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주제인만큼 시작부터 긴장된다. 이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조지 오포는 이렇게 말하면서 책을 소개한다. ‘번연이 이 본문(눅 13:-24)로 설교할 때 자비가 없다는 비난을 듣게 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번연의 의도는 구원의 확신을 흔들어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좀더 정확하고 명확하게 구원에 관한 본문을 확인하고 ‘그리스도의 보혈로’ 평안을 찾게 하여 천국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번연은 누가복음 13장 24절을 가지고 천국 입성에 관하여 말한다. 이 구절에서 번연은 ‘문이 좁아 찾는 사람들은 많으나 소수만 구원받게 될 것’이며, ‘들어가기를 힘쓰라’ 라는 의미를 찾는다. 이 구절을 토대로 천국, 천국에 들어가는 일,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힘쓰라,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힘서야 하는 동기를 차례로 설명한다.
사실 번연과 같은 청교도들의 작품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너무 세심하게 느껴지고 어쩔 때는 강박적인 느낌으로 적용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본문의 맥락과 상관없이 갖다 붙이듯이 해석한 것은 아닌가하는 눈으로 보게 되는데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세심한 적용들이 읽는데 도전이 되고 신앙적으로 긴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분에서 도움이 되고 비판적이기도 하다. 성경 본문을 해석해나가면서 ‘소수만’이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읽는 입장에서 굉장히 긴장되는 단어이기도 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단어이기도 한데 읽다가 낙심하게 된다. 이래 가지고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게 너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존 번연은 ‘소수만이’ 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독자들에게 채찍질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번연이 대다수로 염두하고 있는 사람들이 믿지 않는 자들이 아니라 신앙고백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채찍질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마지막 장이다. 마지막 8장은 전체 내용의 활용과 적용이다. 저자는 신자들을 세부적으로 나눈다. 거리낌 없이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확신과 깨달음이 있는 사람들, 신앙 고백자들. 여기서도 촘촘한 그물로 거르듯이 세심한 행동들을 하나하나 제시하고 조심하거나 경계하라고 말한다. 지난 내용들처럼 채찍질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번연은 하나도 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충고이고 외침이라고 느껴진다. 그래서 따가운 채찍질이지만 따뜻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단순히 세밀하게 기준을 세워서 채찍질하고 비판하려고 쓰여진 책이 아니라 천국 문 앞에서 태도를 분명히 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코로나 시기는 신앙적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나태해지기도 쉬운 시기였다. 이 책은 나태해진 신앙의 태도를 세워주고 거룩한 긴장감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너무 몰아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저자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그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