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저버린 아빠에 알코올 중독에 빠진 엄마, 나이 터울이 많은 이부동생.
힘겹고 부지런할 수밖에 없는 삶. 하지만 힘에 부친다. 교통사고로 인한 ‘썸남’의 죽음도 죄책감을 짓누른다.
수학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틸다’는 교수로부터 박사 과정을 위해 대도시로 떠날 것을 추천받는다. 도약할 좋은 기회다. 그런데 어린 동생과 망가진 엄마가 걸린다. 틸다는 훌훌 털어버리고 꿈을 좇고 싶지만 삶이 녹록치가 않다.
기회와 선택, 희망과 극복의 이야기다. 과거에 매인 현재에 주저앉느냐, 아니면 희생을 있더라도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 이런 딜레마를 중심으로 틸다의 고민이 전개된다.
나라면 어떨까. 현재에 그냥 남기로 결정하는 게 나에겐 쉬운 결정 아닐까. 나쁜 사람은 되기 싫기에, 나중에 후회하거나 손가락질 받는 건 견디기 어렵기에. 하지만 그런 걸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이 있을까.
결국 집을 떠나는 주인공을 보며 부러웠다. 가족을 떠나고 싶은 게 아니라 현실을 벗어나기로 결정한 그 용기에. 틸다의 결정엔 동생 ‘이다’의 역할이 컸다. 겨우 열두세 살인 이다는 너무나 성숙하다. 어린 아이가 저래도 되나, 걱정될 정도로. 동생이 언니를 설득하고 능력을 증명하고 응원하지 않았었대도 틸다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어둡고 침침한 이야기이지만 마냥 침울하지만은 않다. 대부분 무겁고 슬프지만, 그래도 유머러스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양념처럼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두 자매가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인간은 스스로를 먼저 돌봐야 한다.
석 달만에 완성한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그 재능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