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나 작가에겐 큰 문제가 없다.
작품만으로 치면 웅장한 오페라 같은 느낌이고 각기 드라마 한 편씩은 충분히 뽑을 것 같은 인물들의 스토리는 퍼즐처럼 어우러져 거대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인물들 각자의 굴곡진 삶이 무지막지한 자연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결말은 운명의 비애랄까, 비장미가 넘친다. 그런 점에서 ‘마가렛 케네디’의 ≪휴가지에서 생긴 일≫을 연상하게 된다.
이 책의 진짜 문제는 번역이다. 정말 심각하다.
외국 저작물의 경우엔 번역이 감상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제 아무리 좋은 작품, 명색이 고전이라도 번역이 거지같다면 읽기 괴롭다. 가장 좋은 예가 민음사 판 ≪파리 대왕≫일 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학과장이란 인간이 교재로 사게 한 전공 서적 생각이 난다. 표지엔 그의 이름이 역자로 버젓이 인쇄되어 있지만 결과물은 여러 사람이(아마도 제자들) 동원된 태가 역력했다. 사실 그렇더라도(그런 경우가 전문 서적 출판 분야엔 흔한 일이라고 쳐도) 한 번 걸러줄 편집자가 있으니, 절차 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크레딧이니 저작권이니, 그건 그들의 일이고, 독자에게 피해만 가지 않으면 된다. 하물며 소설이 이런 꼴이니. 거기다가 거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공교롭게도 이 책도 민음사에서 나왔다.
독서를 방해하고 제대로 된 감상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번역이 엉망진창이면 독자들은 무슨 죄란 말인지. 이런 불량품에 거금을 지불한 독자들은 호구인가.
하나만 예를 들어볼까. ‘넨초니’와 ‘넨치오니’는 같은 사람이다.
‘지난네스키’와 ‘잔네스키’도 같은 사람이다.
또 예를 들어볼까. 쌍둥이 남매가 등장하는데, 오빠-여동생이랬다가 누나-남동생이랬다가 오락가락한다.
더 있는데 팔 아프다. 오자와 비문이라고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