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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애니가 돌아왔다
  • C. J. 튜더
  • 13,500원 (10%750)
  • 2019-06-24
  • : 497

26년 예순 번째 책.

 

★★★

 

전직 교사인 ‘조’가 고향인 ‘안힐’로 돌아온다. 이유가 있다.

우선 도박 빚. 조가 있는 곳은 채권자에게 금방 발각된다. 조는 이 돈을 동창 ‘스티븐’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부자에 깡패, 재수 없는 스티븐을 옭아매고 돈을 우려낼 강력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과거에 여동생 ‘애니’에게 일어난 비극. 아마 조가 쥐고 있는 스티븐의 약점이 이 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을 고향으로 불러들인 문자메시지, 최근 고향에서 일어난 살인+자살 사건도 과거 여동생 사건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모든 의문이 과거, 폐광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동생 ‘애니’를 향하고 있다.

 

우선 장점.

이야기는 미스터리+스릴러+호러+하드보일드(hard-boiled) 등의 장르적인 성격을 두루 갖췄다. 그럭저럭 모양새는 잘 갖췄다. ‘영국의 여자 스티븐 킹’이라는 별명에 큰 반감은 없다. 여러 요소들이 적절하게 치고 빠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폐쇄된 탄광이란 공간은 호러의 좋은 효과를 낸다. 얼핏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를 연상하게 만들고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다는 설정은 ‘W. W. 제이콥스’의 유명한 단편 <원숭이 손>이나 여러 좀비 영화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에 범죄와 비밀이라는 미스터리가 추가되는데 크게 어색하지 않다.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주인공, 조는 ‘필립 말로우’나 ‘샘 스페이드’의 매력을 답습한다. 주변에 배치된 서로 차별화된 성격의 세 여자들(베스, 글로리아, 마리), 티격태격 유쾌하고 잘 짜인 대화 역시 하드보일드의 유산으로 보인다.

‘썩은 세력가’의 전형인 스티븐 역시 잘 만든 악역이다. 지역 공동체의 정계, 재계, 학계 등을 손아귀에 쥐고 제멋대로 놀린다. 이 사람의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절대 선하지 않다. 여기에 주인공과는 여자 문제도 얽힌다.

 

무대와 인물 셋팅. 소설을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결한 듯 싶다. 이럼 된 건가?

이야기는 결말을 향하면서 정연함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가장 큰 단점은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이야기에 푹 빠지는 데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겹겹의 압박과 해결해야 하는 일이 대개 일치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살짝 어긋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동력은 ‘애니’라는 인물에게서 나오는데, 그에 관해 주인공이 하려는 일이 대체로 모호하다. 작가는 애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보여주길 거의 최후까지 미룬다. 그 덕에 주인공의 모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그저 방관하게 된다. 잘 만든 음식 모형 바라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를 위해, 무엇보다 독자의 호기심을 붙들기 위해, 특히 미스터리 장르라면 작가는 ‘숨기는 것’에 능해야 하지만 그것에도 완급은 필요하다. 미스터리 장르는 지문을 확대한 사진만으로 인체를 알아맞히는 게임과 비슷하다. 당근 냄새도 못 맡은 말이 달릴 이유가 없다.

이 작품은 이야기의 중요한 토대가 되는 사실을 거의 막판에서야 보여준다. 지반이 약한 땅에 지은 사상누각처럼 보인다. 조가 원하는 게 복수인지 비밀을 풀기인지 저주를 막는 것인지 모호하다. 결국 셋 다인데 이래서는 곤란하다. 뭔가 강력한 깃발이 있어야 한다. 나머지는 부수적이 되어야 한다.

주인공은 뭔가를 열심히 하기만 한다. 그러다 결말에 가서야 사실들이 폭죽처럼 터진다. 그리고 허겁지겁 엔딩. 감정이 요동치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다가 서서히 가라앉는 정서적 묘미가 생길 여유가 없다. 그냥 폭주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작가가 결말에 터뜨리는 사실들이 모두 중요한 것도 아니다. 독자들이 몰라도 될,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에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도 있다. 트리비아에 불과한 것들을 마치 대단한 비밀인 양 폭로한다. 도대체 ‘팻맨’의 정체를 궁금해 했던 독자가 과연 있을까.

 

감히 넘겨짚는 말이지만, 작가가 미스터리를 구성하는 데 아직 완성된 재능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점은 분명히 있지만 얼개는 엉성해 보인다. 후반으로 갈수록 말이 안 되는 설정들이 눈에 띈다. 속도감이 갑자기 떨어지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중반까지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했더랬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이 책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심이 모자란,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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