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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은 언제나 있다!
  • 걸 온 더 트레인
  • 폴라 호킨스
  • 12,420원 (10%690)
  • 2015-08-01
  • : 3,408

주말 동안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열심히 읽었다. 최근에 이렇게 열심히 읽었던 적 있던가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그런데 읽어가면서 생각해보니, 이것은 한국드라마에서 늘 보던 막장드라마 컨셉 아닌가? 남자여자 등장인물들이 다 성적 매력으로 얽혀 있고, 또 등장인물들은 착한넘이나 나쁜넘이나 하나같이 잘생겼고, 여자들도 예쁘고, 심지어 알코올중독에 비만이라는 주인공도 멀쩡하던 시절에는 예뻤고 ㅎㅎㅎ 아, 너무 뻔한 캐릭터다 쩝.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을 보며, 내가 열심히 읽었던 것은 나의 독서력이 향상되어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그냥 따라 읽게 되는 것이어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이 재미있다더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읽기도 전에 권했던 책인데, 이쯤 되면 내가 좀 민망해지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예 한번 읽고 에이 막장드라마~ 하며 덮어버릴 책은 아닐지도 모른다. 한때 멀쩡했던 레이첼을 망가뜨린 건 그녀의 낮은 자존감이고, 그 자존감을 망가뜨린 건 남자의 예의 '이게 다 너가 못나서'라는 공격 아닌가. 자신의 폭력성마저 '네가 구타유발자라서'라고 덮어씌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멀쩡한 여자가 자존감이라곤 없는 낙오자가 됐고, 그 여자를 벌레 보듯 하던 또 다른 여자도 그 여자처럼 변해가고... 그런데 그 남자라는 사람이 평소에는 매우 자상하고 여자를 아끼며 사회생활도 곧잘 한다는 거지. 한나 아렌트가 말했다던가 하는 '평범한 악'이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그러고 생각해보니, 이런 사람들이 남녀 막론하고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어느 순간 자기 맘대로 꼭지가 돌아서 진상 부려놓고는 '너 때문에 내가 이런다'고 패악을 떠는 인간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이 덜 됐던 게, 남주의 폭력적인 성향이 한국에서는 일상화된 수준이라 이례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못해서라는 평도 있던데, 나도 혹시 그런 이들을 하도 많이 봐서(또는 내가 그래서ㅠㅠ) 사실은 심각한 이 소설을 심심하게 읽었던 건 아닌가 모르겠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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