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농담을 하면 인간은 병들거나 술을 마신다
책 띠지에 있는 문구다. 페북을 돌아다니다, 사람들이 한강의 수상소식을 축하하며 ‘한강과 권여선 소설은 평생 계속 읽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하는 걸 봤다. 그때까지 이 작가를 몰랐던 나의 무지를 탓하며, 마침 나온 신간을 얼른 샀다. 책을 펼치기 전에 띠지의 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술을 찾는 건 인생이 농담을 하기 때문인가, 하긴 흰소리를 가끔 하지, 혼자 구시렁거리면서 펼쳐든 책은, 어우, 과연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십분 이해되게끔 멋있고 기품 있었다. 한강 작가와는 전혀 다른 문체여서 키득대며 읽은 문장도 많은데 읽고 나면 비슷하게 울고 싶어지는 느낌도 이상했고. 특히 첫 편 ‘봄밤’을 읽은 느낌이 많이 이상했다. 예전 학교 다닐 때 많이 읽던 단편은 항상 100m 달리기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기교와 은유가 많아서 나처럼 무딘 사람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읽어야 했는데, 이 글은 다 읽고 났더니 장편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늙고 병든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가, 해석할 필요 없이 한순간 가슴에 푹 꽂혔다. 이 짧은 글에 이렇게 묵직한 이야기와 감정을 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