고 싶지만 잡기 힘든 것들이 서술되어 있다.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지,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패션, 성공의 조건, 아첨꾼과 독재자, 사형에 관하여다. 19세기에 살던 그가 세상 이슈를 논리정연하게 비판한 날카로운 생각이 담겼다.

지금과는 거리가 있는 것도 있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21세기에 그 생각을 다시 읽어본다는 건 편협한 생각,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하고 다양함을 채워보겠다는 의지다. 조금만 늦게 태어나 정치를 했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했을까. 그것도 영국이 아닌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남북 간의 이데올로기까지 더해 엄청난 추종자가 따랐을 텐데..


아무튼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읽게 되었지만 느끼게 된 바가 많았다. 돈만 있으면 뭐든 가질 수 있는 런던에서 온전히 가질 수 없는 고독을 원했던 해즐릿. 타협 없이 꼿꼿하게 살다간 그의 곁은 아들과 찰스 램 단둘이 지켰다. 진정한 고독, 영원한 고독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제목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는 공간과 크기의 관념에 수반된, 어렴풋하고 비현실적인 상상의 색이 덧 입혀진 게 좋다고 생각하는 감정 때문이라 정의한다. 막연한 기대감, 희망, 소원이 매혹적인 공포로 채색된다고 말한다.

반면 '사람은 장소나 사물과는 달리 가까이 있거나 친할수록 더 호의적인 느낌을 주고, 장소와 사물이 멀리 있을수록 좋아 보이는 이유는 그것들을 비방하는 데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즉, 사람은 가까워져야 이롭기에 추측, 편견, 소문만으로 타인을 음해하거나 비판하는 일을 삼가라고 뜻이다.

매우 F적인 사람인 나는 해즐릿과는 좀 다르게 생각했다. 이런 어렴풋한 상상, 공상, 기대가 삶을 윤택하게 한다고 믿는다. 눈에 보이고 수치화된 이성적인 현상을 믿고 싶지만 때로는 먼 것을 추종하는 낭만을 적절히 결합하는 삶이 팍팍한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라고 해석하고 살려 한다. 물론 잘 모르는 타인을 이렇다 저렇다 선입견 두는 일을 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게 21세기 한국에 사는 내가 멀고 가까워서 좋아 보이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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