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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은 언제나 있다!
  • 사람을 남겨라
  • 정동일
  • 16,200원 (10%900)
  • 2015-04-20
  • : 2,955
세상살이가 팍팍해서인지, 지금껏 거쳤던 회사에서 '월급걱정'을 한 적이 무려 3번이나ㅠㅠ 그중 한 번은 회사가 넘어가는 대참사로 정신 없었으니 패스하고, 두 번째는 사장이 초췌한 얼굴로 전직원을 모아놓고 경영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몇 달 월급이 못 나갈 수도 있으니 거취를 잘 고민한 후 개별면담을 하자고 하면서, 자신의 멱살을 잡아도 면목없다고 했다. 그때 나는 결국 회사를 나왔지만, 사장에 대한 서운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나 혼자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미안했고, 안타까웠다. 그다음 회사에서도 비슷하게 한 달 정도 급여가 밀릴 수 있다고 역시 전직원을 모아놓고 말했는데, 이때는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 왜냐, 사장이 '화난 표정'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사장은 미안해했고 면목없어했는데, 세번째 사장은 그런 말을 하는 데 대해 자존심에 상처받은 얼굴로, '나갈 테면 나가든지'라고까지 했다. 미안함따위, 없었다. 같은 상황에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 건, 이 책에서 말한 '진정성' 때문이다. 직원 월급도 못 주는 정도라면 리더로서 무능함의 극치인데, 그 앞에서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자신의 무능을 반성하느냐, 그 와중에도 지 생각만 하느냐, 그 차이였던 것이다. 
사람을 남겨라, 응, 그래, 사람을 남겨야지. 직원이 나가면 배신자라느니 어쩌고 하는 상사들은 리더로서 쪽팔린 줄 알아야지, 평소에 잘했으면 당신 사람이 됐겠지 귀찮게 왜 나가겠냐 등등, 과거에 겪었던 상사들을 떠올리며 잡생각에 혼자 주억거리며 읽기 시작한 책. 세계가 주목하는 경영학자라길래 표지 카피만큼 화려하거나 거창한 스케일의 글을 예상했는데, 어마어마하게 유려하거나 폼잡는 글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팀장이나 본부장 같은 부서/부문 책임자가 읽으면 좋을 실제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신기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전술을 전하는 건 또 아니라는 점. 그보다는 리더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 리더란 어떤 존재냐 하는 '존재론적 질문'을 많이 던지는 책이다. 그럴듯한 남의 방법을 베끼지도 말라 그러고, 철저히 자기를 분석해서 어떤 리더가 될 것인지를 스스로 개발하게 하는 정공법을 쓴다. 그래서인지, 술술 읽히는데도 희한하게 '저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혹은 '나의 리더'는 어떤가보다는 '나'에 대해 꽤 진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팀장 직책을 달고 '중간관리자'가 된 게 9년 전인데, 9년 동안 난 얼마나 좋은 리더였는지, 리더로서 나만의 '캐릭터'는 무엇이었는지 약점과 강점은 무엇이었는지 등등등등등... 

이런저런 생각 끝에 책을 덮고 나니, 표지가 다르게 보였다. 책 읽은 후 리더로서 나의 다짐을 적은 것 같은, 독후감 같은 표지구나. 그래, 사람을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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