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생태학자인 저자가 ‘거북 구조 연맹’에서의 경험을 들려준 책이다. 저자는 그곳에서의 자신을 ‘인턴’이라고 소개하는데, 동물생태가 저자의 전문 분야이긴 해도 ‘거북’이라는 동물은 생소하고 낯선 종이었으므로 이는 전혀 겸손이 아니다. 저자는 다치고 죽어가고 위험에 빠진 거북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아낌없이 나누는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도 귀중한 경험을 쌓는다.
이 책의 첫 장(chapter)에 제기되는 질문. 왜 하필 거북인가.
이 의문은 왜 하필 개를 키우는지 묻는 것과 맥락이 비슷해 어리석게 들린다. 저자는 거북 구조 연맹의 자원봉사자 ‘알렉시아’의 대답을 인용한다. ‘어떤 동물이든 동물을 돕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람쥐를 돕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거북을 구한다면, 특히 암거북을 구하면 앞으로 100년을 살면서 계속 알을 낳을 겁니다. 거북 한 마리를 구하는 것은 결국 여러 세대를 구하는 일이지요. (27~28쪽)’
단지 거북이 오래 살아서? 알렉시아의 말을 오해하기 이전에 ‘시간’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다. 하지만 인류의 시간은 그렇지 않다. 인류의 삶이 지속되려면 지구가 보존되어야 한다. 이쯤 되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가 분명해진다.
한 개인의 이기심과 안일함은 자신을 망치고 환경을 망치는 방식으로 그 악영향을 다음 세대에게 미친다. 요즘의 우리는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산다. 내일은 없는 듯이, 다음 세대는 존재하지 않을 듯이. 지금의 세대 전에는 얼마나 긴 시간이 축적되어 있는가. 또 이후로는 얼마나 긴 시간이 예고되어 있는가. 그런데 긴 시간이 예고되어 있는 것 맞나?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문제가 터지고 심각한 환경 문제가 대두된 것이 오래 전인데, 우리는 앞으로의 위험과 불행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나?
자연은 솔직하다. 받은 대로 돌려준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행동은 부메랑 같다. 자신이 행함에 그 대가를 꼭 치른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한없이 겸손해지고 가끔 서글퍼진다. 생태와 환경의 문제는 결국 인간으로서의 ‘나’와 직결된 문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성찰하기를, 자연과 연대하기를 종용한다. 삶과 죽음을 둘러보며 고통과 행복을 상상하고 인내와 겸양, 포기가 아닌 수용을 터득하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거북의 이야기는 일종의 화두인 셈일까? 그렇지 않다. 저자가 관찰하고 배운 바에 의하면 거북의 삶에는 인간들이 닮아야 할 미덕들이 많다. 이 느리고 자연계에서 취약한(때때로 난폭하긴 하지만) 생물의 삶에서 우리는 기다림과 연대, 복원의 힘, 용기 같은 것들을 배운다.
이 책의 감상을 정리하기에 적당한, 지구와 환경은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는 ‘제인 구달’의 말이 생각난다. ‘샘이 마르기 전까지는 물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는 영국 속담의 무시무시함에 비하면 제인 구달의 말은 지나치게 유순하게 들린다.