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도 별다른 고민 없이 집어서 읽기 시작했다. 일말의 걱정이라면 '똑같은 사례가 또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 정도. 그래도 읽는 재미에 관한 한 보증수표와 같은 드문 작가이니 고민 없이 읽어나갔다.
역시... 젠 체하지 않으며 깊은 얘기를 하는 능력에 관한 한 최고반열에 오른 것 같다. 저렇게 막 자기자랑을 해도 밉지 않고,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말할 수 있다니, 툭하면 진지해지는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 ㅠㅠ 아이팟 광고로 포문을 여는 첫 페이지부터 즐겁게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재미있게 읽었던 건 르네상스 천장화에 숨긴 원근법에 관한 글이었다. 원근법은 객체가 아닌 주체의 발견이라는. 그와 함께 시선마저 독점하려는 권력이 발동된 거라는 것에서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고 혼자 무릎을 쳤다. 그와 함께 곤혹스러웠던 것은 시선마저 지배하려는 서양과 달리 동양의 그림에서는 원근법이 파괴되었다는 대목이었다. 원근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우리 옛그림이 영 보기 불편하다고 하는데, 난 한국사람이라 그런가 왜 하나도 안 불편하지... 미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인가.. 소실점이나 시선에 대해 잘 이해 못해서인지.. 이렇게 고민하다가, 시선을 독점하지 않는 동양인의 훌륭한 감성을 내재하고 있는 거라고 혼자 맘대로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쩝. 책 읽고 나서 쓰기 시작한 에버노트는 약간 작심삼일 상황인데, 뭐가 됐든 나도 편집을 잘해서 창조를 잘해봐야겠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