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에 갈 때마다 눈길이 가서 들었다 놨다 하던 책. 우연한 기회에 마침내 읽게 되었다. 저자가 워낙 이 분야에 유명한 교수라는 것만 알고 읽은 책. 그런데 왜 제목이 '생각하는 힘'인지,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고전'이라 일컫는 절대적인 지혜조차 당대 현실과 함께 실로 꼬듯 엮어서 해석해야 한다는 '맥락 해석의 힘'을 알게 됐달까.
가장 뒤통수를 친 해석이 저 '화이부동'에 관한 것이었다. 자기계발서에 종종 등장하는 단골 어휘이자, 나 또한 인격자의 덕목처럼 인식하고 있던 단어였는데, 여기서는 계급적 갈등이라는 맥락에 맞춰 해석한다. 군자와 소인이 지금처럼 가치지향적인 단어라기보다는 계급을 나타내는 단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저자는 '군자 화이부동'이 돈 좀 벌었다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소인들의 꼬라지를 못 봐주는 윗계급의 논리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윗사람으로서 너희를 '긍휼히' 여기긴 하겠다만, 너희는 우리와 같아질 수는 없다고 선을 긋는.내가 알던 '착한' 해석과는 영판 다른 이 대목을 접하고서는 좀 더 의관정제하고 진지하게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시의적절하게 나오는 온갖 동양사상의 에센스들은 다른 고전을 접할 때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 같아서 좋았다.
흔히 노자를 무위자연을 추종한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고도의 정치철학이란 말은 어디서 듣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해석하는 맥락을 보면 단순히 리더의 덕목 정도를 넘어서 가치관과 체제, 시스템까지 일이관지하는 뭔가를 제시하는 느낌이다. 노자에 대해 또 읽어볼 기회(엄두)가 날지 모르지만, 오늘에도 새겨들어야 할 구절은 적지 않아 보인다. 예컨대 아래 구절 같은 ㅡㅡ
그런 면에서, 고전은 역시 고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