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감상적으로 또는 학술적으로 쓴 책들만 읽다가 당사자가 자신을 관찰하고 이겨낸 책은 처음인 것 같다. <힐빌리의 노래>나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당사자성만큼 설득력이 큰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어느 날부턴가 잠이 안 오고, 사람들 만나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주눅이 들고, 그러다 공황발작이 일어나고 나도 모르게 중앙선을 침범해서 반대 차선으로 달리는 대목에서는 '우울증 때문에 진짜 이렇게 된다고?' 싶어 충격을 받기도 했다. 우울은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는지, 몸과 정신에 미치는 데미지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우울증이 몸과 마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1인칭주인공시점으로 묘사돼 있어서 실감이 난다. 우울증을 치료하고 다스리는 과정을 약물치료와 상담, 평소 습관 등을 통틀어 전체적으로 보여주어 치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당장 우울증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도 읽어두면 예습이 될 책이다. 예습을 잘하면 예방도 되겠지.
무엇보다 삶의 자세를 바로잡는 과정이라는 것이 책을 읽고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완치는 없다'가 되겠지만, 그런 생각으로 절망하는 사람과 '이참에 더 건강하게 살아보자'는 계기로 삼는 사람의 삶은 많이 다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