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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90님의 서재
  •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 이유리
  • 16,200원 (10%900)
  • 2024-11-15
  • : 1,920
왜 지금에서야 이 책을 알게 된 것일까. 그림을 설명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붙이는 책을 종종 만날 때마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다. 15년 동안 작가로 살아왔다는데 이유리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다. 앤디 워홀이 감추고 싶어 했던 자신의 콤플렉스와 말련의 반 누드 자화상이 충격과 영감으로 다가왔다. 각종 SNS에서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현대인이 전형이 이미 앤디 워홀이란 작가로 다듬어진 게 아닐까.



표지와 소재를 보고 그동안 읽었던 책과 비슷할 거라는 선입견은 에드워드 호퍼와 조세핀 호퍼의 일화를 읽으면서였다. 그중 우연히 영화 <에드워드 호퍼>를 봤었던 두 달 전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받아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 <더 킬러스>를 봤기 때문이다. 미국 출신 20세기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인 그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었다.



대체 성공한 남성 뒤에는 늘 그 재능을 뒷받침하고 뒷바라지해 주는 여성이 있었다는 클리셰는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호퍼와 조세핀의 경우 사랑이라는 가스라이팅인지 싶은 결혼생활을 지속해 온 조세핀의 속마음으로 여러 권의 일기와 편지로 남아 있다. 호퍼가 유명하진 계기도 조세핀의 영향력 때문이었지만 결국 부엌데기로 전학한 삶을 개탄스러워했던 조세핀의 글이 마음속에 콕 하고 박혔다. 20세기까지 여성은 언제나 뒤안길에 있었다.



대부분 호퍼의 그림 속 여인은 조세핀이었고, 철저히 그의 모델, 그림자, 내조의 여왕으로 살길 바랐다. 가정폭력을 일삼던 호퍼의 가부장적 성격은 조세핀을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유명인의 그림자로 살아야 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킹메이커였던 조세핀의 우울과 슬픔이 호퍼의 결핍된 듯한 표정, 고독한 심장에서 느껴진다.


대체 결혼이란 무엇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 때쯤. 앤드루 와이어스의 <결혼>이란 그림을 보고 더 많은 생각이 쌓여만 갔다. 노부부가 장문을 열어두고 이불을 턱까지 끌어당겨 덮고 있다. 마치 한날한시 함께 이번 생을 마친 시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강렬한 작품이지만 슬프기도 하고 다가올 미래 같기도 해 불안했다. 이 두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불행할까 끔찍할까.



책은 여성, 약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림이다. 잘 몰랐던 작품, 작가, 다르게 해석해 보는 시도 등 확장된 세계관을 형성해 볼 수 있다. 앞으로 그림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은 기대감이 된다. 누군가가 그림을 해석한 사유에 머물지 않고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다르게 생각해 봐도 좋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누군가에게 올해가 가기 전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을 묻는다면 당연히 책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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