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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어디까지 왔나
  • 이청해
  • 11,700원 (10%650)
  • 2021-12-03
  • : 41


북풍한설 같은 격동의 세월을 보낸 뒤의 고요함, 조용히 가라앉은 노작가가 쓸 법한 이야기 일곱 편. 그럼에도 독자들의 가슴에 불어넣는 숨결이 생생하다. 편편이 주옥 같고, 폐부를 찌르는 표현, 관록이란 이런 거구나, 싶은 문장들이 빛난다. 요즘의 어떤 작가가 단어들의 이런 조합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당신은 지금 당신 삶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 저절로 작동되는 생존본능(61쪽)’이 과연 이기심인지 묻는 <검은 나비>가 포문을 연다. 살면서 잃은 것들, 잊은 것들, 놓친 것들을 화자와 함께 되짚게 되는 <남편의 시(詩)>, 절망과 외로움에 빠진 인간에게 구원은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지, 내밀어진 손이 완전히 의지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 <친절한 금화씨>, 어둡고 침울한 화자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서 반려견 때문에 뜻밖의 소동을 겪는, 이질성과 동질성에 관한 이야기인 <생쥐와 낙타>등이 실려 있다.

 

폭력이 드리운 긴 그림자를 통해 폭력 피해자로서의 여성과 그들의 인권에 대해 말문을 여는 <너의 발걸음 소리>는 노골적인 여성 서사임에도 폭력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된 수작이다. 코믹한 필체로 오늘날 문학의 진정성을 탐구하는 <소설가들>도 가슴에 남고,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에서 타지의 낯선 사람들로부터 뜻밖의 호의와 위로를 받는 <여수 이야기>도 기분 좋은 여운이 오래 남는다. 이 작품을 읽고 여수에 가고 싶어졌다.

 

세상은 거칠고 가차 없지만 사람들은 따뜻하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소설집으로서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밝히는데, 제발,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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