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차별화하라'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서 정말 딱지가 앉았는지, 무슨 기획서라도 하나 쓰려면 경쟁상품과 비교하며 '뭘로 차별화하지?'라고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묻게 된다. 그런데 일삼아 읽게 되는 경영서에는 '차별화' 하면 으레 이 책 <디퍼런트>의 한 구절을 읊더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나음보다 다름> 책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늦게나마 구해서 읽어보았다.
차별화하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내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상대적 단점을 보완하느라 시간 잡아먹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특색 없이(차별화 안 된) 밋밋한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 아니냐는 저자의 신랄한 지적은 이미 다른 데서 접한 내용이지만 여전히 시사점이 컸다. 나 또한 문서에 적는 '차별화 방안'이었단 게 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는 통렬한 반성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한 장점이라는 게, 사실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독보적 장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일하면서 생각해왔던 차별화 방안이란 실상 이것저것 잡스러운 것으로 떡칠화장을 하고 조명발을 들이대 셀카 한 장 찍어보겠다고 하는 가련한 몸부림 같은 거였던 건지도 모른다. ㅠㅠ
뒤통수를 이만큼 얼얼하게 맞았던 1부가 지나고서는 책이 좀 얌전(?)해졌다는 느낌. 평이해졌다고 할까, 초반의 센세이션에 걸맞은 대안이나 전략을 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는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건 어쩌면 내가 이 책이 나오고 너무 늦게 읽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책이 나왔을 당시에는 더 큰 각성이 일었을 테니. 등수로 모든 걸 평가하던 어릴 때는 넘버원이 너무 힘들었고, 그에 비해 온리원은 쉬워 보였다. 넘버원은 그 집단 중 오직 한 명뿐인데, 온리원은 맘만 먹으면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될 수 있으니. 그리고 타고나길 온리원으로 태어난 존재들일 테니. 그런데 요상하게 나이 먹을수록 온리원이 더 힘들다는 걸 느낀다. 문제는 그렇다고 넘버원이 더 쉬워졌다는 것도 아니라는 것 ㅠㅠ 이래저래 생각할 이슈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