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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쥐덫
  • 애거서 크리스티
  • 10,800원 (10%↓600)
  • 2002-05-25
  • : 649

26년 일흔두 번째 책.

애거서 크리스티 다시 읽기 스물여섯 번째 책.

 

★★★★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중편 ≪쥐덫(the Mousetrap)≫과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일찌감치 자신의 소설 작품을 희곡으로 각색하여 무대에 올려왔는데, 이 작품이야말로 희곡 작가로서 작가의 인기와 성공의 정점을 찍은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이 작품은 영국 왕실, 메어리 공주의 생일 선물을 위한 라디오드라마 극본(원래 제목은 ≪Three Blind Mice, 47년≫)이었다. 이후에 소설로 개작된 것이 이 책에 실린 것이고 나중에(52년) 희곡으로 각색, 무대에 올라 지금에 이른다. 연극 ≪쥐덫≫은 지금도 공연되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롱런한 연극 작품으로 ‘기네스 북’에 이름을 올린다.

 

소설로서 ≪쥐덫≫은 클로즈드 서클(closes circle) 미스터리의 고전적인 작품이다. 폭설로 고립된 산장이라는 매력적인 무대와 그곳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인이 벌어지고, 여기에 ‘아동 학대’라는 사회적 이슈가 범죄 동기로 드러난다. 전형적인 후던잇(whodunit) 작품으로 구성이 지나치게 도식적이지만 이야기가 주는 긴장감과 수수께끼는 언제 읽어도 생생하다.

작가는 범인은 누구일까, 하는 문제에는 물론이고 과연 다음에 누가 죽을까, 에도 힘을 쏟는다. 이 작품의 피살자들은 모두 과거의 어떤 사건에서는 가해자였다. 이야기가 진행하면서 범죄의 동기가 ‘복수’라는 게 서서히 드러나는데,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범인을 향한 양가감정이 감상의 핵심이다. 살인이 성공하면 복수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는 범인에게 독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45년 영국, 위탁 가정에서 실제 발생한 ‘데니스 오닐(Dennis O’neill) 학대 치사 사건’이 모티프가 됐다고 한다. 작가가 처음의 라디오드라마 극본을 단 일 주일만에 써냈다는, 혀를 내두를만한 일화도 전해진다.

 

그 외에 실린 단편 작품들은 작가가 과거에 잡지에 발표한 단편들을 추려 모은 것들인데, 출연진(?)이 화려하다. ‘포와로’, ‘미스 마플’, 그리고 귀하디귀한 ‘할리 퀸’까지. 작가의 팬이라면 화려한 상차림 앞에서 군침만 흘려도 분명 행복할 터.

 

죽은 삼촌이 남긴 유산을 찾으려는 커플의 이야기인 <이상한 사건>, 질투와 열등감에서 비롯된 살인을 해결하는 <줄자 살인사건>, ‘완벽함’ 뒤에 도사린 사악함을 경고하는 <모범 하녀>, 화려하고 비밀스러운 연막 뒤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는 <관리인 노파>에선 미스 마플이 활약한다.

그리고 이기심에 의한 치정 살인을 고발하는 <4층 아파트>, 유괴된 아이를 구하는 이야기인 <조니 웨이벌리의 모험>, 습관과 일관성에 어긋난 행동을 단서로 범죄를 추적하는 <24마리의 검은 티티새>에서는 포와로가, 살인 사건을 두고 서로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커플의 자백을 앞에 두고 진위를 밝히는 <연애 탐정>엔 할리 퀸이 등장하여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작품집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작가의 다른 장편들과 비슷한 단편들이 무려 두 편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관리인 노파(the Case of the Caretaker, 42년)>는 ≪끝없는 밤(Endless Night, 67년)≫과 비슷하고 <연애 탐정(the Love Detective, 26년)>은 미스 마플의 데뷔 장편인 ≪목사관 살인사건(the Murder at the Vicarage, 30년)≫을 연상케 한다. 각각의 작품들을 짝을 지어 두고 비교하면 단편을 장편으로 발전시킨(다시 쓴) 경우라고 여겨지는데, 작가가 플롯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걸 염두에 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사족

 

태어나 처음 관람한 연극이 바로 ≪쥐덫≫. 아직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이었고 정동의 ‘마당 세실극장’을 향해 가는동안 입에서 피어오르던 입김, 발 아래 사박사박 눈 밟히는 소리가 지금도 눈과 귀에 선하다. 생전 처음의 연극.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이야기라니. 그 흥분, 그 설렘.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내가 애거서 크리스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았던 누나가 데리고 갔었는데, 정작 누나는 그걸 기억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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