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DNA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황우석 박사의 등장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도 생물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황우석 박사가 아니더라도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과학관련 기사는 대부분 생물학에 관한 것이다. 하다못해 과학수사대 같은 드라마를 보아도 DNA가 등장한다. DNA는 우리 생활의 일부인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DNA를 발견한 제임스 D.왓슨이 쓴 책이다. 그는 1953년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 했으며, 그 공로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왓슨이라는 이름의 가치는 엄청나며 노벨상 수상이라는 객관적 자료로는 그 위대함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것 같다. 그의 위대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진이 이 책의 시작에 등장한다. 그것은 왓슨과 크릭이 DNA 분자구조를 설명하는 사진이다. 그 사진 아래에는 “1953년 : 이중 나선 모형을 보고 있는 프랜시스 크릭(오른쪽)과 나(왼쪽).” 이라고 적혀있다. 이 사진은 거의 모든 과학 교과서와 참고서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 고등학교 때 수능을 대비하며 툭하면 봐왔던 사진인 것이다. 그런 사진에 ‘나’라고 참고 글을 달다니! 말하자면 저자에서부터 책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유전학의 발전순서를 따라 짜여있다. 멘델의 유전법칙 발견으로부터 시작되어 현재(책이 출간된 2003년 이전. 근래의 생명공학의 너무나 빠른 발전덕분에 1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의 내용 중에 구식이 되어버린 것들이 다소 있다.)에 이르는 동안 유전학과 관련된 각종연구와, 그 연구결과가 경제, 사회, 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다루고 있다. 그 내용 또한 생명공학, 유전자 변형농업, 유전자 지문 등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사안들로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다루고 있는 분야의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의 깊이도 심도 있어 읽는 사람의 지적욕구를 충분한 수준으로 만족시켜 줄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다양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비밀은 화학분자에 있다.’는 하나의 주제를 전체에 관철시킴으로서 내용의 통일성과 주제성을 이끌어 내고 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유전학을 이해하도록 한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책은 과학교과서를 대신 할 수 있을 정도로 각종 연구결과를 자세하면서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삽입된 삽화와 사진들이 비교적 어려운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유전자 복제와 관련된 연구내용들은 책을 읽는 것보다 삽화를 보는 것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연구내용 뿐만 아니라 연구과정의 뒷이야기들을 싣고 있다는 점 또한 매우 훌륭하다. 이것은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해주어 책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50년 유전학 발전사의 산 증인인 왓슨이 쓴 책이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책에서 단점을 찾아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내용이 비교적 어렵다고는 하나 그것을 누구에게나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보여 내용이 어렵다고 비난하기 미안할 정도이다. 저자의 생물학에 대한 투철한 의식, ‘생명의 비밀은 화학분자에 있다.’, 라는 점을 너무 강하게 주장하여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저자의 주장으로, 논리적인 반박을 해야지 책을 비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책이 나온 지 고작 1년 밖에 안됐지만 책의 내용 중에 최신 정보에 비해 뒤떨어지게 된 내용들이 간혹 있다는 점이다. 유전학의 발전이 너무나 빨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억지로 비난거리를 찾아낸 것에 불과할 뿐. 이 책에는 흠집 잡을 만한 곳이 거의 없다.
이 책은 뛰어난 저자를 내세워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 저자의 명성에 걸맞는 뛰어난 구성과 내용으로 읽고 난 뒤 커다란 만족감을 갖게 해준다. 인간 지놈프로젝트의 완결과 함께 DNA는 우리의 삶에 중심으로 더욱더 파고들고 있다. DNA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곧 과학 고전의 반열에 오를 대작’ DNA를 나는 강력히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